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슬픈 예감은 틀리지 않나요
주말 아침이다.
식당이나 카페 어딜 가도 북적북적해지는 주말이니
지인들과의 만남이 있는 게 아니면 집순이를 자처한다.
이 고요함.
이 적막함.
사랑한다.
나... 집순이 맞나 보다.
왜 때문인지 이 날은 한 주 내내 비가 오기도 했고
모처럼 빗소리 들으면서 책이나 읽어볼까 하는 마음에 주섬주섬 챙겨나가려는 찰나
어라 ?
몸에서 찌릿함이 타고 왔다.
부정하고 싶었지만 다년간의 경험으로 볼 때
잠자고 있었던 허리 염증이 재발한 것 같았다.
아픈 건 예고도 눈치도 없는지.
고작 주말 이틀이 흘러간 월요일 아침인데
일어나는 거부터 벅찬 통증과의 전쟁이 시작되었다.
아 맞다.
일상이 멈춘다는 건 이런 기분이었지.
별 탈 없이 살아가는 게 얼마나 큰 축복인지 어디 하나 고장이 나야 깨닫게 되는 슬픈 섭리. 길고 긴 코로나 시대를 살아봤음에도 일상이 멈춘다는 건 꽤나 묵직하게 다가오는 체감이다.
온몸의 감각에 이렇게 집중해 본 적이 언제였던가.
바쁘다는 핑계로 줌바학원을 그만두고
헬스장에서 바른 자세로 운동할 거라며 결국 아무 운동도 안 하고 있었던 몸뚱이에 대한 역사가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간다.
이럴 때일수록 자책하지 말고 서럽게 있지만 말고
씩씩하게 뭐라도 하자는 마음으로 책상 앞에 앉아있는 지금.
' 나 글을 좀 써야 할 거 같다.'
는 마음이 요동치기 시작한 것이다.
무라카미 하루키가 어느 날 야구장에서 문득 "그래, 나도 어쩌면 소설을 쓸 수 있을지도 몰라." 하는 생각이 들었을 때 곧장 집으로 가서 쓰기 시작한 글은 재즈바(Bar)를 운영하면서도 계속되어 지금의 하루키를 만나게 되었다지만. 나와는 고작 시작점이 비슷하다 우길 수 있겠지만 이후로 어떻게 흘러갈지는 알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지만.
일상을 글로 써보고 싶다는 마음을 꺼내본 날의 흔적을 오늘, 에서야 꺼내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