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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라일락 Dec 18. 2021

코로나 시대 줌으로 나를 알리는 시대

줌(Zoom) 면접, 인터뷰 후기

  처음으로 보는 줌 면접에 대한 기록을 남기고자 펜을 들었다. 퇴사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꽤 큰 중견기업에서 면접 제의가 왔었다. 정확히는 비즈니스 솔루션, 그룹웨어 및 경영지원 프로그램을 세일즈 하는 회사였고, 그곳에서 콘텐츠를 제작하는 업무 직군으로 제의가 들어왔었다. 업무의 20%는 가끔 제안서를 작성해야 하기도 하고 Biz 기획을 하는 업무도 포함되어 있었다. 

  2차 면접이 있다고 했다. 되도록이면 사람이 없는 조용한 곳에서 노트북 혹은 스마트폰 화면을 통해 보는 면접은 처음이었다. 그랬기에 더욱 떨렸고, 벌써 면접을 봐도 되는지 싶었다. 그러나 비어 가는 잔고를 보면서 최선을 다해 면접을 봐 그 회사에 가고 싶었다. 

  IT회사 직군에 있는 친구들은 전 날 화면으로 비치는 내 모습을 꼭 테스트해 보라고 했고, 준비 잘하며 응원해 줬다. 그런데 노트북으로 비치는 내 모습에는 한계가 있었다. 집 안 불빛이 밝은데도 불구하고 얼굴이 황달처럼 둥둥 떠 있었다. 왠지 카메라에 비친 내 얼굴이 맘에 들지 않았다. 주변에 면접을 볼 수 있는, 적어도 연습을 할 수 있는 공간이 혹여나 있는지 열심히 검색을 해 보았다. 그리고 생각해봤는데...

만약 집에서 면접을 본다면 내 뒤로 강아지가 지나갈 수도 있고, 혹시 모를 아빠의 목소리가 섞여 들어올 수도 있을 것이다. 위층에 아이들이 많아서 쿵쿵거리기도 하는데 소음 발생이 생길 가능성이 컸다. 


  걱정의 걱정, 걱정인형인 나는, 면접을 잘 보고 싶었다. 그리고 알아본 곳은 강남에 있는 인터뷰 박스라는 곳. 강남, 신촌, 홍대 등 여러 지점이 있었는데 '인터뷰 박스'란 곳은 시간당 팔천 원부터 만 이천 원까지 방 크기마다 다양했다. 


실제 가보고 촬영한 곳이라 임의적인 홍보 리뷰는 아니라는 것을 밝힌다. 시간이 중요하기 때문에 기본 두 시간을 넉넉하게 네이버로 예약했다. 방은 좁다면 좁고 적당하면 적당한데 커다란 모니터가 하나 있고 양쪽 사이드로 조명이 있어서 카메라에 비친 내 모습이 선명하고 활기 차 보였다.

  확실히 색상 차이가 나서 친구에게 전날 노트북으로 연습했던 모습은 흡사 토인이 분명했다. 

토인의 결정체 사진

나는 카톡으로 친구에게 전날 집 노트북으로 찍은 사진을 보내며 'ㅋㅋㅋㅋㅋㅋ'를 연신 보냈다. 줌으로 면접 연습을 할 때에는 동영상 녹화를 따로 할 수가 있어서 좋았다. 


세상이 정말 좋아졌다. 줌으로 면접을 보다니. 회사 측에서 보낸 메일 링크 혹은 주소를 줌 화면 창에 입력하면 면접 화면으로 자동 연결이 된다. 심사위원은 두 명으로, 나란히 앉아 있었다. 혹시나 연결은 잘 됐는지 다시 한번 소리 테스트를 하고 시작했다. 선명하게 잘 나오는 모습은 좋았지만 말을 할 때마다 차분하고 긴장된 듯한 표정이 내게도 보이는 것 같아 불안했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배경, 카메라 조용한 환경이 조화롭게 잘 이루어져 있던 것. 그래서 하나하나 질문이 이어질 때마다 침착하게 대답할 수 있었다.

  '후회는 없이' '오늘이 마지막인 것처럼 미련 없이 보는 면접' 항상 그런 생각으로 나는 면접에 임하곤 했다. 

사실 이 삼 퍼센트의 아쉬움은 남지만, 나를 불러주지 않는 다면 내 자리가 아닌 걸로! 나는 최선을 다 했으니까! 

  줌 면접이 익숙하지 않은 내게 인터뷰 박스라는 곳에서의 면접은 신선한 경험이었다. 앞으로 줌 인터뷰를 종종 이용하게 될 것 같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은 소리도 잘 나오고 화면도 선명했지만 심사위원의 목소리가 가끔 잘 들리지 않았다는 것(그건 저쪽 문제일 것이다). 아무래도 대면과 배디면 사이엔 알 수 없는 조금의 이질감이 있기 마련이니까. 그래도 후회 없이 불태웠다. 최 라일락, 할 수 있다는 외치며 인터뷰 룸을 세차게 나선다.

  문고리와 방마다 쓸쓸하지만 훈훈한 기운이 느껴졌다. 누군가가 지나간 방 한켠한켠 마다 오고 갔던 발걸음이 묻어있으리라. 모든 사람들의 열정이 화면에 담기길 염원하면, 어느덧 어두워진 해거름 위를 저벅저벅 걷는다. 

오늘도 꽤 괜찮은 하루가 되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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