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작가와정피디 Jan 13. 2018

여기가 아이슬란드, 레알인가요 Ⅱ

DAY 1 두 번째 이야기


우리 멘탈 털렸어요★



옛 속담에 이런 말이 있다.

‘일찍 일어나는 새가 벌레를 잡는다.’ 

누가 이런 속담을 만든 것인가. 


자고로 재빠르면 망한다. 늘. 항상. 

그것은 만고의 진리임에 틀림없다.


너덜너덜 만신창이가 된 몸뚱이를 어서 푹신한 침대에 던져버리고 싶다. 공항 구경은 하지도 못한 채 렌터카 사무실을 찾아가기 위해 무작정 공항 밖으로 나갔다. 하지만 밖에서 우리를 맞이한 건 사무실이 아닌, 사방팔방으로 휘몰아치는 아이슬란드의 비바람이었다. 

이건 뭐 바람이 '부는'정도가 아니라 누가 밀쳐버리는 것 같은 어마 무시한 바람이었다. 20kg에 육박하는 캐리어조차 서있지 못해 쓰러지고, 우리 두 사람 역시 주섬주섬 외투를 여미고 후드모자를 뒤집어써봤지만 바람은 우습다는 듯 우리의 모자를 휙휙 넘겼다. (과장을 조금 보태자면) 날아갈 정도의 무시무시한 바람이었다.

그제야 비행기에서의 안내방송이 떠올랐다. 착륙하기 전, 기장은 날씨가 좋지 않아 착륙하기 아주 어려운 상황이지만 베테랑인 자신을 믿어 달라는 내용의 방송을 했다. 아까 들을 땐 그냥 유머로 웃어넘겼지만 세상에나. 그건 유머가 아닌 제대로 궁. 서. 체. 공지 방송이었던 것이다. 


온통 포토스팟인 케플라비크 공항. 참 예쁘다. 날씨가 좋다면.



게다가 우리가 예약한 렌터카 업체는 공항에서 꽤 떨어져 있어 셔틀버스를 타고 가야 했다. 우리는 셔틀버스가 언제 오는지, 어디로 어떻게 오는지도 모르고 무작정 공항을 나선 것이다. 도대체 왜 그랬을까. 평소의 우리 둘이라면 절대 하지 않았을 행동이었다. 얼마나 피곤했으면 이럴까. 대책 없는 행동에 웃음밖에 나오지 않았다. 

아이슬란드 비바람에 멘탈 제대로 털린 서울쥐(?) 두 사람은 그제야 주섬주섬 렌터카 바우처를 꺼냈다. 바우처에도 똑똑하게 '도착하면 아래 연락처로 전화해 셔틀버스를 타라'는 안내문이 기재되어 있었다. 바우처 속 연락처로 전화를 걸자마자 5분도 되지 않아 거짓말처럼 셔틀버스가 도착했다. 우리, 정말 이대로 괜찮을까?



<이작가와 정피디의 소소한 꿀 TIP> 


# 픽업이 필요한 렌터카 픽업

몇몇의 대형 업체를 제외하고 대부분의 렌터카 회사는 공항 외부에 사무실이 있다. 때문에 이곳으로 이동하려면 업체에서 제공하는 셔틀버스를 타고 사무실로 이동해야 한다. 하지만 이 셔틀버스는 여행객을 마냥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공항과 사무실을 계속 왕복하기 때문에 미리 전화를 해 셔틀버스가 도착하는 시간을 확인해야 한다. 

공항에 도착했다면 주저하지 말고 일단 바우처 상의 연락처로 전화를 걸자. 간단한 영어로도 소통이 가능하니 쫄지 말자. 이곳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하루에도 몇 백 명씩 각국의 외국인을 상대하기 때문에, 기본적인 단어와 예약번호만 알고 있다면 대화가 가능하다. 전화를 걸어 예약을 확인한 후, 알려주는 장소에서 대기하고 있으면 회사 로고가 있는 셔틀버스가 도착한다. 대부분의 렌털 업체는 여행자들의 도착시간을 미리 확인해 셔틀버스를 대기시키기 때문에 헤매지 말고 일단 전화를 해야 수고를 덜 수 있다. 






사실 한국에서 가장 많이 찾아보고 걱정했던 부분은 렌터카였다. 금액 자체도 가장 클뿐더러 문제가 발생하면 해결하기 가장 복잡하다. 그래서 출발하기 전, 다른 건 내려놓은 채 대강 준비했지만 렌터카만큼은 꼼꼼하게 확인하고 필요한 것들을 준비했다. 

처음 예약할 때부터 업체들을 철저하게 비교하고, 다른 사람들의 포스팅을 읽으며 절차까지 전부 체크했다. 그렇게 만반의 준비를 하고 드디어 직원과 마주한 순간. 

뭔가 이상하다. 이거 확인하고, 이거 체크하면 끝인 줄 알았는데. 언니는 왜 우리가 모르는 것들만 얘기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분명히 들어보면 쉬운 영언데, 정작 듣고 있는 우리는 1도 알아듣지 못하는 이 환장할 상황. 뭐라 할 수도 없고 조바심만 생긴다. 이거 뭐 우리가 알아본 거랑 완전 다르잖아! 


영어 버프를 받아 더 어려운 종이들. 우리를 멘붕에 빠뜨린 보험 약관도 쓰여 있다.



한국에서 예약을 할 때, 현지에서 복잡해지기 싫어 분명히 풀 커버 보험을 들었다. 그런데 왜 직원 언니는 보험 항목을 자꾸 짚어주는 것인가. 그냥 알려주는 건 줄 알았는데 왜 자꾸 설명하면서 가격을 가리키는 것인가. 우리 차는 디젤인가 가솔린인가. 왜 미리 신청한 내비게이션은 없는가. 

심지어 우리는 처음에 신청했던 차와 다른 차로 배정되었다는 것도 알지 못했다. 멘붕의 연속의 연속의 연속이었다. 이래서 집 나오면 고생이라 했던 건가요. 그럼 우리는 어떻게 되는 건가요. 차 못 가져가나요.. 

직원 언니의 긴 설명(?)이 끝나고 약관을 보며 더듬더듬 하나씩 확인했다. 이제 보증금만 내면 끝이다. 설마 여기서 문제 생길 일은 없겠지. 오케이! 하며 카드를 긁었지만, 긁었지만...


신은 분명히 우리를 시험에 빠뜨린 게 틀림없다. 아니면 장난을 좋아하거나. 

공항에서까지만 해도 잘 되던 정피디의 신용카드가 결정적 순간에 긁히지 않는 것이다. 왜 그런지는 모르겠단다. 몇 번을 더 긁어도 오류. 계속 긁어도 오류. 우리 둘 머릿속도 오류. 대신 이작가의 카드도 내밀어봤지만 안된단다. 운전하는 사람의 신용카드만 가능하다는 것. 아이슬란드에서는 카드 한 장만으로 결제가 가능하다기에 현금도 채 준비해오지 않은 상황. 금액도 적지 않아 보증금을 내지 않은 채로 차를 가져갈 수도 없는 상황.


만약 방송이었다면 분명 이 부분에서 출연자들의 표정만 교차로 보여주고, 제대로 쪼는(?) 편집을 했을 것이다. 출연자들 양 옆에는 동. 공. 지. 진 자막이 궁서체로 크게 들어갔을 것이고. 긴장을 2배쯤 높이는 두근두근 BGM도 함께 들어갔겠지. 그리고 등장하는 30초 브릿지!


하지만 이건 방송이 아니다. 이 문제를 해결해 줄 제작진은 없다. 온전히 우리가 해결해야 한다. 다시 현실로 돌아와 어떻게 하면 좋을지 계속 상의했다. 찰나의 시간 동안 우리의 머릿속엔 수천, 수만 가지의 생각들이 떠올랐다. ‘직원 언니한테 빌려달라고 하면 빌려줄까’, ‘차를 반납할 때 준다고 할까’, ‘그냥 다 때려치우고 한국으로 돌아가고 싶다..’ 

다행히도 심각한 두 사람의 표정을 본 직원 언니가 대신 해결책을 제시했다. 가격이 더 저렴한 대신 사고가 나면 큰 사고부담금을 내야 하는 상품을 제안한 것. 선택이 없던 우리는 무조건 고개를 끄덕이며 오케이! 라 외쳤고 무사히 결제까지 마칠 수 있었다.  

모든 과정을 마치고 드! 디! 어! 일주일간 우리와 함께할 붕붕이와 상봉했다. 감격의 첫 만남도 잠시, 생각한 것보다 시간이 너무 흘렀다. 지금 이 감격은 가면서 다시 나누기로 하고 서둘러 붕붕이에 올라타 마트로 향했다.   




<이작가와 정피디의 소소한 꿀 TIP> 


# 정피디를 울린 렌터카 보증금

한국에서 렌터카를 예약한 후 아이슬란드에서 차를 픽업할 때는 사고가 났을 경우를 대비해 반드시 지불해야 하는 보증금이 있기 때문에 운전자 본인 명의의 신용카드는 필수!
(동승자의 카드는 물론 운전자의 체크카드나 직불카드 모두 사용 불가)
현금으로 결제할 경우 대략 ISK 29000(한화 약 27만 원) 정도를 요구하는데 이는 적지 않은 금액이므로 출국하기 전, 꼭 본인의 카드 한도를 체크하는 꼼꼼함을 겸비하시기를!





매거진의 이전글 여기가 아이슬란드, 레알인가요 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