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개팅 상대와 독자의 공통점

#솔직하게 글을 쓸 용기

by 창업하는 선생님

‘어디에서 사세요?’, ‘아 거기요… 잘 모르는 동네라 ㅎㅎ;;’, ’몇 학년 담당이세요‘, ’6학년 맡으셨구나. 얘들 말 잘 안 듣지 않아요?’


딱딱하게 굳어 있는 몸, 긴장한 듯한 표정은 남자가 여자에게 여간 관심이 없진 않다는 것을 말하고 있었다. 첫 만남에 남녀의 어색함은 당연한 것이다. 이는 대화로 풀어나가면 얼어붙은 분위기가 언제 그랬냐는 듯 녹기 마련이지만 남자는 대화에서 연신 헛물만 들이킨다.


’최근에 영화 xx 보셨어요?‘, ’아… 안 보셨구나..’, ‘그러면 취미가 어떻게 되세요?’, ‘운동이요? 저도 운동하는데…’


남자의 상대에게 좋게 보이고 싶은 마음과 여자에게 이리저리 눈치 보느라 하지 못한 말들과 생각들은 무자비한 백정의 칼 마냥 대화를 툭 툭 끓어버렸다. 거기에 피상적이고 주변만 맴도는 대화 주제는 소개팅 자리를 순식간에 면접장으로 만들었다. 핵심을 꿰뚫지 못한 소통 탓일까? 여자는 시계를 보길 시작했고, 책상 위에 올라와 있던 두 손을 두 다리 사이로 숨겼다. 몸은 남자보단 딱딱한 등받이가 더 편하다는 듯 의자로 기울어졌다. 리액션도 기계적으로 바뀌었다.


’뭐 그렇죠 ㅎㅎ‘, ‘아….네…‘


예상했다시피 남자의 소개팅은 여자의 ‘좋은 상대 만나세요.’라는 짧은 카톡 한 줄과 함께 끝이 나버렸다.




이야기는 저의 첫 소개팅 경험에 약간의 각색을 가미해 만든 글입니다. 저는 소개팅 상대가 첫 만남에 꽤나 마음에 들었고 잘 보이고 싶었어요. 그러니 대화는 안전한 주제로만 이어지고 상대방의 물음에 대한 답도 시시하고 사회의 통념에 벗어나지 못한 말들이었어요. 지루하고 관습적인 소리만 내뱉는 앵무새. 그게 바로 저였어요. 하지만 뚜렷하게 자신만의 개성을 뽐내는 사람들로 가득 찬 이 세계에서 사회가 허용한 이야기만 하는 태엽돌이 인형을 좋아할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독자도 마찬가지인 것 같아요. 기성의 관념을 재생산하는 시시한 스피커 앞에서 독자는 금방 흥미를 잃어버립니다. 그러면 독자는 작가와의 만남을 끝마치고 다른 글을 만나러 갑니다. 그래서 소개팅 상대와도 같은 독자를 잡아두기 위해선 그 사람에게만 볼 수 있는 ‘고유한 글’들을 써야 해요.




그러나 기존 지배 규범 속에 갇힌 제도권의 우리들은 스스로 생각하는 법을 잃어버렸어요. 자신의 목소리가 어떠한지 잊어버렸어요. 대신 기존의 통념에 따라 말하고 글 쓰고 움직이는 흉내쟁이가 되었습니다. 스스로를 드러내면 금방이라도 선생님에게 혼이라도 날 듯 감히 입을 열지 못해요. 안전한 말만 골라 하는 겁쟁이, 우리는 그것 사회화된 인간이라 자축하는 것 같아요. 깊이 있는 이야기를 하면 진지충이라는 비판을 받을까 두려움을 느끼고… 힘들고 고통스러웠던 가정과 학교에서의 경험을 내뱉으면 쏟아질지 모를 날카로운 선입관에 또 두려움을 느끼고… 기존 체제를 뒤흔드는 도전적인 물음을 내뱉으면 사이코패스, 사회 부적응자라 낙인찍힐까 두려움을 느낍니다.




그러나 위험하지 않은 것은 예술이 아닙니다. 둥근 돌을 깎아 모난 돌이 되어야 하는 것이 작가 예술가라고 생각해요. 오히려 솔직한 글, 내밀한 자아, 추잡한 욕망과 상처를 드러냄은 독자를 매료합니다. 가정폭력, 왕따, 차이고 바람맞은 내 경험 / 해야 할 과가 있어도 틱톡 쇼츠나 바라보는 나의 한심함 / 눈 꼴사나운 인간군상에 대한 도전적인 감상 등등. 우리보다 유려한 문장을 써 내려갈 수 있고, 이혼 - n수 등 특별한 스펙을 가지고, 전문적 지식을 가진 사람들은 많지만 내 삶과 배경, 생각, 나의 감성에 있어서 내가 최고의 전문가입니다. 화자의 솔직함은 독자의 어스름한 느낌을 단호한 언어로 구체화해줘 대리 만족, 카타르시스, 속 시원함을 제공합니다. 화자의 글은 독자를 비추는 거울이 되어 독자의 공감을 일으킵니다. 나 자신을 사랑하듯 날 비춰주는 글에게 독자가 애정을 느끼는 것은 당연지사입니다. 또, 겸손함을 가장한 자신감 없음보다. 깨지고 부셔지더라도 거침없이 걷는 사람을 더 사랑합니다. 약점과 상처를 숨기기 위해 완벽한 ‘척’하는 연기자보다 서툴지만 뚜벅뚜벅 걷는 사람, 칠전팔기의 자세, 무릎 꿇어도 다시 박차고 일어나 들이받는 인간을 보고 애정을 느낍니다. 우린 완벽한 신보다 나와 같이 흠 가진 인간의 투쟁을 보고 현재를 살아갈 용기를 얻습니다.




그러니 글 속에서라도 나의 상처를 드러내고 스스로를 직면해 보는 게 어떨까요? 글로 자신을 솔직하게 드러내는 것은 강력하고 후련한 경험이 됩니다. 우리의 생각과 감정을 건강하게 처리하고 나와 세상 속 나의 위치를 이해하도록 돕는 도구가 됩니다. 이렇게 나를 용기 있게 표현함을 반복하면 우린 사회와 대중을 꿰뚫는 통렬한 비수로 거듭납니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