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고 돌아 마음이 원점인 날
해가 훤히 뜨는 아침을 맞이하면서
와 이건 좀 아니지 않나
하고 마음이 소리치는 날이 있다.
그 모든 화살이 나에게 올 때의 공허함과
이유 모를 배신감 마저 드는 당혹감.
이런 마음이 드는 날이면 두 가지이다.
해야만 하는 일정이 있는 날이면 울고 있는 마음은 잠시 내려놓고 기계적인 이성으로만 반응할 수 있도록 마음을 갈아 끼우고 집을 나선다. 이 날은 하늘을 봐서도 안되고 지인들과의 연락도 최소한으로 해야 한다. 그저 하루가 무사히 지나갈 수 있기를 바라며 톱니바퀴를 돌고 돌린다. 집에 있어도 되는 날이라면 좀처럼 침대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진다. 나중에 봐야지 하고 저장해 두었던 영상들도 볼 마음이 없어지며 창문 사이로 보이는 풍경을 하염없이 쳐다보며 하나의 생각만 떠오른다.
왜 이렇게 있지.
왜 이렇게 살지.
언제까지 이래야 하는 거지.
이런 질문의 답은 바로 할 수 없다는 거 알잖아.
깨고 나와야 해. 하고 마음이 응원해 주지만 몸뚱이는 가만히. 가만히. 있다.
부모님의 사랑에 안전한 가정의 테두리 안에서 성장했으며 30대 중반을 달려오며 크게 아픈 곳 하나 없으며...
아 작년을 한 달 남겨놓은 겨울. 몸과 마음이 갈기갈기 찢어지는 일이 있긴 했다. 이후로 인생의 폭풍우가 휘몰아친 건 아니지만 여기서 받은 타격감에서 못 벗어나고 있다. 더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면 잘 흘러갈 일이지만 이 터널을 지나는 모든 시간에서의 분리가 어렵다. 이전까지의 어두운 일들은 주변의 누군가와 공유할 수 있는 정도였다. 쉽진 않지만 힘듦을 나누기도 하고 아픔을 위로받기도 하였으며 한 마디의 응원에 꽤나 오랜 시간 힘낼 수 있는 동력이 되기도 했다.
지금의 이 터널은 누군가와 나눌 수 없는 일이라 여겨지고 있기에 마음속에서 자라고 자라 무거워지고 그 무게가 나를 짓누르고 있는 것 같다. 이 괴로움에도 데드라인이 있는 거라면 이렇게 버겁지는 않을 텐데. 라는 생각을 거의 매일. 했다. 힘든 터널을 지나온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들으면 그래도 그게 더 괜찮은 일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면 오만이자 이기심일까.
여전히 답을 찾을 수 없고 그렇기에 움직일 방법도 없는 이 시간과 이 하루를. 숨 쉬며 버티고 있다.
때로는 물리적인 시간의 끝이 다다른 시점에서야 겨우 알 수 있는 일도 있겠지. 하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