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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라일락 Dec 20. 2021

오락실 총 사격이 좋은 이유

최 스나이퍼의 유일한 취미 

영점을 맞추고 시위를 당긴다. 초점에 나 자신을 믿고 그대로 쏘면 된다. 혹시라도 많이 흔들리면 안 된다. 처음 내 촉을 믿어야 한다. 혹시라도 조준에 실패하면 한 발이 그냥 날아가니까. 

내가 총 사격이 좋은 이유도 같은 맥락에 서였으니까.

나의 아저씨에서 이지안(아이유)이 취미에 적은 달리기가 생각이 났다. 아이유(이지안)는 박동훈(이선균)에게 게 이런 말을 한다. 

"달릴 때는 내가 없어져요. 그게 진짜 나 같아요"라고.

진짜 내가 된다는 건 무엇일까. 아무것도 포장하지 않은 날 것 그대로의 내 모습일까. 있다면 그 모습을 어떻게 찾을까 누구한테 물어봐야 하나.

  나는 총 사격을 할 때면 숨죽이고 먼발치의 그것들에 집중한다. 전에는 그냥 되는대로 쏘자 했는데 영점 조준이 나도 모르게 자연스럽게 되는 순간부터 재미를 느꼈다. 큰 과녁부터 좁은 과녁까지 잘 맞춰지니 그저 신기할 따름이다. 심심할 때 줄 곧 오락실에서 연습해서 이렇게 되는 건 아닌가, 스스로 뿌듯해진다. 그렇게 얼마간 점수가 상위권이기 시작하더니 얼마 전 30발 모두를 맞춰 인형을 한 마리 땄다. 이럴 때 하나에 몰두하는 내 성격을 보며 '아 나 이런 사람이지' ' 하면 되는 사람이구나' '은근 집요한 사람이구나 나' 라며 속으로 몇 번이고 되뇌었다. ' 아 나도 진종오 선수처럼 어렸을 때 사격을 했어야 하나보다' 내 진짜 모습을 찾게 되는 오락실 삼천 원짜리 사격.

  아빠에게 경품으로 받은 캐릭터 모양 인형을 선물인 냥 손에 쥐어주었다.

  "귀엽게 생겼네"

  인형을 보니 엄마가 생각났다. 엄마는 내가 휴대폰 매장에서 선물 받은 인형들을 병실에 걸어놨었다. 이거 너무 귀엽지 않냐며 스마트폰으로 사진을 찍어 보내주기도 했었는데, 열쇠고리 크기의 다람쥐, 토끼 모양의 인형이었던 걸로 기억한다.


  언젠가 인형 뽑기나 사격을 해서 더 귀엽고 예쁜 인형으로 엄마 병실 문고리에 달린 인형을 바꿔 주겠다고 말했었다. 그때쯤이면 엄마와 싸우고 있는 병마와도 이겨낼 시간이 충분하지 않을까를 생각하며.

 나는 캐릭터로 된 용품, 아기자기한 물건들을 좋아해 줄 곧 엄마에게 주곤 했다. 엄마가 병원 투병 생활, 항암치료 후 돌아가실 것이라고는 상상도 못 했다. 엄마가 돌아가신 후 아빠 휴대폰으로 간호사에게 연락이 왔었다. 병원에 주토피아 토끼 슬리퍼가 있는데 가지고 가시라고. 내가 빌려 주었던 주토피아 슬리퍼.

생전에 간호사들에게 이거 딸이 빌려줬는데 귀엽지 않냐며 간호사 선생님은 물론 청소 아주머니 한 명 한 명 까지 살뜰하게 챙긴 엄마이기에, 돌아가신 후 그냥 버려도 될 법한 슬리퍼를 가져가라는 연락이 온 것이다. 하지만 아빠는 돌아가셨는데 무슨 소용이 있겠냐며 알아서 버리라며 간호사에게 신경질 적인 대답을 했다. 


  당시 나는 회사를 다니고 있었다. 더 열심히 다닐 수밖에 없었다. 무너지지 않으려면 일하는 수밖에 없었으니까. 열심히 일하다 보면 잊히겠지. 언젠간 무뎌질 날이 올 거야. 그런데 사랑하는 사람들( 엄마, 외할머니) 한 명씩 사라지니 내 멘탈도 으스러지기 직전까지 가고 있었다. 그럴 때면 혼자 오락실에 가거나 이불을 덮고 숨죽여 울었다. 우는 편보다 뭐라도 하는 게 나으니 사격장에 갔다. 사치일 수도 있지만 나의 정말 작은 사치 삼천 원을 욱여넣어 사격을 시작한다. '시작하시겠습니까?' '네' 

탕탕. 내 작은 사치이자 특기. 내가 잘할 수 있는 것, 슬픔에서 빠져나와 집중할 수 있는 유일한 시간이니까. 나는 사격, 집중할 수 있는 이 시간을 사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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