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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라일락 Apr 04. 2022

꽃이 피는 달은 괜히 마음이 아프다

4월 달력 한 장이  넘어갔다.

  꽃이 피기 시작했다. 동네 울타리 근처에는 개나리가 '이 구역은 내 공간이야'라고 말하듯 에워싸고 있었다. 벚꽃은 아직이다. 남쪽 지방에는 꽃놀이가 한창이라고 하던데. 나도 꽃이 보고 싶어졌다. 나는 주말에 경기도 근교 가장 가까운 수원 쪽으로 꽃을 보러 갔다. 보통은 밖으로 나가기보다는 집에서 넷플릭스를 보거나 누워있는 게 더 편한 나인데, 지금 쉴 때 돌아다니지 않으면 후회할 것 같아 주말이 되면 조금씩이라도 몸을 일으킨다.

  개나리, 벚꽃, 목련 등 예쁜 꽃들이 중간중간  피어 있었다. 원래는 꽃놀이 행사가 있었는데 코로나 때문에 취소되었다는 현수막이 걸려있었음에도 사람들이 꽤 보였다. 나뭇가지 끝에는 봄이 왔다는 걸 알리기라도 하듯이 꽃망울들이 붙어 있었다. 마치 이곳이 포토존이라는 것을 알리기라도 하듯 가장 큰 벚꽃 나무 앞에는 할머니, 유모차를 끌고 온 아기 엄마, 대학생으로 보이는 커플 등 다양한 연령층의 사람들이 포즈를 취하고 있었다. 


  봄이 되니 엄마 생각이 유독 더 났다. 봄은 꽃들이 만개하는 날인데 좋은 생각만 해도 모자란데. 꽃들이 너무 예뻐서 심술이 나나보다. 한창 봄날을 보내야 하는 순간에 사라진 엄마를 생각하니. 봄 하니 열여덟인가 열아홉 무렵 엄마와 함께 글짓기 상 시상식을 간 적이 생각난다. 경기도 인근 공기업 같은 곳이었는데 내가 백일장을 다닐 때 상을 수상할 때면 엄마는 휴가를 썼다. 나는 휴대폰으로 집 앞 철쭉 앞에서 찍은 사진 하나를 보았다. 사진을 보니 사진 속 그날이 빠르게 기억이 났다. 햇살이 밝게 드리워서 눈이 부신 날로 기억한다. 글짓기로 상을 받을 때마다 엄마는 항상 본인이 상을 받은 것 마냥 어린아이처럼 웃음을 지었던 것도. 엄마의 웃음은 햇살보다 더 빛났었다.


  "두 분 자매인 줄 알았어요. 진짜로. 어머님이 참 젊으시네."

  당시 상을 주신 관계자분이 시상식이 끝난 후 다과를 먹는 시간에 수줍은 톤으로 말을 했다. 엄마는 깔끔한 오피스룩의 옷매무새를 다듬으며 나와 관계자를 번갈아보며 미소를 지었다. 

  

2022년 4월 3일 꽃을 보며 사진을 찍었다.

  봄은 예쁜데, 참 예쁜데 내게는 잔인하고 아픈 달이다. 엄마와 봄에 하고 싶은 일들이 많았는데 지금 남은 건 집 근처 화단에서 찍은 사진 한 장이 다다. 저 벚꽃도 제일 아름다울 때 저 버릴 텐데. 왜 모든 것은 제일 아름다운 시기에 사라질까를 생각한다. 그래서 사람들은 저마다 휴대폰 사진기 셔터를 누르며 사진을 찍는 것일까.

  나는 나무 앞에 아직 설핀 꽃을 찍었다. 찰칵 소리가 났다. 지금 이 순간을 담기 위해서 꽃이 지기 전에 찰나를 머릿속에 담기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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