훌륭한 교사는 반면교사
24시간 같은 공간, 같은 시간을 공유하며 주변 사람을 관찰하고 4D로 체험할 수 있는 병영생활은 한 발자국 떨어져 사람을 볼 때면 알 수 없는 인간의 더러운 치부를 가까이에서 볼 수 있는 기회이다. 20대 초반의 성인 남성들이 대다수이기에 그 나이대에 할 수 있는, 그 세대가 빠지는 함정들을 알 수 있다. 나이의 앞자리가 2에서 3으로 바뀌면 웃으며 넘길 수 없는 철없는 행동들도 나이를 넘어서 인간적으로 추하기 그지없는 행태들도 알 수 있다. 그리고 인간으로서 도저히 용납 불가능한 눈살 찌푸리는 행태들도 확인할 수 있다.
이런 언행들을 보며 우린 절대 이런 실수를 하지 말아야겠다, 가까운 지인들에게는 이런 짓을 하지 말라고 뜯어말려야겠다는 다짐을 느끼게 해 준다. <훌륭한 교사는 반면교사> 시리즈는 이런 추태들을 모아서 소개하는 시리즈이다.
반사회성 : 사회의 규범이나 질서 또는 이익에 반대되는 성질
인구 100명 중 대략 4명 정도가 소시오패스라고 한다. 군대에 와서 독특한 성향의 사람들을 많이 봐왔지만 이번에 내가 만나왔던 사람 중 가장 강렬한 인상을 남긴 사람이었다. 감히 심리학을 조금 공부한 일반인의 판단으로 이 인간은 '반사회성 인격장애'의 경향성이 분명히 있는 사람이었다.
내가 일병 말이 될 즈음 우리 생활관에 한 사람이 전입 오게 되었다. 그 병사는 자신이 운전병이 되고 싶다고 대대장에게 주장해 2종 보통의 면허임에도 수송부에 소속되게 되었다. 난 억울하게 전입을 하게 된 병사도 꽤나 흔했기에 선입견을 가지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하지만 그런 내 다짐은 대화한 지 5분 만에 개박살이 나고 이 인간에 대한 적색경보가 내 머릿속에서 번쩍번쩍 터지기 시작했다.
생활관 일동 : 왜 운전병이 되고 싶었느냐?
전입 병사 : 내가 전에 있던 부대에서 운전병이 꿀 빨아서 나도 꿀 빨고 싶어서 운전병이 되고 싶었다.
생활관 일동 : ;;;;;
같이 일하고 생활하고 지낼 사람 앞에서 이게 할 소리인가??? 나는 처음 이 소리를 듣고 내 귀를 의심하게 되었다. 사람이 멍청한 건가? 아니면 도덕성이 결여되어 옳고 그름에 대한 생각이 어딘가 비틀려버린 것인가? 아니면 그 둘 다 인가라는 생각이 머릿속에 스쳐 지나갔다.
그리고 계속 이야기를 해보면서 알게 된 거지만 이 병사가 전입 오게 된 역사도 굉장히 범상치 않았다. 맞후임을 괴롭혀서 부대 전출이 왔다고 한다. 그냥 훈육 목적 + 잠시 욱한 마음으로 일시적으로 맞후임을 폭언을 한 것이 아니었다. 나중에 확인한 사실이지만 그 맞후임은 서울대 출신이었고 피해자는 그 인간의 폭언, 욕설, 인격모독으로 정신과를 정기적으로 내원하고 정신과 약까지 처방받을 정도로 상태가 심각하다고 한다. 그리고 우리가 유격훈련을 할 때 잠시 우리 부대와 그 사람의 이전 부대가 조우했던 적이 있었는데 피해자는 가해자를 보기만 했는데 덜덜 떨고 땅만 보고 있을 정도로 그 후유증은 심각했었다고 한다. 그런데 사람을 그렇게 만들어 놓고 우리에게 말하길...
'후임이 폐급이었다. (자신이 후임이 일으킨 사건들을 말함) 그러니까 난 억울하다!'
'난 풀린 군번이었다. 곧 있으면 내 위에 사람이 다 사라졌었다. 우리 부대에서 내 별명이 폭군이었다.'
'난 욕설은 한 적은 전혀 없었다!! 그 후임이 다 꾸며낸 거짓말이다.'
(사실 확인 결과 거짓으로 밝혀짐 그 사람과 함께 생활한 부대원과 이야기해본 결과 온갖 쌍소리, 부모 욕, 인격 모독적 발언 등 세상에 존재하는 욕이란 욕은 다 쏟아부었다고 한다)
처음부터 범상치 않음을 보여주고 화려한 과거 전적을 자기 입으로 뽐내주었던 그 사람은 호감 가는 외모(선수 출신이라 몸이 좋았음)와 훈련소 동기를 등에 엎고 자신의 군번을 무기 삼아 사람은 고쳐 쓰는 것이 아님을 몸소 보여주기 시작했다. 그 사람의 반사회적 행동은 감탄이 나올 정도로 교묘했고 또 불쾌했다.
자기 운동은 하고 싶은데 개인 정비 시간은 뺏기기 싫으니까 후임이랑 근무 바꾸기, 근무를 많이 들어간다는 명목으로 CCTV 근무 중 잠자기(이때 당시 모두가 힘들었던 시기 자기만 힘들었던 게 아니다), 출근 안 하고 근무 시간 중 생활복 입고 있기. 근무 때문에 스트레스받는다고 후임에게 짜증내기, 꼽주기, 후임에게서 트집 잡아서 버럭버럭 화내기, 청소나 부여된 임무 수행 눈치 보면서 안 하기...
심한 경우로는 병사와 근무와 관련해 트러블이 생기자 의자를 집어던지고 몸을 밀치고 때리려는 듯 주먹 들어 올리기 그리고 온 막사가 떠나가라 화내기, 자기 관물대를 사용하기 불편하니까 후임병 관물대 같이 사용하고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물건 사용하며 도둑질, 후임병의 작은 실수를 잡고 넌 폐급이라며 프레임에 집어넣고 그런 폐급에게 교육이란 명목으로 폭언, 욕설, 인격모독, 일 짬 때리기...
거기에 충동성&공격성을 보였다. '나는 분노조절장애가 있다.', '나 조울증 있는 거 같다.', '나 야간 근무하고 돌아올 때 편하게 자고 있는 모습을 보니까 야전삽으로 머리를 찍어버리고 싶다.'라는 말을 하고 신체로는 위협적인 행동을 했다.
이런 직접적인 행동도 언어도 문제였지만 사람을 가장 미치게 하는 것은 '수동공격성'이었다. 무책임하고 피해의식에 가득 차 있고 자신의 편안함만이 최고의 가치였기에 임무가 주어지면 도망치기에 바빴다. 말이나 확실한 행동으로 자신의 의사를 표현하지 않는다. 남들이 직접적으로 뭐라고 하기에는 애매한 그런 선을 타며 교묘하게 혼이 나지는 않으면서 자신의 저급한 욕구를 둘 모두를 채우면서 행동했다.
작업을 위해 모두가 집합할 때 다른 생활관에 숨어있기. 나 피곤해서 일 못하겠소! 이번에만 일 안 하면 안 되겠습니까?라고 변명하기, 화가 난듯한 행동, 퉁명스러운 말투로 '나 일하기 싫소!!'를 온몸으로 표현하며 주변 사람이 눈치 보게 하기. 질책을 피하기 위해 거짓말하기. 느릿느릿 움직이며 일을 지연시키기. 일을 시키는 사람 앞에서 투덜투덜 온갖 짜증을 내며 퉁명스럽게 일을 하기. 그렇다 보니 같이 일 하는 사람도 일 시키는 사람도 묘한 불쾌감과 짜증, 숨어있는 인간 찾아서 일시 켜봤자 일만 지연되고 기분만 나쁘기 때문에 자연스레 다른 사람도 그 사람을 멀리하게 만들었다.
결말
자기가 무조건적으로 옳다는 고집을 가졌던 천둥벌거숭이는 주변 사람이 똥이 더러워서 피하지 무서워서 피한다는 사실도 모르고 미쳐 날뛰다. 온 부대원들이 그 사람을 싫어했기에 불만은 팽배했고 다른 사람이라면 눈감고 넘어갈 행위들도 쌓이고 쌓인 악명과 업보로 인해 그는 비극적 결말을 맞이하게 되었다.
폭언, 욕설, 인격모독 - 성군기 위반 - 지시 불이행 등등 걸릴 수 있는 온갖 혐의로 징계위원회에 회부되고 휴가제한, 부대 전출, 강등(징계위원회에서 줄 수 있는 최고의 형벌 그 이상의 처벌을 위해서는 군사 법원에 회부되어야 한다) 삼중 징계를 맡고 부대에서 사라졌고 부대에는 다시 평안이 찾아오게 되었다. 불만과 피해의식, 자기 중심성으로 가득 찬 반사회성 인간은 징계위원회에서도 자신의 모든 혐의를 부정했다고 한다. 전 부대에서 사람을 그렇게 괴롭히고도 반성의 기미가 없었던 것처럼.
들리는 이야기로는 전출 간 부대에서 휴대폰을 두 개 쓰는 행위(가짜 휴대폰을 제출하고 진짜 휴대폰을 일과 시간, 취침 시간에 사용하는 행위)가 적발되어 또 징계를 받았다고 한다.
알고 보면 불쌍한 존재
그들을 보며 이해못하는 우리를 이해시켜주는 한 문장 '사고방식 자체가 우리와는 다릅니다.' / 출처 : 내셔널지오그래픽
내가 가까이에서 확인한 반사회성 인간의 핵심감정은 불평&불만&억울함이었다. 그들의 기본적인 자세는 '나는 무조건 옳다. 고로 문제가 발생하면 네가 잘못했기 때문이다'라는 스텐스이다. 문제 상황에 직면하면 '나는 옳다! 그러니까 내가 문제를 겪는다면 문제는 외부에 있다!'라고 생각한다. 나에게도 책임이 있다는 의식은 없다는 듯 온갖 울상과 억울함을 온몸으로 표현해된다.
그들은 항상 자신은 가련한 피해자인 것처럼 행동했다. 그리고 피해자가 있다면 가해자도 있는 법이었고 그 타깃은 광범위했다. 이 글에서 나온 반사회성 인간은 주변에 편하게 일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 병사들이었고 그중에서 자신과 비슷한 계급인 사람이나 높은 계급인 사람은 자신이 건들 수 없기 때문인지 괜히 자신보다 낮은 계급에 병사들을 괴롭혔다(전형적인 강약약강의 비겁한 인간). 더 나아가 군대와 사회체계에도 불만이 많아했다. 왜 군생활을 불성실하게 하고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냐고 물어보니 끌려온 것도 억울한데 열심히 할 마음 따윈 없다고 그런 식으로 말했었다. 그리고 이런 식으로 자신은 피해를 받고 있다는 피해의식이 머릿속에 만연하다 보니 비정상적인 행동(화풀이, 수동공격성...)은 피해받는 나를 위한 보상이라는 이상한 논리를 가지고 행동해되었다.
이렇게 보면 어처구니가 없고 이해도 안 되는 너무 짜증 나는 존재였지만 다시 보면 너무 불쌍한 존재이기도 하다. 어떤 멸시와 경멸을 당해왔기에 어린 시절에 어떤 가장 환경 속에 살아왔기에 피해의식으로 가득 찬 건지...
그런 사람이 단편적인 쾌락(스마트폰, 담배, 여자, 편안함...)에 그렇게 집착하고 목숨 거는 것도 어찌 보면 당연한 것 같기도 하다. 그 사람에게 이 지옥 같은 인생의 유일한 도피처는 저급한 쾌락 밖에 없을 테니까. 다른 사람들은 사람과의 유대, 일을 하며 얻는 보람, 성취감 등을 얻어가며 살아가고 있는데 고슴도치처럼 가시를 들이밀며 그 모든 것을 포기하고 살아가다니 오히려 연민이 생길 지경이다.
멸시와 경멸을 당해왔다고 추측한다면 강약약강의 행동양식과 충동성도 이해가 된다. 경멸과 무시를 당해왔던 사람이라면 자존감은 바닥을 칠 것이 분명하고 자신에 대한 인식도 <난 나약하고 하찮은 존재> 일 것이다. 내면은 황폐하고 공허하고 부족할 것이다. 이런 사람은 자신의 열등감을 극복하기 위해 약자를 깎아내리며 자신의 우월성을 확인하는 방식으로 자신의 결핍을 채우려고 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가진 것도 적으니 남들은 웃어넘길 작은 농담과 공격에도 그 우발적인 행동과 공격적인 행동도 당연한 것 같다.
훌륭한 반면교사 : 반사회성 인격장애
작은 개가 더 크게 짖고
빈 수레가 요란하며
충만하지 않은 물통이 시끄럽다.
이젠 반사회성 인격장애인 사람을 보면 분노의 치와와가 생각난다 / 출처 : 인벤
미지의 존재는 공포와 두려움에 존재이지만 이런 심리를 확인해보니 오히려 비웃음과 동정이 갈 지경이다. 우리가 앞으로 사회에서 이런 소시오패스&자기중심적인 인물을 보면 자존감 떨어지는 불쌍한 인간이라고 여기고 멀리 떨어지는 것이 정신건강에 좋지 않을까 싶다.
그리고 우리도 저런 내면에 결핍이 가득하고 열등감 가득 찬 인물이 얼마나 추한지 알았기 때문에 저급한 쾌락과 우월성을 추구하기보다는 안정적인 내면세계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게 올바른 선택이지 않나 생각해보는 하루이다.
나만의 소시오패스/사이코패스 판단 체크리스트
자신의 쾌락과 이익을 위해 규율과 규정, 법칙을 어기는데 거리낌이 없는 모습, 도덕성이 결여된 모습을 보이는가?
불평과 불만, 원망, 분노를 드러내며 사회구조나 특정 계층, 사람에게 불만이 많은가?
자신은 옳고 당신은 틀렸다는 자기중심적인 모습을 보이고 꼬투리를 잡으며 다른 사람의 존재를 부정하는가?
특정 부분에서 열등감을 드러내는가? (학력, 연인관계, 돈, 권력...)
사소한 부분에 집착하며 원망과 복수심을 불태우는 광기를 보이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