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기결제를 끊자 식욕보다 먼저 불안이 찾아왔다
강원도로 여행을 갔을 때 쿠팡에서 문자가 왔었다. 광고, 스팸 문자에는 익숙한 편이라 차단하면 그만 아닌가. 그런데 그게 아니었다. 가입 시 입력했던 내 정보가 다 털렸다는 안내 메시지에 순간 화면이 정지된 듯 손가락이 멈췄다. 주변에 이런 안내 문자를 받은 적 있느냐고 묻자 없단다.
나는 쿠팡에서 아주 초반에 문자 안내를 받아서 일부만 해킹된 줄 알았다.
"왜 또 하고많은 사람 중에 나지 털릴 정보도 없는데"라고 혼자 읊조렸다. 며칠 후 상황은 좀 더 심각했다. 주변 지인들도 하나 둘 네가 받은 문자를 받았다며 난리였고, 쿠팡을 거의 사용하지 않은 아빠도 문자를 받고는 이게 뭐냐며 되물었다.
이미 개인정보는 공공연하게 돌아다닌다고 체념한 상태지만 괜스레 불안했다. 그도 그럴 것이 나는 평소 필요한 물건이 있으면 쿠팡을 이용하는 쿠팡러다. 로켓 배송, 빠른 배송은 물론 배달 앱도 많이 쓴다.
내 친한 지인들은 두 부류로 나뉘었다. 이번 기회를 통해서 다른 앱을 쓰겠다는 입장과 어차피 털린 정보 그냥 쓰자는 입장. 나는 뭔가 휴지로 음식물을 덜 닦은 듯 찝찝한 기분이 들었다.
나는 며칠 동안 갈등하다 정기결제를 취소했다. 정기결제로 월마다 돈을 내면 음식 배달을 할 때나 물건을 살 때 할인이 됐고, 적립도 됐었다. 당연하게 사용했지만 결제수단을 막기 위해 다 끊어놓았으니 더 이상 쓸 필요성이 없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금단증상이 찾아왔다. 요 근래 스트레스를 많이 받아 매운 게 당겼었다. 또 다른 날은 집밥은 맛이 없고 반찬도 없으니 시켜 먹자며 보쌈을 시켰었다. 클릭 한 번이면 결제와 배달 정보까지 다 뜨니 간편하고 쉬웠는데……. 입이 심심해졌다. 앱 정기결제를 끊었으니 이참에 돈을 아끼자고 다짐하며 앱으로 배달음식을 시키지 않으리라 다짐했다. 정기결제를 끊는 일은 돈을 아끼겠다는 결심이라기보다는 생활의 리듬 하나는 지우는 일이었다.
점심, 저녁이 되니 배가 고프지도 않은데 불안감이 찾아왔다. 냉장고 문을 열었다 닫았다를 반복했다. 집에 음식은 있었지만 손이 가질 않는다. 배달 앱이 없으니 저녁은 다시 선택의 문제가 됐다. 뭘 먹을지 정해야 했고, 직접 만들거나 식재료를 사러 나가야 했다.
정말 군것질 혹은 외식이 하고 싶은 날엔 차라리 나가서 사 왔다.
배달 대신 나가기를 선택하면 번거롭지만 조금이라도 건강을 찾고 있다는 기분이 든다.
세어보지도 않던 배달 앱 순수 지출내역을 확인했다. 최근 시켰던 배달비용이 족히 몇 십만 원은 되는 것 같다.
“내가 이렇게 많이 먹었다고?” 몇 번 안 시켜 먹은 것 같은데 몇 번이 아니었다. 쿠팡 사태로 자연스럽게 배달 앱 디톡스를 하며 생활을 바꿔나가기로 한다.
저녁을 준비하며 조금 번거로운 하루가 될 것 같기도 하다. 크리스마스이브 저녁 아빠와 조촐하게 칼국수를 끓여 먹기로 했다. 감자와 양파를 넣고 계란을 부쳐 고명을 얹어 먹을 계획이다. 그동안 배달 지옥에 빠져 정말 배달음식 중독이었는지도 모른다. 집에서 만들어 먹기 위해 채소와 야채를 손질하고 불을 지피고 간을 하는 시간이 아깝다 생각했는데 만드는 과정에서 주는 즐거움을 생각하기로 했다.
완전히 조리된 음식을 빠르게 먹는 것보다 내가 공들여 만든 음식에 집중해 본다. 느리고 천천히 스며드는 국물 맛이 입술 속을 적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