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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라일락 Mar 04. 2022

털 속에 감춰져 있던 강아지 뼈

툭 튀어나온 강아지 뼈의 진실

 얼마 전 강아지 미용을 시켰다. 와 내가 다 시원하다. 강아지는 주기적으로 미용을 시키는데 위생, 미끄러워하는 발 때문에 깔끔하게 깎이는 편이 낫다. 나는 미용을 하고 온 뒤 강아지 털 안에 감춰진 몸을 구석구석 살펴보았다.   '이상하네 이 뼈 뭐지' 뼈 하나가 손에 잡히는 것 같았다. 강아지를 안을 때 혹은 몸을 만질 때마다 엉덩이 쪽 뼈가 툭 튀어나와 있었다. 기분 탓일까. 이쪽에 뼈가 있긴 했었나. 혹시 미용이라도 하다가 강아지가 놀라 뛰어내려서 뼈가 골절이 됐나. 나는 얼마 전 미용샵에 새로 바뀐 미용사 선생님을 떠올렸다. 다시 만져보니 무언가가 돌출되어 불룩 튀어나온 것 같았다. 계속 뼈 부분을 만지자 강아지가 내 손을 피해서 달아났다. 웬일인지 방문 밖으로 나갔다가 내 눈치를 살피고는 다시 돌아왔다. 그러다 튀어나온 뼈를 몇 번 더 만지자 도망갔다.


  나중에 생각해 보면 내가 괜히 겁을 먹고 유난을 떨 때마다 움직였던 것 같다. 노견이라 몸 구석구석을 살피는 게 괜히 귀찮아 보였을 법도 하다. 나는 다음번 검사 때 수의사 선생님께 물어볼 요량으로 반려견의 뒷모습을 사진으로 찍어두었다. 뼈가 튀어나온 부분을 펜으로 표시도 해 두었다. 강아지는 아파도 티 내는 동물이 아니기에 더 걱정이 됐다. 그래도 자꾸 생각나는 뼈. 튀어나온 뼈와 물음표가 내 머릿속에 둥둥 떠다녔다. 나는 혹시 몰라 강아지를 키우는 강O모 사이트에 의문의 뼈의 출처를 밝히기 위해 (혹시나 싶은 생각 반) 사진을 올렸다.

  그.런. 데 결과는 뜻밖이었다. 나는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이걸 다행이라고 해야 할까. 댓글이 두 개나 달려 있었다. "이거 강아지 골반뼈예요" "저희 강아지는 살이 쪄서 잘 안 드러나는데 엉덩이뼈 맞아요" 

그래도 성격상 확실히 확인해야 신뢰를 가지는 나로서 한번 더 확인해야 안심해야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병원에 가 수의사 선생님께 내가 찍은 사진을 보여드렸다. 

  "이건 정상입니다. 엉치뼈예요"

털에 가려졌던 강아지 뼈를 괜한 골절이나 외상으로 착각한 나. 웃음이 새어 나왔다.

  "언제 이런 뼈가 있었을까" 나는 멋쩍어 그 부분을 다시금 만져 봤다. 

  생각해보니 노견이 되어 등도 많이 굽어 있었다. 이걸 왜 이제야 확인했을까. 진작 확인할걸. 자세히 보니 살도 빠져 엉덩이 쪽 뼈 부분이 더 도드라져 보였다. 강아지의 팔 할이 털빨인데 털을 깎고 나니 노견임이 틀림없었다. 웃프지만 앞으로 녀석을 더 자세히 봐주고, 오래 보고 예뻐해 줘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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