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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작가와정피디 Apr 11. 2018

시간의 불시착_빙하를 보았다 Ⅲ

DAY 4 세 번째 이야기


(* 볼륨을 높이고! 링크를 클릭하고! 노래와 함께 읽어주세요:D)


https://youtu.be/oCi0RHLrauU

Kaleo - Save Yourself (LIVE at Fjallsárlón)



요쿨살롱에 가까워질수록 날씨는 더 궂어졌다. 앞으로 남은 목적지는 2km가량. 이 정도면 빙하 산은 아니어도 빙하 덩어리(?)는 보여야 정상인데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잘못 온 걸까? 

와이퍼를 아무리 빠르게 움직여도 앞이 제대로 보이지 않는다. “여기가 아니면 어쩌지~”라며 정피디와 농담을 주고받지만 마음 한 구석 불안감이 스멀스멀 피어오른다. 자꾸 우리가 생각한 그림들이 나오지 않아 내비게이션 탓만 하게 된다. 분명히 목적지가 코앞인데 어디가 빙하라는 건지. 


눈 덮힌 산은 보이는데, 빙하는 보이지 않는다...



여기저기 두리번거리는 사이 우리 눈앞에 다리 하나가 나타났다. 

일단 다리를 건너고... 건너는데... 건너는데?

믿을 수 없게도 비바람이 확 잦아들었다. 그리고 동시에 왼편에 믿을 수 없는 풍경도 나타났다. 그토록 고대하던 요쿨살롱의 빙하였다. 이런 츤데레 같은 요쿨살롱의 날씨 같으니라구. 이걸 보여주려고 이토록 깐깐하게 우리를 맞이했나 보다. 다리에 올라서기 전까지 깔깔거리던 우리 두 사람은 순간적으로 말을 잃었다. 


그리고 30초간 빙하 감상.


두 사람 모두 방방 호들갑을 떠는(?) 성격이 아니어 참 다행이다. 그 어떤 감탄사로도 표현할 수 없는 풍경 앞에 우리는 가만히 빙하를 바라보기만 했다. 그래, 이럴 때가 아니지! 좋은 건 더 크고 오래 봐야 좋은 법. 다시 정신을 차려 주차장으로 향했다. 주변에는 우리처럼 넋을 놓고 빙하를 보거나 우왕좌왕하는 사람들 천지. 자칫하면 사고 나기 십상이다. 하지만 기대감까지는 버리지 마시라. 

그 기대감 곧 보답받을 것이니!





이작가 SAYs , 땅 위의 시간, 물 위의 시간


몇 년 전, 파리에 간 적이 있다. 특유의 분위기에 취해 골목 이곳저곳을 걸어 다녔다. 볼 때마다 신기했던 것은, 거리부터 상점 건물까지 모두 처음 지어진 그대로를 사용한다는 것이었다. 

종업원에게 ‘가게가 정말 독특한 것 같아’라며 물어보니 몇 백 년 전에 지어진 건물을 고쳐서 지금까지 쓰고 있다며 자랑스럽게 건물의 역사를 말해주었다.


아이슬란드 역시 유독 시간의 흔적을 발견할 수 있는 것들을 많이 볼 수 있다. 천 년 동안 아이슬란드를 지켜온 이끼부터, 역사가 어느 정도인지 가늠할 수조차 없는 엄청난 두께의 빙하들. 관광지의 역사 역시 기본 백 년부터 시작한다. 

그렇게 오랜 시간 동안 변하지 않는 것도 대단하고, 그걸 또 중요하게 지켜온 아이슬란드의 사람들 역시 대단하다 말할 수밖에 없다. 추운 기후 속에서 여러 북유럽 나라들의 지배를 받았던 아이슬란드 사람들. 

때문에 지키는 것이 습관이 되고 문화가 되어, 지금 이렇게 여행객들에게 아이슬란드를 보여줄 수 있는 건 아닌지. 시간의 결을 따라 차곡차곡 쌓인 빙하의 줄무늬가 그 노력의 역사를 말해주는 것만 같았다.





거센 바람과 많은 인파가 우리를 막아도!!


사람이 많을 것이라 예상했지만 정말 사람이 많았다. 

게다가 지금 여기 있는 사람들의 50%는 시선이 빙하에 고정되어 있다. 나머지 50%는 카메라에 시선 고정하고 빙하를 촬영하는데 정신없는 사람들. 다들 앞은 안 보고 빙하만 본다. 여차하면 부딪치기 십상. 실제로 여기저기서 꼬마 아이들도 어른들도 넘어지고 부딪치고 정신없다. 우리 역시 빨리 달려가서 그 놀라움을 함께 하고 싶었지만 급할수록 돌아가라 했다. 


이럴 줄 알고 오늘 다른 일정을 잡지 않았다. 차분히 준비해서 꼼꼼히 보고 실컷 즐기고 가자. 천천히 준비를 하고 차를 나섰다. 올 때처럼 바람이 거세진 않지만 여전히 비는 꽤 내린다. 비를 맞으며 보는 빙하라. 이것도 색다른 추억이 되겠지, 생각하며 해안가로 향했다.

빙하를 처음 본 건 아마도 만화 ‘아기공룡 둘리’에서였던 것 같다. ‘빙하 타고~ 내려와~ 음음♬’부분에서 둘리는 빙하를 타고 고길동네 집으로 떠내려간다. 이렇게 만화책에서 보던 빙하는 하얗고 큰 얼음덩어리였다. 에메랄드빛 바다 위에 떠 있는 하얀 얼음덩어리 를 상상하고 온 우리들에게 요쿨살롱은 상상 그 이상의 것이었다. 

어떤 빙하는 눈처럼 새하얗고, 어떤 빙하는 검푸른 색이었다. 사파이어와는 비교도 안 되는 푸름으로 박제된 빙하도 있었다. 글로는 다 표현하지 못할 정도의 그림이었다. 게다가 그 크기 역시 어마어마해 한눈에 들어오지 않을 정도였다. 푸르고 흰 빙하, 그리고 그 너머 눈 덮인 산. 직접 가보지 않으면 오롯이 상상할 수 없을 것이다. 요쿨살롱의 풍경은 아직도 눈에 선할 정도로 충격으로 다가왔다. 


같은 장소 다른 느낌, 아무래도 좋은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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