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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작가와정피디 Feb 06. 2018

비 내리는 셀프 골든 서클 투어 Ⅳ

DAY 2 네 번째 이야기


골든 서클 투어의 클라이맥스! 굴포스 GULLFOSS



솟구치는 물기둥이 다시 잠잠해지고, 사람들은 또 다른 곳을 구경하기 위해 뿔뿔이 흩어졌다. 

헤어져 각자의 시간을 보내던 이작가와 정피디 역시 다시 만나 오늘 일정의 마지막 스폿인 굴포스로 향했다.

어쩌면 오늘 여행의 하이라이트가 될 수도 있는 굴포스 가는 길. 

듣기에는 아이슬란드 자연의 끝판왕이라 하는데. 과연 어떤 모습으로 우리를 맞을지. 

설레는 마음으로 굴포스를 향해 달려갔다. 



아이슬란드 땅을 밟을 때부터 거센 비바람은 우리의 곁을 끊임없이 맴돌았다. 


아이슬란드에서 ‘좋은 날씨’란 존재하지 않는 것인지. 이 폭풍우는 어째 우리가 가는 곳마다 나타나는 건지. 

투덜거리며 오늘의 마지막 일정인 굴포스에 도착했다. 우리의 불만을 들어버렸던 것일까. 굴포스에 도착해 차에서 내린 순간 비바람은 심술의 극치에 달했다. 바람은 거세지고 안개는 뿌옇게 주위를 뒤덮었다. 어두운 하늘은 새까만 먹구름으로 가득 차 지금이 낮인지 밤인지도 알아볼 수 없었다. 오늘의 일정을 강행하기에도, 다시 돌아가기에도 애매한 순간이었다. 다시 차로 돌아가 굴포스를 볼 것인지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너무도 좋지 않은 기상상태 때문에 포기하고 숙소로 돌아가고 싶었다. 하지만 내일은 또 다른 곳으로 이동을 해야 한다. 오늘 굴포스를 보지 못한다면 다른 날은 없었다. 악천후를 뚫고 갈 것인가, 포기하고 숙소로 향할 것인가. 죽느냐 사느냐보다 더 어려운 순간의 선택!


거세지는 비. 앞이 보였다 안보였다



결국 우리는 차에서 내려 뚜벅뚜벅 폭포를 향해 걸었다. 

분명 우비를 꼼꼼하게 둘러썼는데 몇 걸음 떼기도 전에 우비는 휴지조각처럼 너덜너덜해졌다. 

사람들이 걸어가는 산책로를 따라 우리도 걷기 시작했다. 5분 정도 걷기 시작했을까, 어마어마한 크기의 돌벽이 나타나고 그 뒤로 지평선이 보이는 풀밭이 보이기 시작했다. 아까 싱벨리어 국립공원에 이어 여기도 돌벽이라니. 아이슬란드의 자연은 감히 우리가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거대하고 위대하다. 

분명 싱벨리어 국립공원에 도착해 놀랐던 것 같은데, 이곳 역시 말을 할 수 없게 만드는 풍경들로 가득했다. 한국은 물론이고 세계 어느 곳에서도 흔하게 볼 수 없는 귀한 풍경. 먼저 말할 것도 없이 동시에 핸드폰을 꺼내 사진을 찍기 시작했다. 다 담기지 않는 광활한 정경부터 그 속에 있는 서로의 모습까지 열심히 찍으며 걷기를 10분. 더 올 수 없을 것만 같은 비는 오늘 끝을 보겠다는 듯 더 굵어졌다. 핸드폰은 꺼내기만 해도 푹 젖어 이내 꺼내는 것을 포기하고 앞만 보고 걸었다. 어서 모두가 극찬을 하는 굴포스의 모습을 보고 싶었다. 


굴포스로 향하는 길. 가까워 질수록 두근두근



생각이 단순해지고, 바지가 푹 젖어오고, 진흙탕길 속에서 운동화가 뭉개질 무렵 드디어 나타났다. 아이슬란드의 3대 폭포라는 굴포스. 


‘굴포스’에서 GULL은 ‘황금’을 뜻하는 GOLD, FOSS는 ‘폭포’를 뜻하는 FALLS라 한다. 

이름 뜻대로 ‘황금처럼 빛나는 폭포’의 모습은 과연 어떨지. 멀리서부터 엄청난 굉음이 들려왔다. 기대하며 발걸음을 재촉했고 드디어 굴포스의 어마어마한 위용이 우리 눈 속에 들어왔다. 왜 꼭 굴포스를 보라 하는지 알 것만 같았다. 두 사람 모두 무언가에 홀린 듯 멈춰서 폭포를 바라보았다. 굴포스의 그 엄청난 ‘포스’ 앞에서 우리는 한동안 폭포를 바라보기만 할 수밖에 없었다. 


사진으로는 담아낼 수 없는 웅장함. 그리고 소리.





이작가 SAYs, 빗속의 폭포를 보고 있으면


흔히 ‘범접할 수조차’ 없는 어마어마한 걸 보고 있으면 경외심이 들다 못해

이 위대한 자연 앞에서 인간이라는 건 얼마나 보잘것없는 존재인지를 문득 깨닫게 된다. 

사람 키의 5-6배는 훌쩍 뛰어넘는 단단한 돌벽, 하늘을 찢는 듯한 굉음을 내는 폭포 앞에서 

한낱 인간은 바라보는 것 외에 어떤 것을 더 할 수 있을까. 


그동안 일을 하면서 아등바등 싸워왔던 지난 몇몇의 날들이 떠올랐다. 

수 천 년의 시간을 이겨낸 이 폭포 앞에서 내가 했던 고민들은 얼마나 소소한 것들인지. 

이런저런 생각으로 나는 한동안 폭포를 가만히 바라보았다. 


아니, 그것밖에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정피디 SAYs, 굴포스, 굴하지 않고 담아내겠다!


사진과 영상으로만 접했던 어마어마한 폭포. 

사실 제주도도 한 번밖에 가보지 못했던 나는 폭포라는 것을 제대로 본 적 조차 거의 없었기 때문에 

다들 그렇듯 사진을 통해서만 한 폭의 그림 같은 폭포를 접해보았을 뿐이었다.

그런데!!!! 한 폭이 아니다. 열 폭도 담기지 않을 것 같다. 

심지어는 한눈에 들어오지도 않는다. 와 이걸 어떻게 다 봐야 할지 감이 잡히지 않는다. 

어마 무시하게 큰 존재감이 나를 짓누른다. 꿀린다, 정말. 


그나저나 대체 이곳에서는 어떻게 찍어야 사진이 잘 나올지, 아무리 옆에서 찍어도 굴포스의 포스가 한 장안에 담아지지 않아서 너무나 속상 속상. 마구잡이로 찍는 것도 좋지만, 이런 대체 못할 자연 광경은 제대로 한 장 찍어주는 것이 인지상정인데...

그래서 찾은 포인트는 바로 절벽 아닌 절벽!

굴포스의 길을 따라 걷다 보면 갈래 길이 나온다. 우리가 TV에서 본 길이자 가장 쉽게 접할 수 있는 곳은 아랫길로 굴포스를 따라 걷는 길이다. 굴포스를 옆에 두고 걸어가며 관광을 하는 코스인 셈.

이곳은 사실 직접 내 눈에 담고 그 웅장함을 느껴보기에는 좋지만 사진을 남기기에는 한 장안에 모든 풍경이 잘 담기지 않는다. 


그렇게 찾은 ‘어나더 포. 인. 트’는 바로 위쪽의 길이다. 사람들의 걸음을 쫓다 보면 위쪽으로 난 길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게 걷다 보면 절벽 아닌 절벽으로 관람 포인트이자 사진 포인트가 나오는데 이곳이 바로 굴포스를 한 장에 담아낼 수 있는 장소이다. 



사진으로는 가늠할수 조차 없는 으마으마한 굴포스의 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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