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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작가와정피디 Apr 16. 2018

시간의 불시착_빙하를 보았다 Ⅳ

DAY 4 네 번째 이야기




시간을 달리는 보트



지금 본 풍경들이 꿈인지 생시인지. 어질어질했지만 감탄은 잠시 후로 미뤄두고, 그토록 고대했던 빙하 투어를 하기 위해 매표소로 향했다. 

바람은 잦아졌지만 아직 비는 꽤 내리고 있다. 날씨가 좋지 않아 배가 뜨지 못하면 어쩌지. 불안한 마음으로 “2 Amphibian boat”를 외쳤다. 쿨하고 예쁜 매표소 직원은 이런 날씨는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 티켓을 내어주었다. 게다가 5분 후면 출발한단다. 쏘 나이스 타이밍! 역시나 우리는 럭키 걸들이다. 

그간 열심히 일했던 보상을 여기서 다 몰아 받는 것 같다.

직원이 말한 대로 정확히 5분이 지나자 전 타임 승객을 태운 보트가 도착했다. 


노랑노랑. 귀여운 수륙양용 보트



하나씩 나눠주는 구명조끼를 입고 쪼르르 줄을 지어 보트에 올랐다. 드디어 나도 둘리가 타고 온 빙하를 볼 수 있구나. 멈추지 않는 빗줄기도, 우비를 파고드는 매서운 바람도 더 이상 개의치 않았다. 

눈에 닿는 모든 곳을 카메라에 담고 머릿속에 담았다. 

드디어 모든 사람들이 타고, 보트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바닷가를 달리던 수륙양용 보트는 바다에 이르러 파도를 헤치고 앞으로 나아갔다. 저 멀리서만 보이던 빙하들이 점점 눈앞으로 다가왔다. 정말 이때의 기분이란. 


좋은 건 두번 보세요!



지금까지도 생생하게 떠오르지만 어떤 말로도 형용할 수 없다. 손을 뻗으면 닿을 정도로 가까이 다가간 순간, 보트가 잠시 멈추고 동승한 가이드가 요쿨살롱과 빙하에 대한 설명을 시작했다.

이곳은 1930년대까지 보트를 타고 들어올 수 없었다고 한다. 이유는 바다까지 이어진 모든 부분이 빙하였기 때문. 지구온난화가 빠르게 진행되어 빙하가 녹기 시작하면서 본격적인 빙하 투어가 시작되었다. 보트 주변에 떠다니는 빙하는 사실 어마어마한 본체를 자랑한다. 실제 물 위에 떠있는 부분은 전체의 1/10도 되지 않는다 하니 가히 ‘빙산의 일각’이라. 크고 깊을수록 더 오묘한 색을 띠는 빙하는 수 백 년 쌓인 눈이 압축되어 사파이어처럼 푸른빛을 내고 있었다. 중간중간 검은 줄무늬를 품은 빙하도 눈에 띄었다. 바로 화산이 폭발한 후 화산재가 쌓이며 생긴 검은 줄이었다. 


빙하들마다 나이테처럼 자신들의 흔적을 몸 전체에 새겨놓고 있었다. 


더군다나 요쿨살롱의 가장 막내 빙하가 천 년을 훌쩍 넘겼다고 하니, 더 이상 어떤 설명이 필요하랴. 이런저런 설명을 마치고 가이드가 바닷속을 휘휘 저어 꺼내올린 것은 바로 빙하의 한 조각이었다. 언뜻 보기에는 그냥 얼음조각과 같은 모습이었다. 

드디어 한 입 먹어볼 수 있겠구나, 천 년의 빙하!


천년의 빙하 드셔보셨어요? 안드셔 보셨으면 말을 마세요~




<이작가와 정피디의 소소한 꿀 TIP>


# 알코올 분자들에게 고하노니! 요쿨살롱에서는 ‘이것’을 챙기라

조심스럽게 고백하자면 이작가와 정피디는 알코올 분해효소를 1도 가지지 못한. 일명 ‘알쓰(알코올 쓰레기)’들이다. 한 잔만 마셔도 몸 전체가 빨개지는 이작가와 마시면 바로 잠드는 정피디. 


하지만 천하의 두 알쓰도 욕심내게 만들었던 것. 바로 요쿨살롱에서 빙하를 넣은 보드카 한 잔을 즐기는 것!

요쿨살롱을 다녀온 블로거들이라면 꼭 올리는 사진. 바로 빙하 얼음이 담긴 술잔 사진이었다. 우리도 이 사진을 찍기 위해 공항 면세점에서 구입한 미니 보드카를 챙겨 요쿨살롱으로 향했다. 드디어 투어 보트에 올라타고, 설명이 끝난 가이드가 빙하를 나눠주는 순간! 

알 수 있었다. 보트에서는 컵을 나눠주지 않는다는 것을. 술과 함께 컵도 준비해 가야 한다는 사실을...!! 

혹시 요쿨살롱에서 ‘빙하 보드카’를 마시고 싶다면 꼭 출발 전에 보드카와 컵을 챙겨야 한다. 케플라비크 공항에 도착하면 나가기 전, 면세점에서 판매하는 작은 사이즈의 보드카를 사두는 것이 편하다. 혹시 컵을 준비하는 것을 잊었다면 요쿨살롱에 위치한 가게에서 구입하면 OK!


우쭈쭈 천 년 된 막내 빙하





뭐, 우리가 엄청난 맛을 기대한 것은 아니다. 우리가 아무리 먹는 걸 좋아한다지만 설마 얼음 맛을 기대했을까. ‘혹시 짭짤하지는 않을까’ 살짝 상상했지만 실제로 맛본 빙하 얼음은 무미(無味), 어떤 맛도 나지 않았다. 물론 음식 맛은 풍경이 만든다는 말도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말 아무 맛도 없었다. 


지난여름, 더울 때마다 꺼내먹었던 냉동실 속 얼음과 1도 다른 것이 없었다.

천 년의 빙하를 맛보고, 신나게 사진도 찍고. 보트가 요쿨살롱을 천천히 도는 동안 열심히 지금의 뷰를 마음속에 저장★ 했다. 

어찌나 시간은 쏜살같이 지나가는지. 약속한 30분이 지나고 우리를 태운 수륙양용 보트는 육지를 향해 달려가고 있었다. 도착지에는 다음 투어를 기다리는 관광객이 엄청난 줄을 지어 서 있었다. 알고 보니 우리가 탔던 시간대에 운 좋게도 사람이 없어 단출하게 투어를 떠난 것이었다. 작은 보트에 앉을 수도 없을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타는 것을 보고 우리는 다시 한번 럭키!를 외쳤다. 투어는 끝났지만 여운은 아직 남아있었다. 

우리는 호숫가를 조금 더 걸으며 사진을 찍고, 서로의 감상을 나눴다. 


지구가 아닌 것 같은 비주얼



언제 다시 와볼 수 있을까. 

시간이 지날수록 아쉬움만 커졌다. 하지만 오늘만큼 내일의 일정도 중요하다. 더구나 내일은 아이슬란드를 반 바퀴 넘게 돌아가는 아주 긴 여정이 기다리고 있다. 지금 이 아쉬움을 이곳에 잘 남겨두고, 다시 또 오겠다는 다짐도 남겨두고 숙소로 향했다. 




정피디 SAYs, 전문가가 아니어도 되는 곳 

요쿨살롱은 언제 어디서든 빙하를 화면에 두고 셔터를 누르기만 하면 작품이 탄생하는 곳이다. 

그만큼 아름다운 곳이라는 뜻. 하지만 역시나 팁은 있는 법. 사실 보트에서 사진을 찍는 것보다 내려서 바닷가에서 사진을 찍는 걸 추천한다. 그 편이 훨씬 더 멋진 사진을 찍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보트를 타는 이유는 빙하를 가까이에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빙하의 타이트한 컷을 찍기에는 좋지만 탁 트인 요쿨살롱 전체를 찍기에는 무리가 있다. 

때문에 보트에서는 사진을 찍기보다는 내 눈에 잘 담아 두는 편을 추천한다.

(당연히 빙하 근접샷은 몇 장 찍어야 한다!! 이건 내륙에선 찍을 수 없다.)


보트에서 내리면 바닷가를 내려다볼 수 있는 작은 언덕이 있다. 여기 올라 빙하 하나만 담으려 하지 말고 넓게 보고, 흘러 내려가고 있는 빙하 친구들을 같이 찍어주면 더 예쁜 사진이 찍힌다는 사실! 

특히나 요쿨살롱의 뒤편으로 눈 덮인 산을 볼 수 있는데, 빙하와 함께 담아낸다면 최고의 절경을 건질 수 있다. 

그리고 핸드폰(특히 아이폰)으로 사진을 찍으려는 그대들은 살짝 필터를 넣는 것도 추천한다. 

푸른 색감을 넣어 찍게 되면 내 눈으로 목격한 푸른 빙하의 색깔을 비슷하게 담을 수 있을 것이다. 

우리가 이곳에 도착했을 때 요쿨살롱을 배경으로 결혼사진을 찍는 커플을 볼 수 있었다. 

아주 좀 많이 추워 보이기는 했지만, 그래도 부러웠다. 그냥 찍어도 작품일 테니. 


꼭 다시 올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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