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출근 하는 날 엄마가 입원했다

모든 게 영화였으면 좋겠다

by 최물결
모든 게 영화였으면 좋겠는 일들


모든 게 영화였으면 좋겠다.며칠 전 참여한 마로니에 여성 백일장 시제에서 영화라는 제목이 나왔는데 그때 썼던 첫 문장이다. 실제로 치매끼가 있는 우리 할머니를 모티브로 해서 쓴 글이었다. 그런데 정말 영화였으면 과거로 되감기 하고 싶을 만한 일이 내게 생겼다. 정확히는 첫 출근을 하던 날이었다. 2020년 10월에 나는 이직에 성공했다. 작가가 되고 싶었던 나는 다시 작가 일을 하게 되었다. 영상에디터, 제품에 대한 글을 쓰는 일, 가끔 유튜브 촬영일자가 생기면 큐시트를 짜는 일, 내 일 자체가 글 쓰는 일이 된 것이다. 그래서 설레었고 기뻤다. 그래서 엄마한테 말하지 않았다. 나중에 첫 월급을 타면 회사의 분위기와 면접 봤던 내용에 대해서 말할 생각이었다.

그날은 엄마가 대학병원에 건강검진 결과를 들으러 가는 날이었다. 별거 아니겠지, 우리 엄마인데 뭐, 내 머릿속 엄마는 건강한 사람, 당연히 아프면 안 되는 사람이 돼 있었다. 그런데 당연한 건 없었다. 집에 오니 엄마가 바쁘게 짐을 챙기고 있었다.

“오늘 입원하래서 바로 입원했고, 외출 나온 거야. 밥 잘 먹고, 할머니 잘 부탁해”

엄마는 말투는 담백했다. 엄청 침착하고 그래서 나는 더 괜찮은 줄 알았다. 왜 이제야 알았을까. 엄마는 일을 그만두고 할머니를 돌보는데 온 시간을 쏟았다. 할머니가 엄마 생일날 엉덩방아를 찧는 바람에 압박골절이 생겼고, 아프다고 소리만 지르는 할머니를 다급하게 병원으로 데려갔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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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에겐 편안한 날이 단 하루도 없었다

어느 날부터 엄마의 속이 이상했다. 뭔가를 먹으면 토를 하고 배가 아프다 하고, 그때마다 엄마는 ‘쉬면 괜찮아질 거야’라고 말했다. 압박골절이 된 할머니의 기저귀를 갈며 이상하리만치 엄마는 점점 살이 빠졌다. 할머니에게 기저귀를 빼면 안 된다고 주입시켜도 계속 빼는 터에 방 안의 이불들이 성할 날이 없었다. 엄마는 엄마를 간호하기 위해 엄마의 온몸을 다 바쳤다.

피아노를 배우고 싶다던 엄마의 말이 계속 생각이 났다. 엄마가 아무렇지 않게 태연해서 놀랐다.

“괜찮아 아픈 건 치료받으면 되는 거야”

하지만 그 말에는 묵직한 뼈가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자궁에 뭔가 보인다고 한다. 난소 쪽인데 정확히는 검사를 더 해봐야 한다고. 십일 정도 입원을 해야 한다고 했다.

엄마는 검사도 안 하려고 했다. 하지만 할머니를 돌보다 온 몸이 상한 것 같고 예사롭지 않은 느낌을 받아 강제로 엄마를 검사시켰다. 그리고 마침내 발견된 것이다. 난소 양쪽에 혹이 있는데 3센티 정도 된단다. 눈물이 핑 돌았다. 아니야 여기서 울면 안 돼. 나는 나오는 눈물을 꾸역꾸역 삼켰다. 그리고 아무렇지 않은 척 밥을 입안에 욱여넣었다.

“할머니한테 엄마 아프다고 말하면 안 돼 할머니 심장 약하셔”

본인 걱정이나 할 것이지 끝까지 할머니를 챙긴다. 엄마는 짐을 다 싸고도 한참 동안 집안일을 했다. 마치 작별인사라도 하듯이. 설거지를 하고, 바닥을 쓸고 닦고, 강아지가 머리카락이라도 먹으면 큰일 나고, 아빠와 내가 호흡기 질환이 있으니까 더 위생에 신경 써야 한단다.

“엄마 내게 할게 하지 말라니까”

내 만류에도 불구하고 엄마가 대답한다.

“오늘 이렇게 해놔야지 다른 날은 병원에서 계속 검사만 받아야 하자나”

엄마는 끝까지 집, 할머니 걱정으로 가득했다. 회사는 경력직으로 들어갔기 때문에 바로 일을 해야 했다. 나는 꽤 담담한 척을 했지만 엄마가 걱정됐다. 엄마는 끝까지 내게 하얀 거짓말을 했다.

“거기 간호사들도 도와주는 사람 따로 붙여놔서 괜찮아”

나는 순진무구하게 그 말을 또 믿는다.

“아 그렇구나”

그런데 그런 간호사는 없었다. 할머니는 사라진 엄마를 보고 계속 어디 갔냐며 나를 들들 볶아 댄다.

“엄마 회사 갔다 구우~ 일하러 갔어”

엄마는 딸에게 거짓말을 하고 엄마의 엄마에게 거짓말을 했다. 그렇게 누구 하나 힘들지 않게 신경 쓰게 하지 않으려고. 엄마의 그 행동들이 너무 안쓰럽다. 엄마도 힘들다고 했으면 좋겠다. 화도 내고 아프다고 소리 질렀으면 좋겠다. 비어있는 공간마다 엄마의 모습들이 묻어 있었다. 출근 첫날 나는 내 방에서 조용히 울음을 삭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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