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리는 것도 연습이 필요하다
퇴사 후 지원했던 학교에 붙었다. 그토록 간절히 원했던 것이 이루어지는 순간. 하늘을 날 것 같은 기분일 줄 알았는데, 이토록 보통의 기분이라니. 뭔가 잘못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주위에서는 내 일처럼 축하해주었다. 그런데 칭찬과 축하를 받으면, 왜 자꾸 ‘아니’라는 말이 먼저 나오는지. 다른 사람들의 격려와 응원을 왜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질 못하는지.
“아니, 사실 그리 대단한 게 아니고...”
“아니, 사실 별건 아니고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라서…”
이런 내 자신을 겸손함으로 포장하기엔 마음 한편이 찝찝했다. 마음을 불편하게 만드는 것이 있다면, 항상 그곳에 뭔가가 있다. 그래서 내 마음을 좀 더 들여다보기로 했다.
사실 나는 내가 이룬 것을 타인에게 부정당하거나 비난받는 것이 두렵다. 그래서 미리 기대치를 깎아 놓는다. 누군가 칭찬을 하면, 대단한 게 아니라고 한다. 스스로를 평가절하하면서 타인에게 부정당하는 연습을 한다. 그러면 훗날 누군가 실망스러운 말을 해도 타격을 덜 받기 때문이다.
사실 나는 현재보다는 미래에 매달린다. 이미 이뤄 놓은 것은 당연하게 치부해버리고, 그다음 단계를 위한 계획을 세운다. 내일 할 일을 생각하며, 지금 이 순간에 느낄 수 있는 감정을 누리지 못한다. 그래서 누군가가 축하 인사를 건네면, '앞으로가 시작'이라며 한숨을 쉰다.
매사 이런 식이라면, 내 삶에 만족할만한 순간은 영원히 존재하지 않을 것 같아 서글퍼졌다. 기쁨과 성취감은 주어지면 그냥 느낄 수 있을 것 같지만, 사실 그렇지 않다. 좋고 귀한 것도 잘 누리기 위한 연습이 필요하다. 칭찬과 축하를 건강하게 받아들이기 위해, 나는 몇 가지 규칙을 정하고 연습해보기로 했다.
성취와 성공의 기준이 타인에게 맡겨질 때, 타인의 말은 굉장히 크고 중요하게 느껴진다. 그러나 그건 너무 가변적이고 통제 밖의 일이다. 나의 기준이 확실할 때, 타인의 평가는 더 이상 나를 상처 줄 수 없다. 그러니 내 안에 성과 기준을 명확하게 두고, 스스로 격려해주는 시간을 충분히 갖자. 다른 이의 칭찬과 축하는 여유있게 받아들이고.
‘미래에만 매달리는 사람의 가장 친한 친구는 불안’이라는 말을 어느 책에서 본적 있다. 삶은 현재가 모여 만들어진다. 그러니 미래의 염려에 압도돼서 지금 이 순간을 홀대하진 말자. 격려와 응원은 즐겁고 감사히 받아들이고.
여유, 한가로움, 설렘, 만족감 등... 내가 삶의 즐거움을 충분히 누리지 못했던 것은 시간과 돈. 외부 자원의 문제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막상 그것들이 어느 정도 주어졌을 때에는 어쩔 줄 몰라하는 내 자신을 발견했다. 아직 나에게는 연습이 필요한 사소하고도 중요한 것들이 많다는 것을 발견했다. 그렇게 나의 안식년은 시작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