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최라일락 Dec 21. 2021

강아지들도 고독사를 한다

강아지들의 우울증

오랜만에 전전 직장 동료들과 망년회 겸 근황 토크 겸 겸사겸사 모임을 가졌다. 나까지 포함해 네 명 중 세명이 강아지나 고양이를 키우기 때문에 애견, 애묘 이야기가 안 나올 수 없었다. 역시 사람 여러 명이 모이면 이야기 꽃이 쉬이 지지 않는 법. 각자 자식들을 자랑하듯 서로의 반려 동물에 대해 이야기하고 조금 더 딥한 이야기까지 갔다. 30대의 우리들은 결혼, 출산, 이직, 종교, 사회 등 범위에 상관없이 다양한 이야기들을 한다.

본인이 본 것, 느낀 것 등의 경험을 토대로 말이다.

우리의 대화 속 화두가 동물이라는 것을 알기라도 하듯 모니터 속에는 동물농장이 재생되고 있었다. 

한 때 유튜브에 청년 고독사가 이슈여서 고독사 문제가 알고리즘을 타고 여기저기 떠돌고 있었다. 

우리 네 명 중 한 명이 청년 고독사를 주제로 이야기를 리드해 나가기 시작했다. 


  "사실 그들이 머물던 곳은 오랜 시간 아무도 드나들지 않아서 주변이 많이 부패되어 있데. 왜 비싼 스피커나 Mac(맥), 고가의 가전기기 사이사이에도 구더기가 많이 껴서 되팔기는커녕 버릴 수밖에 없다네."

나는 새삼 고독사라는 게 무섭게 느껴졌다. 얼마나 세상이 힘들었으면 저럴까, 이런저런 생각을 하는 사이 A는 이 말을 전하려는 게 아니었다는 듯 말을 이어나갔다. A의 말속에 힘이 들어가 있었다. 


  "제일 인상 깊었던 건..."

으로 시작한 A의 말속에 무겁고 엄숙한 공기가 흘렀다. 생을 스스로 마감했는지, 어떤 방식인지는 모르지만 고독사를 한 시체 한 구의 배 쪽이 볼록하게 솟아 있었던 적이 있었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강아지가 주인 배 위에서 굶어 죽은 거라고 한다. 주인은 강아지를 배려해 도망칠 수 있도록 문을 열어두고 생을 마감했지만 강아지는 주인 곁을 지키다가 그 후에 하늘나라로 간 것이다. 이야기를 듣고 있자니 마음이 아팠다.

그리고 우리 집 강아지를 떠올렸다.

내게 처음으로 브런치 독자들의 공감을 사게 해 준 아이, 직장 때문에 혹은 일하기가 무척 싫을 때 동기 부여를 시켜준 아이, 엄마 할머니가 돌아가셨을 때 유일하게 내 옆에 있던 아이, 내 울음을 본 아이기 때문이다. 글의 영감과 원천을 주기도 하고 때론 웃음을 짙게 하며 벌써 10년 넘은 세월을 함께 했다.

직장을 갑자기 그만두며 빨리, 다시, 곧, 구하자 라는 생각을 들게 만든 것도 내 반려견 딸기 때문이었다.


강아지는, 나보다는 짧게 살았으면 좋겠다. 내가 다 거두어주고 싶으니까. 그렇지만 고통스럽지 않게 살았으면 이라는 생각을 한다. 어느 날 갑자기도 아니고 서서히 내 기억 속에 물들어 오는 녀석. 녀석을 바라본다. 오늘도 내가 살아 있음을 느낀다.


사진 설명을 하자면 A에게 받은 배찌다

문 앞에 붙여 놓으면 화재가 나거나 위험한 일이 생길 때 혼자가 아니라 반려견도 있음을 알려 주는 거라고 한다. 

작가의 이전글 오락실 총 사격이 좋은 이유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