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Y 2 다섯 번째 이야기
마트, 널 너무 모르고
긴 장거리 여행을 한 탓에 숙소가 있는 동네에 도착했을 때, 우리는 너무 지쳐있었다.
하지만 전날 마트를 가지 못해서 오늘은 반드시 마트를 가야 했다. 아직 한국에서 챙겨 온 음식과 장 본 것들이 남아있었지만 한 끼 식사로는 빈약했다. 숙소를 확인한 후, 근처 마트를 검색해 그곳으로 차를 몰았다.
한국이라면 할인판매가 시작되었을 저녁 시간, 하지만 동네 어느 마트를 가도 문은 굳게 잠겨있었다.
오늘 이 동네에 무슨 일이 있나? 아직 훤한 시간에 왜 문을 닫은 거지?
영문도 모른 채 몇 군데를 돌다 문득 드는 생각에 영업시간을 확인했다. 맙소사. 혹시나가 역시나. 마트가 문을 닫고도 훨씬 지날 시간이었다.
또 실수를 하고 말았다. 12시까지 영업하는 한국 마트처럼 아이슬란드도 늦게까지 문을 열 줄 알았던 것이다. 이곳은 한국이 아니다. 마트 안쪽의 불은 켜져 있었지만 정리하는 직원들만 보이고 문은 닫혀 있었다.
오늘 저녁은 현지식으로 화려하게 먹어보자 그렇게 다짐을 했건만 오늘도 또 가져온 컵라면으로 연명해야 하는 것인가. 마트를 못 간다는 생각에 더욱 고파진 배를 움켜쥐고 근처의 마트란 마트는 다 돌아보았다.
그러다 간신히 문을 열고 있는 한 가게를 발견했다. 나름 종류도 많은 꽤 큰 가게였다. 반가움에 이것저것 먹을 것을 담고 계산을 했는데... 생각했던 것보다 너무 비싼 가격이 나왔다. 2차 멘붕. 역시 또 알고 보니 우리가 들른 곳은 한국의 편의점 같은 곳이었다. 따라서 늦게까지 영업하는 대신 가격이 일반 마트에 비해 더 비싼 것이었다.
하지만 우리에게 선택의 여지란 없었다. 이제는 음식점조차 문을 닫고 먹은 것 없이 배는 고프고.
정확히 알아보지 못하고 온 값을 이렇게 치르는구나. 눈물을 머금고 가장 필요한 것들만 담아 계산했다.
속도 모르는 주인 할아버지는 이것저것 담다가 또 이것저것 덜어내는 우리가 이상한지 연신 쳐다보기만 한다.
할아버지 죄송합니다. 여기는 조금 비싸네요. 우리는 다 못 살 것 같아요.
그 날 저녁, 우리의 식사는 그 어떤 것보다 가장 비싸고 슬픈 저녁이었다.
여행을 하며 우리가 만난 마트는 크게 네 종류였다.
가장 많이 볼 수 있는 마트는 귀여운 돼지가 그려진 bonus, 그리고 Krónan, netto, 10-11까지.
체감 상 가장 저렴했던 마트는 크로난(Krónan)이었다.
가장 초반에 들렀던 10-11은 사실 마트라기보다는 편의점에 가까운데, 늦게까지 문을 여는 대신 가격이 다른 마트에 비해 높은 편이다.
아이슬란드 대부분의 마트는 짧게는 6시에서 보통 7시 전에 문을 닫는 편이다.
시내에 위치한 가게 역시 12시를 넘기지 않기 때문에 장을 봐야 한다면 출발하기 전에 미리 사두는 것도 좋다. 넓디넓은 아이슬란드의 특성상 기본적인 이동거리가 4~5시간이기 때문에 도착해서 마트를 들른다면 자칫 문을 닫아 쫄쫄 굶어야 할 수도 있다.
게다가 이동시간이 길기 때문에 끼니를 중간에 차에서 해결해야 할 때도 있다.
장을 볼 때 차 안에서 간단하게 만들 수 있는 빵과 소시지, 소스 등을 사놓으면 차로 이동할 때 손쉽게 핫도그나 샌드위치를 만들어 먹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