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새 폭설이 쏟아지고 있었다.
성탑의 좁은 복도
나는 창문에서 가능한 멀리 떨어져 몸을 웅크렸다.
곧 굉음과 함께 눈사태가 밀려들었다.
산산조각 난 창문 사이로 들어온 차가운 눈보라가 복도를 휘젓는다.
잠깐의 고요.
안도할 틈은 없었다.
복도 끝 육중한 문이 열리며 눈더미가 쏟아져 나온다.
그 속에서 어렴풋이 사람의 형상을 보았다.
심장이 얼어붙는다.
그것은 사람이 아니었다.
눈 속에서 삐죽 나온 마네킹.
그제서야 숨이 터져 나온다.
마네킹에게 또 속고야 말았다.
나의 공포도 사실 그런 모습을 하고 있는지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