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Y 2 두 번째 이야기
이거시 아이슬란드인 건가!
싱벨리어 국립공원을 가는 내내 불안했다. 차창을 적시다 못해 때리는 굵은 비는 좀처럼 멈출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이대로라면 오늘 일정을 마치기도 전에 생쥐꼴이 될 것만 같다. 도중에 포기하고 돌아와야 할 수도 있는 최악의 상황이었다. 설상가상으로 국립공원에 가까워질수록 빗줄기가 더 굵어진다. 한 치 앞도 볼 수 없는 도로 상황. 운전하는 정피디는 긴장감으로, 그 옆자리 이작가는 날씨에 대한 걱정으로 차 안은 정적이 맴돌았다.
그렇게 말없이 달려가길 한 시간. 도로 위 노란 표지판에 드디어 싱벨리어 국립공원이 보이기 시작했다.
드디어 아이슬란드 여행 첫 번째 스팟. 싱벨리어 국립공원에 도착했다.
누군가 말했다.
싱벨리어 국립공원의 어마 무시한 자연경관을 보고 나면 그 위대함에 아무 말도 할 수 없을 거라고.
우리 역시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 다만 자연경관이 아니라 날씨 때문이었다는 게 차이점이랄까. 비는 잠시 그칠 것처럼 잦아들었지만, 안심하는 우리를 비웃기라도 하듯 싱벨리어 국립공원에 도착하자마자 다시 굵어지기 시작했다. 앞서 들어갔던 관광객들은 이미 비에 푹 젖은 채 출구를 빠져나오고 있었다.
우리도 서둘러 우비를 챙겨 입고 공원 안으로 발걸음을 재촉했다.
튼튼한 한 개의 우산보다 가뿐한 우비 한 장이 더 효과적이다.
아이슬란드의 비바람은 상하좌우 가리지 않고 사정없이 내리치기 때문에 어차피 우산을 펴봐야 뒤집어지기 일쑤. 때문에 우산은 추천하지 않는다. 우비는 잘 찢어지는 일회용 비닐 제품보다는 여러 번 입을 수 있는 튼튼한 것으로 챙기는 것을 추천한다. 실제로 매서운 비바람은 일회용 비닐 우비를 사정없이 찢어버렸고, 30분도 되지 않아 너덜너덜해져 새 것으로 갈아입어야 했다.
여기에 하나 더.
우비는 팔을 집어넣는 외투 형식보다는 망토처럼 몸 전체를 덮는 판초우의를 더 추천한다. 입고 벗기가 수월해 외투 형식보다는 더 활동적이기 때문. 거기에 물에 젖지 않는 고어텍스 재킷과 바지를 준비한다면 금상첨화! 여행 내내 축축함 없이 뽀송한 상태를 유지할 수 있을 것이다.
실제로 여행에서 만난 사람들 중 대부분은 우비조차 걸치지 않고 고어텍스 재킷을 입고 재킷에 달린 후드만 쓰고 돌아다니는 걸 종종 볼 수 있었다. 어찌나 부럽던지!
The DeadMan Walking_싱벨리어
세찬 비와 궂은 날씨 때문인지 생각보다 사람들이 많지 않았다. 불안할 정도로 텅 빈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공원 안쪽으로 걸어갔다. 입구는 아무것도 없는 벌판에 깔아놓은 발판이 전부. 이것이 아이슬란드의 자연이라는 건가. 그렇다기에는 너무 심심하다. 계속 걸어가며 ‘여기 제대로 온 게 맞나’라는 생각마저 들 때 즈음, 그 생각에 답이라도 하는 듯 광활한 벌판이 눈 앞에 확! 펼쳐졌다.
저 멀리 끝도 보이지 않는 넓은 초원과 그 사이를 유유히 흐르는 강. 그리고 길 양 옆으로 높게 솟아있는 돌산.
돌산은 지구를 이루는 판의 경계였다. 우리는 판의 경계를 걷고 있었다.
한쪽은 유라시아, 그리고 반대편은 북아메리카. 두 개의 판이 만나는 이곳은 매년 1mm씩 그 경계가 멀어지고 있다고 한다. 초원을 흐르는 강 역시 판의 경계가 벌어지며 안에서 흘러나온 물이라고.
중고딩 시절, 책에서만 볼 수 있던 자연현상을 직접 눈으로 목격하게 될 줄이야! 안으로 걸어 들어갈수록 지구의 중심으로 파고드는 것만 같았다. 세차게 내리는 비마저 경이로웠다. 분명 오기 전에 싱벨리어 국립공원에 대해 열심히 알아보고 왔건만, 그 어떤 것도 생각나지 않을 정도로 공원은 평화롭고 고요했다. 들어서자마자 여기저기 풍경을 찍은 핸드폰도 주머니 속으로 들어간 지 오래.
우리 두 사람은 말없이 길을 따라 걸으며 온 몸으로 아이슬란드 자연을 만끽했다.
20분 정도면 돌아볼 수 있을 것 같았던 싱벨리어 국립공원. 문득 시간을 확인하니 1시간이 훌쩍 지나있었다.
하지만 다 돌아보기는커녕 절반도 채 보지 못한 상태였다. 초입에서 우리를 놀라게 한 돌산과 폭포, 무지막지한 풍경들을 보느라 이렇게 시간이 훌쩍 흘렀는지 알지 못했다. 조금만 더 가면 될 것만 같아서 계속 걸었지만, 좀처럼 끝은 나오지 않고 빗줄기는 점점 거세지기만 했다.
아이슬란드에서의 첫 여행지였던지라 잔뜩 기합을 넣은 채 출발했지만 이 무자비한 자연 앞에서는 속수무책이다. 아직 게이시르와 굴포스도 가봐야 하는데 체력은 훅훅 덜어지고 피로감이 몰려온다. 게다가 몰아친 비가 찢어진 우비 사이로 파고들어 외투는 흠뻑 젖어 우리를 더 처지게 하고 있었다.
이대로 가다가는 골든 서클은커녕 여행 전체를 접어야 할 지경. 결국 우리는 꼭 다시 오기로 하고 다음 장소로 떠나기 위해 돌아와 차에 올라탔다. 따뜻한 히터 바람에 옷과 몸을 녹이며 다음 장소인 게이시르로 향했다.
이작가 SAYs, 너와 내가 하나 되는 순간
인스타그램에 여행의 순간들을 하나하나 올리고 있다.
그때의 감성을 잊지 않고 남겨두고 싶은 마음에. 같은 곳을 들렀던 여행자가 이 사진을 본다면 그때의 추억을 한 번 떠올릴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 차곡차곡 업로드 중이다.
단순히 올린 사진이 좋아서 좋아요를 눌러주시는 분들도 있고, 그곳으로 여행 가고 싶다며 부러워하는 분들도 있다. 어느 날 이름 모를 팔로워가 하나의 댓글을 남겼다.
서로 시간은 다르지만 그와 우리는 같은 장소에 있었고 같은 느낌을 간직했다.
비록 일면식조차 없는 낯선 사이지만 사진 한 장만으로도 같은 감성을 가지게 되는 것. 이것이 바로 여행을 사랑할 수밖에 없는 이유일 것이다.
여행은 지금 이 장소와 여기에서 머물렀던 시간들을 타인과 공유하는 것이다.
내가 지금 밟고 있는 이 땅은 천 년 전에도 어떤 이가 걸었던 곳이고 천 년 후에도 어떤 이가 걸어갈 것이다. 그리고 비슷한 감정과 추억을 공유하게 되겠지.
다음 여행에서는 또 어디에서 어떤 누구와 이 은밀한 경험을 공유하게 될까.
그 두근거림에 또다시 배낭을 꾸리게 된다. 그렇게 떠나게 된다.
여행 좀 다녀본 당신들은 알 것이다, 유럽의 유료 화장실 문화.
한국이야 가게 사장님, 이모님께 부탁하면 키를 받아 어느 건물이든 화장실을 사용할 수 있지만
유럽에서는 일정의 사용료를 지불하거나 아예 출입문에 동전 투입구가 있는 경우도 있다.
특히 관광지의 경우 아예 화장실이 없는 경우도 허다하기 때문에 여행지의 화장실 위치는 미리 확인해 놓는 편이 좋다.
골든 서클의 경우, 싱벨리어 국립공원, 굴포스, 게이시르 모두 화장실이 존재하지만
게이시르를 제외한 두 곳은 돈을 지불해야 이용이 가능하기 때문에 정말 너무너무 매우 완전 진짜로! 급하지 않다면 게이시르의 기념품 샵 내 무료 화장실을 반드시 이용하기를 추천한다.
https://www.youtube.com/watch?v=sB6UGX2YPjQ