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최라일락 Apr 05. 2022

내가 감정을 숨기는 방법

내 감정을 나도 모른다.

  나는 언젠가부터 감정표현에 서툴게 됐다. 어색하다고 해야 할까? 말 수가 적어지고 내 생각을 드러내는 것이 조심스러워졌다. 본래는 자기주장도 강하고, 할 말은 다 해야 속이 뻥 뚫리는 성격인데 말이다. 왜 이렇게 되었을까를 생각하다 보니 감추려고 안간힘을 썼던 것 같다. 

  애인과 싸웠을 때는 그때그때 풀거나 답을 듣지 않으면 답답해 당일에 담판을 지어야 했던 내가? 그랬던 내가 싸우면 괜히 말이 없어졌다. 상대방은 뭐라고 말이라도 하라고 채근했지만 말하기 싫어서가 아니라 그냥 아무 말도 하기 싫었다. 나는 실어증 걸린 환자처럼 한동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성인이 되고 그러니까 스무 살 중반이 넘어가며 모든 것을 스스로 해결하려고 하다 보니 더 그랬던 것 같다. 가끔 토를 심하게 했다. (당시 나는 역류성 식도염과 식도염증 등이 심했다) 그럼에도 엄마에게 들키지 않기 위해 조용히 토를 하고 뒤처리를 했으니까. 부모님께 걱정시키기 싫어서가 이유였다.


  '아니야' '괜찮아' 내가 늘 엄마에게 달고 산 말.

  엄마의 암투병이 시작된 후 내 감정은 더욱더 철저하게 감춰졌다. 엄마는 내 상태가 걱정이 되었는지 매일 안부인사처럼 무슨 일은 없는지 물었다.

  "회사는 괜찮고?" "힘들지?" "괴롭히는 사람은 없어?"

  "사람들한테 미움 사면 안 돼 알았지?"

  나는 하나도 안 힘들다, 재밌다. 사람들도 다 좋고 잘해준다며 거짓 웃음을 지어 보였다. 사실 회사일이라는 게 다 좋을 수는 없지만 엄마 앞에서는 괜찮은 모습만 보여주고 싶었다. 

   이상했다. 나는 엄마의 임종 앞에서도 눈물이 나지 않았다. 눈물은 사치라고 생각했다. 아빠는 엄마의 모습을 보고 꺽꺽 미친 사람처럼 울었다. 나는 멍하게 하얗게 식어버린 엄마 손을 잡으며 '그곳은 자유롭고 아프지 않을 것이라며' 조용히 기도를 했다. 사실은 괜찮지 않았다. 

  눈물, 후회, 증오, 힘듦의 감정은 내가 오롯이 혼자 있는 공간, 방 안에서 이루어졌다. 아무도 보지 않는 곳에서 몇 시간이고 혼자 우는 날이 많아졌다. 감정이란 것에 무뎌지는 것은 그저 괜찮은 척하는 일상으로 포장되었다. 


  "음 그래, 그러면 좋을 것 같아"

친구들을 만나거나 그들이 의견을 물을 때도 무던하다고 해야 할까. 예전에는 그들의 의견에 반론하는 편이었다면 그냥 알았다고 말하는 게 편했다. 

  그런 의미에서 내게 방, 그리고 브런치는 내 이야기를 가장 잘 표현할 수 있는 공간이었다. 그리고 난 괜찮아. 좋아 잘 지내라고 말해야 상대에게 걱정시키지 않고 씩씩하게 살고 있다는 표식이기도 했다. 하지만 그 말은 곧 '사실은 나 괜찮지 않아'라는 시그널을 보내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나는 내가 꼭 괜찮고 잘 지내야 할 것만 같아서 그래 보여야 잘 사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 같으니. 그래서 나는 꽤 많이 감정을 숨겼다. 그래서 표현하는 방법이 서툴어진 것일까. 나는 언제쯤 나만의 동굴에서 나갈 수 있을까.

  무뎌진 감정을 뒤로하고 부엌으로 간다. 조용히 요리를 하고, 만든 음식을 다 먹었다. 나는 설거지를 하며 마음을 가라앉힌다. 그리고 다시 방문을 닫았다. 괜히 울음이 왈칵 나왔다.

매거진의 이전글 꽃이 피는 달은 괜히 마음이 아프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