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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라일락 Apr 15. 2021

내 글에도 ‘롤린 같은 역주행 시절이 올 수 있을까’

내 글에 숨결을 불어넣어준 엄마를 위해, 난 오늘도 묵묵히 쓴다

  

해도 안 된다고 생각하는 순간에 알 수 없는 유튜브 알고리즘과 팬들이 만든 영상 등으로 뜬 노래 롤린. 비가 오는 날, 더운 날, 추운 날 날씨를 막론하고 후렴 부분 카메라 앞에서 세상 환하게 웃으며 꾸준하게 활동을 이어온 걸그룹에게 기적이 일어났다. 나도 그 노래를 넌지시 따라 부른다. 괜히 나도 피식 웃게 된다.

                                       <출처:  기사  브레이브걸스 인기가요 1위 자료화면>

Rollin' Rollin' Rollin' Rollin'하루가 멀다 하고 Rolling in the deep ~ 평균 나이 30세. 롤린이란 노래가 역주행되면서 그동안 그녀들이 불렀던 다른 노래들도 이슈가 돼가고 있다. 스케줄이 없는 날보다 3시간을 자도 몸이 힘든 게 낫다고 말하는 그녀들. 한 편의 동영상이 불러온 태풍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그녀들이 이룬 성공 신화는 교차 편집돼 외국 사람들에게 큰 감동을 주었다. 나 또한 한 길을 꿋꿋이 가는 것이 얼마나 힘들기를 알기에 유튜브로 그녀들이 걸어온 여정들을 보며 얼마나 힘들었을지를 가늠해 봤다. 아마 내가 상상하는 것 그 이상이겠지.


언젠가 나도 꿈을꾸듯이 상상을 해본다. 언젠가 원고 청탁이나 내 글을 읽고 감명받은 이들이 하나둘 씩 늘어나서 책을 낼 수 있다면. 그래서 나처럼 힘들었고, 고민했고, 방황하는 사람들 앞에서 강연도 하고 실제로 멘토도 된다면 얼마나 좋을까 라는 생각 말이다. 아나운서가 한때 꿈이었던 적이 있었다. 정확히는 글쓰는 아나운서. 그 이유중 하나가 내가 쓴 원고를 읽는게 좋아서 였으니까. 내가 쓴 글을 한자 한 자 읽다보면 자음과 모음이 뚫린 가슴 사이로 스며 들어 오는 것 처럼 웅웅 거리며 깊은 울림을 주었으니.

엄마는 항상 내가 될 수 있다고 말했었다. 내가 항상 고민을 할 때도 엄마의 대답은 똑같았다. ‘네 나이면 돌도 씹어 먹을 수 있어. 뭐든 할 수 있는 나이야’라고. 엄마는 나를 믿어줬으니까. 그때마다 나는 되물었다. ‘엄마. 내가 정말 할 수 있을까?’ 그때마다 엄마는 ‘너니까 할 수 있어’라고 대답해줬다. 그런데  이제 엄마가 없으니 나는 내가 믿어야 한다.


 사실 예전에 내 꿈은 글 쓰는 걸 업으로 삼아 유명해지고 돈도 많이 벌어서 엄마를 떳떳하게 만들어주는 게 꿈이었다. 그래서 지긋지긋한 시간에 쫓기지 않고, 꽃꽂이도 배우고 피아노 학원도 끊어주고 싶었다. 그런데 엄마가 돌아가시고 나니 꿈도, 목표도, 희망도 모든 것이 한동안 사라졌었다.

그럼에도 그 감정들을 올곧이 적어 나갔다. 예전에는 글을 위한 글을 썼다. 돈이 되는 글, 사람들이 봐줄 거 같은 글. 예쁜 글. 멋있는 글. 그런데 그렇게 쓰니 감흥이란 게 오지 않더라. 나는 그동안 샤넬, 프라다, 구찌처럼 정말 멋있는 글을 쓰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화려한 조명 아래에서 빛나는 글 그래서 나도 한껏 멋을 내고 싶었을 것이다. 그런데 최근 들어 글에 힘을 빼고 내가 느끼는 감정을 그대로 넣었다. 사실 그게 어떻게 넣는 것인지 쓰는 것인지 방법은 모른다. 내 감각에 의존해서 쓰는 것이니까.


더디지만 조금씩 내 글을 봐주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에 감사하다. 롤린 정도는 아니지만 최근에 엄마에 대한 글을 보고 많은 댓글이 달렸다. 1월 14일 내가 엄마를 잃은 날에 남편을 보낸 이, 아버지, 동생을 잃은 분들의 댓글, 그냥 내 글을 보고 있자니 너무 슬퍼서 눈물을 한 바가지 쏟았다는 분도 있었다. 그리고 참 감사한 메일 한 통도 받았다. 병원 검사실에서 일하시는 분인데, 내 글을 보고 힘을 낼 수 있었다고, 일어서게 해 주셔서 감사하다는 말을 한 자 한 자 적어주셨다. 정말 힘이 났다. 엄마에 대한 글을 쓰면 그 그리움의 크기를 가늠할 수 없어서 눈물이 나온다.

한편으로는 이런 생각도 해본다. 어쩌면 엄마의 인생을 되돌아보면서 쓰는 글자 하나하나, 또 내 글을 보고 감명받았다고 해주는 이들의 만남이 모두 엄마가 보낸 선물이 아닐까? 그래서 나는 더디지만 열심히 더 열심히 엄마를 기억하려고 애써보려고 한다. 그리고  꾸준히 포기하지 않고 쓰려고 한다. 가수 브레이브걸스가 그랬던 것처럼. 누군가 알아주는 한 명이 있어도 그 감사함을 잊지 않고, 써내려 가다 보면 나도 역주행의 순간이 오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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