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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언니 Aug 22. 2023

내 몸 하나 뉘일 수 있는 공간

1인 가구에게 집이란


(이 글을 본다면 내 측근들은 의아할 수 있겠지만) 나는 뷰티와 패션에 꽤나 관심이 많은 사람이다. 건축물이나 인테리어 구경도 좋아한다. 그래서 엄마랑 쇼핑하는 게 즐거운 건가. 무튼 모든 관심사를 얘기하면 할 말이 많아질 것 같으니 오늘은 하나만.


인테리어에 관한 얘기다.


20대 중반 지방에서 서울로 올라오게 되면서 독립된 내 방의 공간을 넘어선 집을 갖게 되었다(물론 아주 내 집은 아니었지만). 여러 가지를 고려하며 후보 집들을 보는데 집집마다 어쩜 그리 돈값들을 하는지. 마음에 드는 집들은 내가 넘볼 수 없는 금액대였다. 최종적으로 합의된 집에서 그 공간이 주었던 낯선 기분은 아직도 생생하다. 서울의 첫 집에서 생각보다 오랜 기간을 살고서 좀 더 확장된 지금의 공간에서 지내고 있다. 산뜻한 상태의 건물에 보안과 방범이 잘 되는 내 (전세)집.


어릴 때부터 집에 대한 로망이 있다면 서재를 가지는 것이었다. 천장까지 쌓은 책들과 함께 하루종일 앉아서 보고 보고 또 봐도 편안한 의자. 디저트와 간단한 식사까지 한 큐에 가능한 넓은 테이블. 고개를 들면 환기되는 초록 빛깔의 식물과 꽃까지. 조금은 정적이고 차분하게 보내는 시간 속에 미래를 그려보며 부스터를 올리고 이러한 에너지가 커리어우먼으로 흘러가는 선순환의 하루들.


다음으로 도파민 뿜뿜하는 옷장, 가방과 신발들, 그리고 전신거울. 은은하게 나는 기분 좋은 향까지 세팅되어 있다면 더할 나위 있을까. 이어지는 욕망들은 침대로 넘어와 폭식 폭신하게 낮은 베개와 내 편이 되어주며 쓰담쓰담해 줄 것 같은 이케아 인형(이름도 있어요 여러분). 묵직한 도자기 찻잔세트에 시원한 아메리카노로 시작하는 아침까지 맞이한다면 후후. 생각만 해도 행복해지군요.


이 모든 게 현실로 이루어지려면 대저택으로 들어가셔야 하는 거 아닙니까? 라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딱 20평(?) 정도면 충분할 것 같다. 언제까지 1인 가구로 살아갈지는 모르겠지만, 역시 글로 써보니 부지런히 살아야겠구나 하는 생각이 절로 드는 저녁이군요. 이번 주말은 대청소해야지 하며 달력에도 조그맣게 적어본다. 집의 구석구석을 돌아보며 버릴 건 없는지, 채워야 할 건 무엇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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