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매일 해외여행을 갈 수는 없으니까
일상이라는 단어의 뜻 자체가 사실 '반복되는 생활'인 것을... 나는 가끔 그 일상이 견디기 힘들 만큼 지루하게 느껴진다. 직장을 다닐 때에는 일 년에 한두 번 해외여행을 가며 그 지루함을 달래곤 했다. 일부로 관광지를 피해서 정보가 적은 곳을 골라서 다녔다. 몽골이라던가, 캄보디아, 이르쿠츠크라던가... 일상에서 벗어난 작은 일탈들의 맛이 얼마나 짜릿하던지. 하지만 다시 일상으로 돌아왔을 때에는 마치 아무런 일도 없었던 것처럼 허무해지곤 했다.
처음 캐나다에 왔을 때에는 새로운 상황에 정신이 없고 어려워서, 무료하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하지만 생활 패턴이 반복되고, 반복적으로 해야 할 일들이 생기면서 답답한 마음이 커지기 시작했다. 해외에 있어도 해외여행을 가고 싶은 이상한 마음. 어쩌면 과거에 나도 해외에 가고 싶었던 것이 아니라 삶의 반경을 벗어나고 싶었던 것일지도 모르겠다.
일상이 지루해지면서, 무언가를 자꾸 소비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곤 했다. 매일매일이 똑같으니, 새로운 것을 사는 행위 자체로 위안을 삼아보려는 마음이었다. 새로운 물건을 통한 기분 전환은 정말 일시적이었다. 정말 필요했거나 가지고 싶었던 것들이 아니라 소비 행위 자체에 초점이 맞춰졌다 보니, 물건들에는 애정이 생기지 않았다. 그러다 보니 그 물건들이 내 공간 안에 들어와 있는 것이 오히려 스트레스가 되는 악순환이었다.
삶에 새롭고 자극적인 것들을 계속 넣어줄 수 있다면 참 좋겠지만, 이것이 언제나 가능한 것은 아니라는 걸 느낀다. 가끔은 무언가를 진득이 쌓아 나가야 하는 과정들이 꼭 필요하니까. 또 가끔은 무언가를 견디는 과정들이 필수적이니까. 그래서 요즘은 내가 일상에서 통제할 수 있는 손쉬운 것들을 바꾼다. 가령 내가 듣지 않았던 장르의 플레이리스트를 듣는다거나, 옷장 깊숙이 놓여있던 니트를 꺼내 입어본다던가. 귀엽다고 생각만 했던 식빵 모양 시리얼을 사서 먹어본다던가. 새로운 맛의 베이글을 사본다거나. 너무 사소해서 나만 알 수 있는 이런 귀여운 변화들을 만들어본다. 새로운 니트를 입은 내 모습이 색다르게 느껴져서 어깨가 으쓱한다던가. 메이플 프렌치토스트 맛 베이글에 점심시간이 기대된다면 성공이다!
나는 통제할 수 없는 상황 속에 놓여있다고 생각이 들 때, 무력해지면서 지루함을 느끼곤 한다. 매일매일 짜릿한 일탈을 할 순 없지만, 일상의 작은 것들을 내 의지대로 바꾸면서 삶에 대한 통제 감각을 되찾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