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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라일락 Dec 27. 2021

케세라세라 어떻게든 할 수 있다

당신의 오늘은 아무것도 아닌 게 아니다 

  리프레쉬 기간, 한 달 여정도가 됐다. 그동안 내 마음은 반은 불안했고, 반은 편안했다. 클라이언트, 윗사람의 눈치를 볼 시간이 사라져서 좋았고, 맞춰 쓰는 글에 대한 강박관념도 사라졌다. 브런치에도 편안하게 글을 쓰고 있다. 반. 대.로. 드는 생각은 이게 맞는지 정말 이대로 편하게 쉬어도 되는지에 대한 의문, 온몸을 옥죄는 듯한 불안감이 엄습할 때면 머리 끝까지 이불을 덮고 누워 있고 싶었다. 마치 온몸에 벌레가 붙어 기어 다니는듯한 찝찝한 기분이 들 때도 있었다. 쉬다가도 쉬는 게 아닌 것 같을 때 말이다. 어떨 때는 공허하고 쓸쓸한 느낌이 들었다. 소속감 없이 홀로 강가에 둥둥 떠다니는 듯한 느낌이 정말 이래도 되나 싶었다.

다들 열심히 페달을 밟아 어딘가로 가기 위해 달리고 있는데 나만 홀로 이렇게 평안해도 되는 거냐며 나는 나 자신에게 핑퐁핑퐁 질문을 굴리고 있었다. 

"최 라일락 씨 정말 이래도 괜찮습니까?"

지원했던 곳보다 꽤 많은 연락이 왔다. 헤드헌터를 통해 받은 연락이나, 회사에서 온 제안들 그 외에 내가 지원한 회사 등 작고 큰 회사 여러 곳에서 받은 연락은 쉬기만 했던 내게 위안이 되어 주었다. 그래도 인생 헛살지 않았구나라고. 작은 스타트업부터 규모 있는 회사까지 불문하고, 몇 주간 열심히 면접을 보러 다녔다.



  lo que sera sera 스페인어. 케 세라세라다. 일어난 일은 일어나게 되어있다. 뭐가 되든 될 것이다. 나는 이 말을 굳게 믿는다. 남들처럼 하나의 직무를 오래 한 것도 아니고, 다양하다면 다양하리만 한 잡다한 일들을 폭넓게 접했다. 요 근래 면접을 다니며 느낀 점이다. 근무기간이 들쑥날쑥 1년 단위인 곳도 있고, 고르지 못했기에 왜 그런 것인지에 대한 질문은 늘 꼬리표처럼 나를 따라다녔다. 사실 아직도 내가 이쪽 분야에 대한 글을 쓰고 싶은 사람이 맞는지, 어떤 글을 어떻게 써서 사람들에게 전달할 것인지에 대한 물음표이기도 하다. 어쩌면 살아가면서 풀어야 할 숙제이기도 할 것이다. 지난주에만 보러 간 면접만 세 개다. 면접을 보면 대략적으로 회사에서 할 일들이 눈에 그려지고 회사가 바쁜지 조직(팀)들이 체계적으로 움직이는지가 눈에 그려진다. 

물 한잔 건네는 것부터, 면접 안내, 장소를 알려주는 모습이라던지, 로비에서 인사팀이 기다려주는 것이라던지 면접을 겪으며 느끼는 이미지가 다양해졌다. 하도 면접을 보러 다녀서 처음과는 달리 마시는 우황청심환은 더 이상 마시지 않아도 됐다. 왜냐면 마실 시간이 없으니까. 초행길이라 아무리 빨리 가려고 해도 교통편이 없어 지도를 보며 걸어가다 못해 뛰어갔는데 그렇기에 긴장 없이 면접을 보곤 했다. 그냥 주어진 질문에 열심히 대답한 것, 모르는 건 모른다고 하고, 쫄지않고 상대방의 눈을 보고 있는 그대로를 말하는 것, 면접은 많이 볼 수록 느는 것 같다. 뭐 어차피 될 사람이었으면 됐을 테니까. 뭐가 되든 그게 어디든 되겠지라고 생각하니 마음이 편해졌다. 


  안양에서 서울까지 분명 한 시간 이상의 에너지를 쏟아가며 얻게 된 것은 분명히 있다. 다양한 회사, 면접관들 혹은 사람들을 만나며 담담하게 내 이야기를 정확하게 하는 것이다. 혹여 떨어진다 해도 낙담하지 말고 내가 필요로 하는 곳이 있으니 믿으며 기다리는 것이 제일 중요할 것이다.

그리고 퇴사, 구직, 퇴사, 구직을 하는 사람들이 계속 풀어나가야 할 고민이기도 하다. 이직을 염두하면서 동종업계 혹은 타 업계를 가게 되더라도 생각해봐야 할 문제이기도 하고. 

그렇지만 뭐든 허투루 쌓은 경험은 없다는 것, 뭔가를 쓰고, 먹고, 느낀 게 있다면 그 조각들이 당신의 포트폴리오가 될 것이다. 회사는 근사하고 빛나는, 포장지 같은 당신을 원하지 않을 수도 있다. 솔직하고 진솔한 그간의 경험(힘든 일, 재밌는 일, 하다못해 알바를 하면서 느꼈던 감정)등을 올곧히 소중하게 간직한다면 대답할 때 꽤 도움이 될 것이다. 


  나는 아직도 불안하다. 글을 쓰는 이 순간까지도 어딘가에서 나를 필요로 하는 회사를 못 만날까 봐 보다는 먹고살 것이 없을까 봐, 어수선한 집안 사정들, 엄마 제사 준비 등 불안하고 불편한 일들 투성이니까. 그렇지만 그래도, 어떻게든 케세라세라를 외친다. 어떻게든 되겠지 배 째라가 아니라 그럼에도 무언가는 될 것이다라고 생각하는 편이다. 지금 이 글을 보는 사람들 모두, 당신이 무언가를 실행하고 행했다면 그 일들은 결코 헛되지 않은 것이라고 말해주고 싶다. 그 끝은 모두 행복한 결과가 나오는 해피엔딩이기를. 할 수 있다는 의례적인 말보다는 케세라세라를 외치며, 글을 마무리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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