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다운게 뭔데?
올해 상반기 캐나다로 간다. 이걸 기점으로 좋든 나쁘든 많은 변화가 있을 것 같다. 요즘 하루의 대부분의 시간은 내가 뭘 좋아하고, 뭘 해야 할지 생각하며 보낸다. 자아와 진로 탐색은 10대 때 하는 건 줄로만 알았는데, 아직까지 하고 있다니... 19살 때의 나로 돌아간 것 같다. 엄마에게 물어보니 엄마도 여전히 고민 중이라고 하니, 이건 평생의 숙제인 걸까
직장을 그만두면서 발달장애 치료 쪽으로 공부하고 전문성을 쌓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간 아이엘츠를 보고, 관련 준석사 프로그램에 지원했다. 지원 시기가 조금 늦은 감이 있고, 우선 선발 대상(관련 학과 학사)이 아니다 보니 결과에 그다지 낙관적이지는 않다. 하지만 어쨌든 내가 할 수 있는 선에서는 최선을 다했고 후회는 없다.
20대 때 내가 만들어온 커리어와 학업과는 다른 방향이다 보니, 한걸음 한걸음 나아갈 때마다 턱턱 막히는 게 아주 고행길이다. 쉽지 않을 것이라는 건 알고 있었는데 생각보다 더 막막한 순간들이 많다. 나는 경영학과를 나와 마케팅과 기획 쪽 일을 했는데, 새롭게 공부하고자 하는 분야의 대학원/준석사 프로그램들은 관련 학사학위(심리학, 교육학, 사회학 등)가 없으면 지원조차 불가능한 경우가 많다.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 보니 고등학교 때의 내가 생각났다. 나는 심리학과에 가고 싶었지만, 고3 때 경영학과에 지원하기로 결정했다. 많은 사람들이 하는 선택을 따라가는 게 덜 무섭고, 취업이 잘 된다는 말이 왠지 그럴듯했기 때문이다. 내가 스스로를 기만한 대가를 치르고 있다는 생각을 종종 한다. 내가 좋아하는 것이 아니라 남들이 좋아하는 것을 선택했고, 스스로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 더 들여다보지 않은... 내가 자초한 이 결과들을 나중에 수습하는 것은 배로 힘들다는 것을 깨달았으니, 더 이상 스스로를 속이고 기만하는 짓은 하지 말아야지.
무슨 일이든 계획대로 되지 않는 경우가 더 많고 모든 선택은 언제나 크고 작은 후회를 남기기 마련이니, 스스로를 의심하는 짓도 그만해야겠다. 결말이 어떻게 나든지 나는 또 무언 가를 하고 있을 것이고 또 무언가가 되어 있겠지. 다른 방법이 없을 때에는 그저 열심히 사는 수밖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