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많은 똥들은 어디서 왔을까
권정생 선생님의 강아지똥이라는 동화책을 기억한다. 버려진 쓸모없는 똥이 민들레를 만나며 꽃을 피우는 데 도움을 주며 존재의 이유를 찾는 내용이다. 어릴 적 나는 캐릭터 똥에 새겨진 올망졸망한 이목구비가 귀여워 한참을 들여다봤었다. 동심을 깨긴 싫지만 지금은 똥이 너무도 많다.
나는 평일 하루 한 번, 일 가기 전에 꼭 강아지 산책을 한다. 집 근처를 돌아 공원 모롱이를 지나 벤치까지 갔다가 돌아오는 코스다. 그럼 삼십 분이라는 시간이 딱 맞아떨어진다. 산책코스를 다니면 사람 구경 말고도 강아지 구경을 더 많이 할 수 있다. 더불어 강아지 똥 구경도.
아스팔트 위이던 잔디 주변이던 강아지들이 오줌 싸는 곳은 정해져 있다.
다른 강아지가 싼 오줌 위에 자신의 오줌으로 덮는 경우도 허다하다.
쉽게 표현하면 “여긴 내 구역이야”라고 흔적을 남기는 것이다.
문제는 똥이다. 동화책에서는 똥도 쓸모 있는 존재라고 표현하지만 똥은 똥일 뿐이다. 똥을 쌌다면 치우는 게 당연한데 안 그런 사람들이 많다. 날씨가 따뜻해지면서 강아지들의 산책 주기가 길어졌다. 지난주에는 다른 강아지의 똥을 최소 여덟 번 이상 마주한 것 같다.
나는 속으로 “이렇게 많은 똥, 꿈에나 좀 나오지. 로또라도 되게”라며 입을 비쭉 내밀며 투덜댔다. 똥의 형태도 모양도 제각각인 대다가 싼 지 얼마나 됐는지도 가늠할 수 있었다. 몇 주 전에 봤던 자리에 그대로 있던 똥 몇 개는 햇빛에 구워진 것 마냥 말라비틀어져 있었다. 도대체 사람들은 똥을 치우지 않는 것일까?
문제는 똥이 있는 자리에 냄새가 나니 강아지가 그 주변으로 간다는 사실이다.
나는 “거긴 더러워”라고 말하며 목줄을 짧고 강하게 당겼다. 주춤하던 강아지가 아쉬운 듯 똥이 있는 곳을 확인하다가 나를 따라온다.
잘은 모르지만 우리 동네 같은 경우는 혼자 사는 어르신들도 강아지를 많이 키운다. 간혹 가다 강아지를 오프리쉬 하는 할머니들도 보이는데 똥 싸는 건 그냥 두는 모양이다.
어르신이 키우는 강아지라고 해서 꼭 배변을 안 치우는 것은 아니다. 저번에 동네 어르신과 이야기한 적이 있는데 젊은 사람인데도 엘리베이터에서 똥을 싼 거 같은데 그냥 두고 튄 걸 본 적 있다고 말했다. 그러니 똥을 안 치우는 강아지 보호자들은 특정 부류로 단정 지을 순 없다. 그냥 안 치우는 사람들일 뿐.
나는 잠시 후 검은색 배변봉투를 꺼내 들었다. 주변 탐색을 마치고 편안해졌으니 오분 내로 똥을 쌀 것이다. 녀석이 주변에 사람이 없는 것을 확인하더니 빙글빙글 돈다. 강아지들이 똥 싸기 전 도는 것을 보면 웃음이 나온다. 꼭 야유회에서 하는 코끼리 코 돌기 게임을 하는 모습 같다.
나는 따끈해진 똥을 봉투에 담아 확인한다.
'음 오늘 먹은 것 소화가 잘 됐군'
녀석의 장 안부를 확인한 후 잘했다며 칭찬한다. 똥은 똥이라 쓸모없지만 녀석의 건강을 확인할 수 있는 중요한 지표이기도 하다.
냄새 맡고 싸고 움직였으니 녀석의 발걸음이 가볍다.
뒤에서 보니 발을 총총총 내디디며 걷는 강아지를 보니 엄마미소가 절로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