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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작가와정피디 Jan 04. 2018

#이작가와 정피디 #아이슬란드

Prologue - 오히려 쉬웠던 시작


“언니들은 왜 이렇게 개.소처럼 일해요? 제발 일 좀 그만하고 쉬어요!”


여행을 떠나기 전, 용하다는 타로 가게 언니를 만나 미래를 점친 적이 있다. 점을 보자마자, 소름이 끼칠 정도로 타로 언니는 우리 두 사람을 단박에 파악해 버렸다. 개도 아닌, 소도 아닌. 개와 소처럼 일하는 사람들이라니! 

심지어 언니는 자기가 만났던 사람 중에 너희들이 열 손가락 안에 꼽을 정도로 일만 하는 팔자라며 부디 이번 일이 끝나면 두 사람 모두 꼭 일을 그만두고 쉬라 부탁을 했다. ‘어차피 내가 이렇게 말해도 언니들은 계속 일을 할 거라’면서. 


사실 우리도 알고 있다. 우리 스스로 일을 만들어서 하는 사람이라는 걸. 하지만 어쩌겠는가. 태생이 일 메이커에 쫄보인 것을. 여행을 준비하면서도 우리는 내내 마치 일을 하듯이 숙소를 리스트업 하고, 회의를 하고 결정을 반복했으니.


#마지막녹화 #시간순삭 #이또한지나가리라


대략 4-5년 전쯤일까? 우리는 한 여행 프로그램에서 막내 작가와 막내 조연출로 만났다. 

여행 프로그램 제작진답게 우리 둘은 다른 성격임에도 불구하고 몇 개의 취향에 대한 공통점을 발견하면서 친해질 수 있었다. 소소하게는 좋아하는 연예인부터 하고 싶은 프로그램 스타일까지. 꼬꼬마 막내작가와 조연출이었지만 꿈은 원대해서 하루에도 몇 개씩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지웠다를 반복했다. 

그렇게 함께 했던 여행 프로그램의 마지막 회를 털고 난 후, 우리는 다음을 기약하며 헤어진 후에도 계속 만나며 친분을 유지하고 있었다. 그렇게 시간이 흐르고, 우리 둘은 다시 만나게 되었다. 정피디의 전화를 시작으로.


“작가님! 저희 이번에 작가진 세팅하고 있는데.. 함께 하시죠!” 


프로그램도 재미있어 보였고, 무엇보다 함께 일하고 싶던 스태프가 있었으니 두 말 않고 바로 ‘콜!’을 외쳤다. 그렇게 함께 일하게 된 이작가와 정피디. 하지만 ‘일한다’라고 쓰고 ‘진흙탕’이라고 읽는 게 맞을 것 같다. 

힘차게 시작한 프로그램은 가면 갈수록 늪 속에 빠지는 것 같았다. 말도 안 되는 인원으로 두 개의 프로그램을 동시에 진행하고, 일주일에 7일은 밤을 새우며, 심지어는 들어오지 않는 월급까지. 늪 속에서 허우적거리며 매일매일 우리는 조금씩 지쳐가고 있었다. 

그 속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유일한 건 산책뿐이었다. 아무도 없는 새벽 상암동 언저리가 우리의 코스였다. 환하게 불이 켜져 있는 방송국 빌딩 사이를 걸으며 우리는 ‘다음번에는 이렇게 일하지 말자’, ‘우리 언젠가는 꼭 함께 여행 프로그램을 하자.’며 위안의 밤을 보내고 있었다. 


분노한 두 여자의 새벽 마실. 유일한 칭쿠 야옹이들


그렇게 개와 소처럼 일하길 몇 달. 아무리 일메이커라지만 더 이상은 참을 수 없었다. 이렇게까지 일할 수 있는 걸까, 매일 한계를 체험하던 중 '이러다 죽을 수도 있겠다.'라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스트레스의 출구를 찾던 우리는 일단 비행기 티켓을 끊기로 결심했고 조심조심, 하지만 소란스럽게 여행을 준비했다. 서로의 버킷 리스트였던 아이슬란드로! 


우리 여행의 시작이었던 포스트잇. 제일 설레던 순간 


사실 우리는 떠나기 직전까지 방송 준비를 해야 했다. 간신히 비행기 티켓과 숙소만 예약하고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그래서 오히려 더 아무 생각이 없었다. 아니, 솔직히 말하자면 생각을 하지 않으려 했던 것 같기도 하다. 떠나기 전날 최종 영상을 납품해야 했기에 바로 전 주말까지 바쁘게 자막을 넘기고, 종편 작업을 하고, 방송 테이프를 납품하며 쉴 새 없이 일을 했다. 그래서인지 원래는 두 사람 모두 꼼꼼하게 준비하고 일일이 체크하는 편인데 이번 여행은 전과는 다르게 홀가분하게 떠나게 되었다. 

심신이 피로했던 것이 첫 번째 이유, ‘어딜 가도 건강한 몸뚱이만 있으면 되지 않겠어?’라며 자신했던 마음가짐이 두 번째 이유였다. 심지여 공부 차원에서 아이슬란드 여행 프로그램을 보면서도 정보는커녕 ‘협찬은 받았을까?’, ‘저 식당은 섭외한 걸까? 그냥 바로 촬영했을까?’, ‘저 그림은 어떤 카메라로 찍었을까?’, ‘편집은 저렇게 하면 안 되지!’만 이야기하며 또 방송에 대한 이야기로 빠지기 일쑤였다.


그렇게 멍한 정신으로 핀란드 헬싱키를 경유, 장장 11시간을 날아 드디어 얼음의 땅! 아이슬란드에 도착... 한 것도 잠시. 역시 이곳은 상상 그 이상의 땅 아이슬란드였으니. 첫날부터 우리는 멘붕에 빠질 수밖에 없었다. 아.. 이게 진짜 아이슬란드구나. 우리가 진짜 아이슬란드에 도착했구나. 첫날부터 아이슬란드는 자신의 땅을 쉽게 허락하지 않았다. 



# 출발 전 보고 가면 좋을 것들

✔ 생각보다 저렴한 숙소

아이슬란드 숙소를 잡을 때 우리가 잡은 기준은 <조리 시설>   <무료 주차>   <무료 인터넷>이었다. 아이슬란드는 외곽으로 갈수록 대중교통이 좋지 않기 때문에 차 렌트가 거의 필수이다. 우리 역시 차를 렌트했기 때문에 숙소를 시내에서 떨어진 곳으로 잡았다. 이렇게 접근성을 과감히 포기하면 생각보다 가성비 좋은 숙소를 많이 찾을 수 있다. 호텔 숙박에서는 조식을 포함시켰고 아파트먼트는 요리가 가능한 부엌이 딸려 있어 직접 요리를 하며 식비를 아낄 수 있었다.


✔ 아이슬란드에서 요리를 해야 하는 이유

아이슬란드를 여행할 때 가장 비용을 아낄 수 있는 부분이 의외로 식대이다. 아이슬란드 물가는 살인적이기로 유명한 데다 고유의 음식이 많지 않다. 실제로 우리가 여행하는 동안 사 먹은 음식들도 오늘의 생선 요리 혹은 핫도그 정도였다. 때문에 아이슬란드의 숙소 대부분은 공동 주방이 있는 게스트하우스 혹은 요리가 가능한 아파트먼트이다. 호텔 역시 조식을 포함한 곳이 많기 때문에 이런 점들을 고려한다면 생각보다 저렴하게 아이슬란드를 여행할 수 있다. 


기본 4시간. 차로 이동할 때는 핫도그가 최고


✔ 아이슬란드의 특별한 렌털 시스템

아이슬란드는 대중교통이 발달한 나라가 아니기에, 현지 투어 프로그램을 이용하거나 렌터카를 빌리는 방법이 가장 대중적이다. 그만큼 렌터카 업체도 굉장히 많고 선택 사항도 복잡하기 이를 데 없다. 우리는 여러 렌터카 업체를 한꺼번에 볼 수 있는 사이트에서 조건을 찾아 예약했다.  

특히 아이슬란드에서 제일 꼼꼼하게 확인해야 할 것이 보험이다. 무조건! 여름이든 겨울이든! FULL COVER보험을 들어야 한다. 어디서 어떤 사고가 발생할지 모르기 때문이다. 바람이 세고 비와 눈이 많이 오는 아이슬란드의 날씨 특성상, 자연재해가 많이 발생한다. 그 재해의 스케일도 남달라 모래폭풍으로 유리창이 긁히거나 차 문을 열다 돌풍으로 문이 고장 나는 경우도 다반사. 때문에 모래바람, 바위 낙석에 관련된 사고가 커버되는 상품인지를 확인해야 한다. 

때문에 반납 차량에 대한 검사도 꼼꼼하다. 여러모로 풀커버 보험이 처리하기 편하다. 차를 빌린 즉시 주유량부터 자잘한 상처까지 잘 체크해두자. 주유량 체크도 중요한데, 처음 주유량보다 적을 경우 3-4배에 달하는 어마어마한 금액을 요구할 수도 있다. 게다가 우리가 한국에 도착했을 때 뒤늦은 배상을 요구할 수 있으므로 그 자리에서 직원과 함께 체크하고 확인받아 놓는 것이 중요하다. 반납 차량을 검사하는 직원은 펄쩍펄쩍 뛰면서 차 위쪽을 보기도 하고 바닥에 누워 밑바닥까지 꼼꼼하게 체크했다. 반납하기 전 셀프 체크를 잊지 말자. 


✔ 술을 좋아하는 당신이라면

일반적으로 아이슬란드에서 주류를 구매하려면 정부에서 허가한 전문점을 찾아가거나 마트에서 취급하는 도수 낮은 맥주를 마시는 방법밖에 없다. 때문에 여행을 하는 동안 와인 한 잔의 낭만을 즐기고 싶다면 비행기에서 내리자마자 면세점으로 직행할 것. 이곳에서는 맥주와 와인부터 아이슬란드 보드카까지 다양한 종류의 주류를 가장 저렴한 가격으로 판매한다. 게다가 요쿨살롱에서 빙하를 넣은 보드카를 즐기고 싶다면 이곳에서 미니 사이즈로 판매하는 보드카 한 병을 꼭 사갈 것! 주머니에 쏙 넣어가기 좋은 사이즈.


✔ 아이슬란드 심카드 사용법

아이슬란드까지 갔는데 2,3일 만에 돌아가는 여행객은 많지 않을 것. 1주일 혹은 그 이상 머물 예정이라면 현지 유심카드를 이용하는 것이 좋다. 가격은 인터넷 1GB와 전화 1시간을 이용하는 카드가 대략 한화로 34000원 정도.(인터넷만 사용하는 카드의 경우 만 원정도 더 저렴하다.) 입국장을 나오자마자 오른쪽에 보이는 편의점에서 구매할 수 있는데 카운터에서 심카드를 달라고 직접 이야기해야 구매가 가능하다. 패키지를 구입하면 심카드와 카드가 동봉되어 있는데 카드에 적힌 순서대로 전화를 걸어 등록하면 그 순간부터 사용이 가능하다. 


공항 입국장을 나서면 보이는 편의점에서 살 수 있다. 우리가 사용했던 siminn.


✔ 직항이 없는 아이슬란드

아이슬란드의 경우 한국에서 출발하는 직항이 없기 때문에 한 번 이상 경유지를 거쳐야 도착할 수 있다. 때문에 경유지에서의 경유 시간을 체크하는 것이 필수. 경유시간이 짧다면 다음 비행기의 탑승 게이트와 짐의 연계 여부만 확인하면 된다. 하지만 경유시간이 길어 숙박을 해야 할 경우 짐의 연계 상황과 공항 밖으로 나갈 수 있는지 여부를 체크해야 한다. 보통 경유국에서 머무르는 시간이 24시간을 넘지 않으면 짐을 찾지 않고 바로 도착지까지 연결해 받을 수 있다. 또한 공항을 나갈 경우 공항세를 지불하는 곳도 있기 때문에 미리 알아둔다면 현지에서 당황하는 경우는 없을 것이다.  

우리는 핀에어를 이용했기 때문에 헬싱키 반타 공항에서 경유를 했는데, 반타 공항의 경우 게이트 간의 거리가 짧기로 유명해 짐 검사만 마치면 1시간 내라도 바로 환승이 가능했다. 게다가 돌아오는 비행편의 경유 시간이 넉넉해 반나절 동안 헬싱키를 여행할 수 있는 기회까지 득템 할 수 있었다는 후문. 


경유를 위해 핀란드에서 대기. 저멀리 보이는 자작나무 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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