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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얼마나 자유로운가?

무의식이 우리를 조종하는 방식

by Stella Kim


우리는 합리적이라고 믿는다. 차 한 대를 고를 때도, 연인을 선택할 때도, 심지어 아침에 마실 커피를 고를 때조차도. 하지만 정말 그럴까? 혹시 우리가 의식조차 못한 채 보이지 않는 손에 끌려다니고 있는 건 아닐까?


무의식. 프로이트가 처음 개념을 정립한 이후, 이 보이지 않는 힘은 심리학을 넘어 철학, 정치, 경제, 테크놀로지까지 광범위한 분야에서 논의되어 왔다. 그리고 놀랍게도, 이 무의식은 오늘도 여전히 우리를 조종하고 있다.


우리가 기억하지 못하는 것들이 우리를 움직인다.

우리는 잊었다고 생각하는 어떤 경험이, 사실은 우리의 행동을 결정짓는다. 어린 시절 한 번도 친해지지 못했던 유형의 사람에게 왠지 모르게 거리감을 느끼는 것도, 이상하게도 특정한 브랜드만 계속 사게 되는 것도 그 때문이다.


프로이트는 인간 정신을 세 개의 층위로 나눴다.

• 의식(conscious): 우리가 인지하고 있는 것들.

• 전의식(preconscious): 조금만 신경 쓰면 떠올릴 수 있는 기억들.

• 무의식(unconscious): 우리가 까맣게 잊고 있지만 여전히 영향을 주는 것들.


무의식은 그저 억압된 기억들의 창고가 아니다. 오히려, 그것은 우리 삶의 보이지 않는 운전석에 앉아 있다.


칼 융은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집단 무의식(collective unconscious) 개념을 도입했다. 인간은 태어날 때부터 어떤 상징과 패턴을 공유하며, 이는 신화, 종교, 전통 속에 깊이 새겨져 있다고 본 것이다.


즉, 우리는 우리가 아는 것보다 훨씬 더 많은 것들에 의해 영향을 받으며 살아간다.


사회적 무의식: 우리는 조종당하고 있다

무의식은 개인의 영역을 넘어 사회 전체를 움직인다. 피에르 부르디외는 이를 아비투스(habitus) 라고 불렀다. 쉽게 말해, 우리가 속한 환경이 우리에게 특정한 행동과 사고방식을 ‘습관처럼’ 주입한다는 뜻이다.


예를 들어, 특정 계층에서 태어난 사람은 자연스럽게 그 계층이 가진 언어, 태도, 취향을 내면화한다. 우리는 이것이 ‘취향’이라고 생각하지만, 사실 그것은 환경이 만들어준 것이다.


이런 사회적 무의식을 가장 잘 활용하는 곳이 어디일까? 바로 정치와 미디어, 그리고 광고 산업이다.


에드워드 버네이스, 그는 프로이트의 조카이자 “PR 산업의 아버지” 로 불리는 인물이다. 그는 프로이트의 무의식 이론을 마케팅에 적용해 담배를 ‘자유의 상징’으로 브랜딩했다. 그 덕분에 당시 흡연을 터부시하던 여성들까지 담배를 피우기 시작했다.


이제 시대는 바뀌었다. 하지만 무의식을 이용한 조종 방식은 더욱 정교해졌다.


알고리즘과 AI: 무의식 조작의 정점

무의식을 활용하는 기술이 가장 강력하게 작동하는 곳이 바로 오늘날의 소셜 미디어와 AI 알고리즘이다.


유튜브, 틱톡, 인스타그램—이 플랫폼들은 우리의 클릭 패턴을 분석하고, 우리의 취향을 예측하며, 우리가 보기에 가장 매력적인 콘텐츠를 밀어 넣는다. 우리는 ‘우연히’ 추천 영상을 클릭했다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정교한 알고리즘이 우리의 무의식을 파고든 것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AI는 우리의 감정 변화를 읽고, 어떤 제품을 좋아할지 미리 예측하며, 심지어 우리가 언제 어떤 정치적 입장을 가질 가능성이 높은지도 파악한다.


우리는 하루 종일 알고리즘이 던지는 선택지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 문제는, 우리가 그 사실조차 제대로 인식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우리는 무의식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완전히 자유로워질 수는 없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최소한 무의식의 힘을 ‘알고’ 그것에 끌려가지 않는 법은 배울 수 있다.


• 자기 성찰: 내가 왜 이런 감정을 느끼는지, 왜 이런 선택을 하는지 스스로 물어보기

• 미디어 리터러시; 뉴스를 볼 때, 광고를 접할 때 ‘이 정보가 나를 어떻게 조작하려 하는가?’를 고민하기

• 자동화된 선택 거부: AI가 추천하는 것만 소비하지 말고, 능동적으로 다양한 정보를 접하기


결국, 무의식은 우리를 지배하는 힘이지만, 동시에 우리가 그것을 자각하는 순간 조금씩 균열이 생기기 시작한다.


우리는 스스로 선택한다고 믿지만, 사실 우리의 많은 결정은 보이지 않는 힘들에 의해 조종되고 있다. 무의식은 우리의 과거 경험, 사회적 환경, 그리고 알고리즘까지—모든 곳에서 작동한다.


하지만 진짜 중요한 건 그 사실을 아느냐 모르느냐 다. 무의식을 이해하는 순간, 우리는 더 이상 무작정 휩쓸리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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