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에서 마주치는 더닝 크루거의 풍경
스타트업은 무대가 적고 관객은 가까우며 조명은 밝다. 이 세계에서 사람들은 빠르게 판단받고, 속도감 있게 인정받기를 원한다. 이 무대에는 때때로 ‘모른다는 것을 모르는 이들’이 당당히 올라선다. 그들은 주저함 없이 말하고, 배움에 대한 갈증보다는 확신에 찬 표정을 짓는다.
놀랍게도, 이들은 종종 리더의 눈에 띄고, 팀의 방향에 영향을 주기도 한다.
그러나 문제는 그들이 틀렸다는 데 있는 것이 아니다. 문제는 그들이 틀릴 수 있다는 사실을 상상하지 않는다는 데 있다.
우리는 모두 성장의 과정에서 무지를 경험한다. 하지만 어떤 사람은 무지를 부끄러움으로 감추고, 또 어떤 사람은 무지를 확신으로 포장한다. 스타트업이라는 빠른 세계에서는, 이 후자의 태도가 종종 ‘자신감’이라는 이름으로 착각된다. 마치 방향 없이 달리는 속도가, 목적지에 대한 확신처럼 보이는 것처럼.
이런 이들을 마주할 때 우리는 곤혹스러워진다. 팀워크를 해치고, 회의의 질을 낮추며, 때로는 고객에게까지 영향을 미치는 이들을 어찌해야 하는가. 인간은 스스로를 얼마나 모르는지를 깨닫는 데 평생이 걸릴 수도 있다. 그 긴 시간을 우리는 몇 개월짜리 온보딩과 OKR 안에 가둘 수 없다.
그래서 우리는 보다 섬세한 윤리를 가져야 한다. 그들에게 진실을 던지기보다, 질문을 건네야 한다.
“이 아이디어가 맞다면, 고객은 왜 다른 선택을 할까요?”
“이 실험의 실패에서 배운 건 무엇이었을까요?”
그렇게 질문은 칼이 아니라 거울이 되고, 그 거울을 통해 그들은 언젠가 자신을 보게 된다.
그리고 또 하나, 우리는 겸손한 이들을 보호해야 한다. 말끝을 흐리고, 확신보다는 질문을 남기는 사람들. 그들이야말로 진짜 실력자일 수 있다. 그들의 침묵이 자신감 없는 것이 아니라, 책임감 있는 선택이라는 사실을 알아봐줄 수 있어야 한다.
스타트업은 속도의 세계이지만, 신중함이 배제되어서는 안 되는 세계이기도 하다.
“조금 느릴지언정, 끝까지 도달할 수 있는 사람들로 팀을 이끄는 것.”
그것이 리더십이고, 어쩌면 스타트업이 가질 수 있는 가장 성숙한 품격일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