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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라일락 Dec 31. 2021

슬기로운 회사 생활 백서(feat. 언니가 알려줄게)

내가 잘할 수 있는 나만의 무기를 금방 꺼내지 말아라 

  언니가 알려주는 회사생활 백서, 그동안의 경험을 토대로 조금씩 써 보려고 한다. 오늘 해볼 얘기는 나만의 무기, 필살기에 대한 이야기다. 면접을 볼 때 여러 가지 스킬을 요구하거나 할 수 있냐고 물어보는 경우들이 더러 있다. 나는 무조건 '네네,  YES맨 사원' 이 되는 것은 좋지 않다고 생각한다. 설령 내가 회사가 원하는 기술을 다 할 줄 안다고 할지라도 말이다. 전부 YES로 대답해 버리는 회사는 당신이 이후에 그 일을 하는 것이 당연한 줄 여긴다. 예를 한번 들어보자. A라는 직무로 들어왔는데 B도, C도 할 줄 안다며? 그럼 해야지, 이렇게 되면 얼마나 난처한가.

  방송국에 재직할 때 글 쓰는 업무로 입사한 적이 있었다. 당시 인력이 없고 (당시 회사는 채울 생각도 없었으며) 시간적 여유가 없어서 어쩔 수 없이 재제작을 위한 녹음, 녹음파일 간단 편집 등을 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당시 나는 당연히 할 수 있는 게 아니었는 데다 금방 배우면 빠르게 손에 익혀 할 수 있는 것이었다. 나는 즐거운 마음으로 두 세 단계나 더 해야 하는 작업을 직접 배웠다. 간단한 파이널컷 편집 기술은 배워 놓으면 분명 나중에 많이는 아니더라도 도움이 될 것이라는 믿음과 함께. (훗날, 이직 면접을 볼 때 멀티로 무언가를 했다는 것이 나를 뽑을 때 많은 참고 사항이 되었다고는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감춰야 하는 것은 있다. 다시 예를 들어보자. 글쓰기도 잘하는 사람이 있는데 여기에 웹디자인, 편집기술까지 있는 능력자가 있다고 쳐보자. 기업 입장에서는 사람이 부족하거나 꼭 필요한 프로젝트를 지금 당장 해야 할 때 당신을 시킬 수도 있다.  지금 이 글을 보고 있는 당신이라면 어떻게 할 것인가? 여기서 또 두 분류로 나누어진다. 인력을 충원하거나 외주를 맡긴다던가 방법을 제시하며 내 직무의 바운더리를 침범하지 않는 부류, 혹은 알겠다고 하면서 한 두 번 해주다가 자신의 일에 대한 정체성까지 침범받는 경우 두 가지다. 

  모두 다 잘하는 것은 좋지만 포인트는, 적재적소에 활용하는 것이다. 당신의 패를 모두 보여줘 버리기엔 그 능력이 소중하다. 지금 글을 쓰는 최 라일락 또한 글쓰기 외에 이렇다 할 새로운 기술이 없지만 그래도 나만의 플랫폼인 브런치 활동을 하는 것은 회사에 철저하게 숨긴다. 내 능력의 패는 정말 필요할 때 보여주는 게 유리하니까. 예를 들면 협상을 하거나 새로운 무언가를 제안할 때, 음, 결국 협상이란 말이 맞을 것이다. 

  우리는 반짝이는 어떤 능력 하나쯤은 가슴속 안에 갖고 있다. 그게 뭐던 간에 사람에게는 잘할 수 있는 거 하나쯤은 있으니까. 그 패를 소중히 갈고닦아 회사 소모품이 아닌 주체적인 나 자신으로써 일어날 수 있는 '무기'로 성장시켜보자. 근근이 하루하루 월급을 기다리는 내가 아니라 회사 앞에서 당당하게 이야기할 수 있는 근사한 내가 되기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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