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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라일락 Mar 03. 2022

자만추이거나 인만추이거나

사람을 만나는 경로는 다양하니까

  얼마 전 아는 동생이 곧 상견례를 한다는 연락을 해왔다. 나는 의아함을 감출 수 없었다. 술자리를 좋아하고 특히나 춤추는 술집이라면 신이 나 매주 투어 아닌 투어를 하던 동생이었다. 나이가 되고 때가 되면 결혼을 하는구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 몇몇 친구들은 소개팅을 해 오래 사귀다가 결혼까지 골인하기도 했고, 대학교 씨씨가 첫 연애이자 마지막 연예인 친구도 있었다. 직업에 귀천이 없다고 하는 것처럼 만남에도 도덕적인 선만 지킨다면 뭐라 할 사람이 없을터. 뭐 비대면 시대를 맞이해 소개팅도 이젠 카톡으로 하기에 이르렀으니.

 


  대학교 동기 중에 한 친구는 레지던트 중인 의사를 만나다가 얼마 전에 헤어졌다. 사연인즉슨 어플을 통해서 만났다던 레지던트 남자 친구는 의사가 아니었던 것. 직업에 깜빡 속아 사귄 것만 몇 년이라고 하는데. 그 시간을 보상받을 수도 없고 지금이라도 안 것이 천만다행일 것이다. 나는 얼마 전 티브이 속에서 보았던 직업, 학벌, 나이 모두 속이며 애인을 만들고, 돈도 빌리는 사기꾼 생각이 났다. 정말이지 무서운 세상이다. 

  사람들의 연애방식, 스타일들이 제각각이지만 내 주변 사람들은 자만추(자연스러운 만남 추구)를 원하는 부류가 더 많았다. 격식을 차리고 중간에 주선자가 있으면 불편한 느낌이 든단다. 또 에프터를 꼭 신청해야 할 것만 같다고 한다. 그래서 가끔 솔로인 친구들은 내게 괜찮은 친구 있으면 자리 좀 만들어서 자연스럽게 이야기를 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간혹 귀띔한다. 반면 여자 사람 친구들 같은 경우 이미 한번 검증된 사람을 소개받기를 원한다. 내 나이 정도가 되면(30대 이상 결혼 적령기) 결혼을 전제로 만나야 하기 때문에 한번 필터링이 된 사람을 원하는 것이다. 이 반반 치킨도 아닌 반반 만남 방식에 대한 내 생각은? 나는 어느 쪽도 아니다.


 예전에는 이상형과 가까운 사람이 내 눈앞에 찾아와 운명적으로 만나는 상상을 해왔다면, 지금은 어림없다. 그건 옛날일 뿐. 흘러가는 물을 무언가로 막아봤자 고이고 넘쳐흐르기 일수도 그냥 자연스레 내 마음에 맡기기로 결심한 지 오래다. 뭐, 정 사람이 없으면 강아지랑 같이 오래오래 살 수도 있는 것이고. 

  확실한 건 사람은 많이 만나볼수록 보는 눈이 넓어진다는 것, 자만추(자연스러운 만남 추구)든 인만추(인위적인 만남 추구)든 중요한 건 한 사람을 온전히 알아가는 과정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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