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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언니 Aug 18. 2023

나도 무라카미 하루키 이야기를 좀 해볼까나

기억의 조각들을 이어나가다 보면 스토리가 되겠지


글을 써볼까 하는 마음은 어릴 때부터 막연하게 가지고 있던 생각이었다. 다들 책 좀 읽었다 하시는 분들은 '나도 한번 써볼까?' 하는 마음이 드는 딱 그 정도의 허들. 이왕 이렇게 시작한 거 책에 대한 역사를 되돌아보는 거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엄청난 학구열을 자랑하는 아빠의 꿈은 우리 삼 남매를 서울대에 보내는 거였다.

인 서울 아니고 서 울 대.

모든 학습은 책에서 시작된다는 아빠의 교육관에 따라 학교에서만 받았던 독서 스티커는 우리 삼 남매의 부스터가 되었다. 한 권씩 읽을 때마다 붙일 수 있는 별스티커는 목표한 권수를 돌파하면 미미의 이층집을 선물로 받을 수 있다는 말씀. 최소한의 양심으로 완독만은 지켰던 나는 학교 도서관에서 '제일 얇고 큰 글씨, 그림 많은' 책부터 줄 세우기 시작했다. 의아했던 건 스티커 받으려고 하는 완독의 행위에 성취감이 들기 시작했던 것이다. 위인들의 이야기나 내 친구 같은 곰돌이 푸 이야기가 하나둘씩 스며들면서 다른 친구, 다른 사람의 이야기가 궁금해졌다. 오호라 이것이 자발적 학습의 선순환인가. 시간이 흘러 대학생이 되었고 제일 먼저 가본 도서관의 아우라는 실로 엄청난 것이었다. 고서적 특유의 책 냄새가 좋아진 건 이때부터였는지. 스무 살. 순수하게 책 읽는 게 진심으로 좋았던 찬란한 시간들이었다.


이쯤이었던 것 같다. 도서관 게시판에 붙여진 베스트셀러 리스트에 노르웨이 숲을 본 게.

유명한 책 정도는 섭렵해야지 하는 허세 가득한 마음으로 읽기 시작한 책은 어느 날 읽어나간 두께를 보고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이만큼이나... 읽었다고?? 지인이 친구의 친구 얘기래 하면서 해주는 말들을 그저 들은 거밖에 없는 기분이었는데. 나 쫌 대단하다. 이만큼 두꺼운 책을 다 읽어버렸어!


비평가들 사이에서 무라카미 하루키 스타일은 호불호가 나뉘기도 하지만 이후 무라카미 책들은 내 인생에서 크고 작은 영향을 받으며 잔가지로 뻗어나갔다.


어느 작가들처럼 내게 끼친 영향력에 대해서 풍부하게 설명할 자신은 없지만

무라카미 아저씨처럼 달리기나 해 볼까 기웃기웃 거리다 러닝화만 모셔두고

라오스로 떠나볼까 하며 여전히 항공사이트만 구경하고 있지만


하루키처럼 또 책에 나오는 인물들처럼

살 수 있고 생각할 수 있구나 하는 파장은

내 몸에 아로새겨져 있는 그의 말말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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