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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억수집가 Jun 30. 2020

그런 날...

이게 모두 코로나 때문이야!

지난 주일 교회 1부 예배를 다녀오니 현관에 엄니 신발이 벗어져 있다.

울 엄마는 보통 2부 예배를 가시는데 평소 때라면 내가 교회에서 돌아오는 시간에 엄니는 집에 없어야 한다. 그럼 뭐지? 내가 집을 나설 때만 해도 엄마는 잠자리에서 일어나지도 않았는데 나 모르게 서둘러 1부 예배를 드리고 온 걸까? 설마......


나중에 얘기를 들으니 엄니는 집을 나섰다 버스 정류장에 거의 도착할 즈음 하필 마스크를 하지 않은 게 생각이 나 집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었다. 마스크를 하지 않으면 버스를 탈 수 없으니 어쩔 수 없는 일이다. 그런데 웬걸, 그렇게 마스크를 하고 다시 집을 나섰는데 이번엔 버스 카드를 두고 나온 것이 생각이 나더란다. 교회로 가는 버스는 2분 후에 오는데. 결국 포기하고 집으로 돌아온 것이다. 집과 버스정류장의 거리는 5분 정도 거리밖에 되지 않지만 노인이 두 번을 왕복한다고 생각해 보라 쉬운 일이 아니다. 평소 산책하는 것도 아니고 버스 놓칠까 봐 조바심 내며 걸었을 테니 결국 교회를 못 가겠다고 생각했을 땐 맥이 다 풀려 버렸던 것이다.


가끔 그런 날 있긴 하다. 뭔가의 습관이 몸에 익히려면 최소한 21일이 걸린다던데 우린 벌써 6개월 넘게 코로나로 몸살을 앓고 있다. 이쯤 되면 마스크는 이제 아예 내 피부라고 생각할 때도 되지 않을까. 그런데 하필 결정적일 때 이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것이 뒤통수를 칠 때가 있다. 그렇지 않아도 나도 그런 날이 있을까 봐 외출할 때면 신경을 곤두세우곤 한다. 그것을 엄마한테서 보게 되다니. 그게 꼭 노인이 정신이 없어서만이라고 할 수 있을까. 어쩌면 우리 무의식 속엔 아직도 코로나와 마스크를 거부하고 싶은 마음이 있는가 보다. 아니 당연히 이건 우리의 일상이 아니니.  


그렇다면 버스카드를 두고 나오는 걸 무엇으로 설명할 수 있을까? 나도 오래전부터 몇 년에 한 번씩은 그런 실수를 범하고 살고 있다. 당연히 주머니에 있을 거란 생각에 생각하기 조차 필요 없는 이 당연함 이주는 오류가 그런 건 아닐까. 우린 어쩌면 그렇게 당연함과 거부 그 어디쯤에서 왔다 갔다 하면서 사는지도 모르겠다. 


코로나가 종식되는 때를 생각해 본다. 그땐 반대로 마스크를 했다가 아, 코로나 종식됐지 하며 얼른 마스크를 벗게 되겠지? 아, 과연 그런 날이 올까? 지금은 감히 상상이 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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