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 35주차: 예기치 못한 노르웨이 병원 입원 경험

by 스텔리나

지난 일요일 아침, 일어나자마자 기침 및 가래가 시작됐다.

종종 있는 일인지라 대수롭지 않게 넘겼고 남편과 함께 점심 데이트를 나섰다가 기침, 가래로 인해 밥도 제대로 못 먹고 이윽고 천식 증상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이전에 의사를 통해 처방받은 흡입기를 통해 증상을 진정시키고자 했지만 효력이 없었다. 이어 친구와 커피 약속이 있었는데 취소하기엔 너무 늦어버려 일단 나갔다. 그러나 점점 컨디션이 난조해지고 말할 때 숨이 차 중간에 흡입기를 두 차례정도 더 사용했지만 천식 증상이 더더욱 올라왔다.


한두 시간 정도 뒤에 남편 보고 데리러 오라고 했고 집에 가는 길에 너무 힘들었다. 천식 증상이 심해지면 숨이 가빠와 대답하고 말하는 것이 거의 불가능하다. 가능해도 기침이 올라오기 때문에 대화를 계속 이어가기란 힘들다.

그렇게 집에 도착했는 데 주차장부터 집까지 가는 길이 몇 분도 채 안 되는 데 숨이 차올라 천근만근이었다. 그리고 옷 갈아입고 좀 쉬는 데 아마 천식 환자들은 알 것이다. 증상이 심해지면 숨을 쉴 때마다 쌕쌕 거리는 소리가 생긴다. 해당 소리가 심해지자 남편이 응급실에 가겠냐고 물었고 난 일단 전화를 먼저 해보자고 했다.


노르웨이 응급실에 대해 궁금하다면, 제가 이전에 작성했던 글을 '북유럽 복지 현실: 노르웨이 의료 시스템 및 응급실' 참고해주세요.


그래서 남편이 응급실에 전화를 걸었지만 거의 한 15분~20분 동안 누구 하나 전화받는 이가 없었다. 그렇게 기다리다가 연결된 상담원은 나의 증상에 대해 물었고 이때도 내가 천식 증상으로 인해 대화가 어렵다는 점을 얘기하고 또 현재 임신 중이라고 말하자 지금 바로 오라고 했다. 응급실에 도착하자 한 15명 정도의 사람들이 있었고 번호표를 뽑고 접수를 했다. 한 20-30분 정도 기다리니 간호사를 만날 수 있었고 간호사가 혈압 등을 재고 진료실로 안내해 줬다. 이후 또 20분 정도 기다리니 의사를 만나볼 수 있었다.


의사는 나에게 증상이 언제부터 시작됐는지 물었고 청진기로 내 숨소리를 확인했다. 그리고 나에게 천식이라는 것을 어떻게 확신하냐고 혹시 민들레 알레르기 아닌지 물었다. 요즘 민들레 철이라 알레르기 시즌이긴 하나, 천식이 아닌 알레르기가 아니냐는 식으로 계속 물어 집에 보내겠구나 싶었다. 그래서 한국에서 어렸을 때부터 천식을 앓고 있었고 노르웨이 와서 따로 천식 검사를 받은 적이 없지만 꽃 알레르기도 없다고 했다. 그러더니 나에게 호흡을 이렇게 해봐라 저렇게 해봐라 하면서 뭐가 문제인지 모르겠다는 의심의 눈초리로 나를 쳐다봤다.


그리고 이후 다시 진료실로 들어오더니 내가 사용 중인 흡입기와 동일한 약품(?)을 산소마스크로 들이마시게 했고 큰 차도는 없었다. 이어 "대학병원으로 가봐야 할 것 같네요. 뭐가 문제인지 난 모르겠어요. 천식이 아닐 수도 있겠단 생각이 드는 데 내가 여기서 더 해줄 수 있는 게 없지만 이대로 당신을 집에 보내지는 못하겠어요."라고 말하며 응급실에서 의사와의 진료는 종료됐고 약 400 크로네 비용이 청구됐다.




대체적으로 노르웨이에서는 엄청 심각한 경우가 아니라면 집에서 2-3일 정도 쉬고 더 심해지면 연락을 취하라는 등으로 안내해 주고 집으로 돌려보낸다. 특히 이러한 초기 진료가 잘 안 되어 돌이킬 수 없는 사고로 이어지는 경우도 있는 게 여기의 안타까운 현실이긴 해 의사의 말을 그대로 믿기 어려울 때도 있다. 하지만 내가 임산부라서 그런지 바로 대학병원으로 연계해 준 듯했다. 하지만 임산부라도, 이런 상황이더라도 대학병원은 직접 알아서 가야 한다.




대학병원에 도착해서 접수 한 뒤, 또 대기실에서 기다림이 시작 됐다. 대학병원에 도착하면 환자만 대기실로 보내지고 보호자는 함께 동행할 수 없다. 그렇게 한 삼십 분 기다렸는 데 간호사가 내 이름을 호명하고 혈압 체크, 피검사 등을 진행했다. 이때도 응급실에서 진행된 것과 별반 다를 것이 없었고 이후에 한 삼십 분 정도 기다려 의사를 만났다. 의사가 청진기로 내 숨소리를 듣자 바로 "천식이네요"라고 말했다. 그리고 나에게 경과를 보기 위해 하루 정도 입원할 것을 권했다. 코로나 바이러스 검사를 한 뒤 다른 진료실로 옮길 것이라 얘기했는 데 이때 바이러스 검사를 기다리는 게 너무 오래 걸려 힘들었다.


그렇게 기다리다가 다른 간호사가 바이러스 검사를 위해 내 이름을 호명했고 진료실로 걸어가는데 숨이 너무 차올라 힘들었다. 그리고 나에게 코로나일 수도 있으니 마스크 착용을 하라한 뒤 소변검사를 위해 소변을 받아오라며 통을 줬는데 화장실까지 가는 길이 정말 너무너무 힘들었다. 벽을 잡고 걸어야 할 정도로 호흡이 안 잡혔다. 마스크를 쓰니 더 증상은 악화된 것 같았다. 겨우 걸어갔다가 다시 진료실로 돌아오는 데 내 상태를 본 간호사가 마스크를 벗으라고 자기가 마스크 쓰겠다고 했다. 이후 속전속결로 다른 피검사를 위해 두 차례 피를 뽑고 코로나 바이러스 검사를 위해 면봉으로 목 안을 문질렀다. 이때도 과호흡이 와서 너무 힘들었다. 힘들어하는 내 모습에 빨리 하겠다며 이리저리 바삐 움직이는 모습에 너무 고마웠다. 그리고 의사가 처방해 준 호흡기 치료법을 시행했다. 이 치료를 하고 나니 좀 살 것 같았다. 코로나 양성인 경우 1인실 사용해야하는 데 현재 자리가 없어 나보고 대기를 해야한다고 했다. 얼마나 대기가 필요한지 알 수는 없었고 물어볼 기운도 없어 묻지도 않았다.


다행히 40분 정도 지난 이후 코로나 테스트 결과 음성이 나왔고 피검사 모두 이상없음으로 나와 소변 검사는 시행하지도 않아도 된다며 소변 담아오라던 통을 휴지통에 폐기시켜버렸다. 이럴거면 왜 힘들게 화장실 다녀오라 한건지.. 아무튼 이후 옮겨진 진료실에서 해당 간호사가 또 이런저런 질문을 하는 데, 갑자기 토할 것 같아 화장실 가야겠다 토하겠다라고 하자 재빨리 화장실로 안내해 줬다.


간호사들이 전반적으로 다들 친절했다. 토를 하고 돌아온 나에게 뭐 필요한 게 있냐, 먹은 것은 있냐며 물어봐줬다. 그리고 아쉽게도 1인실은 꽉 차서 4인실로 배정받았고 보호자는 병실에서 같이 지낼 수 없고 집에 가야 했다.


내가 배정받은 4인실에는 이미 세 분이 입원해 있었고 모두 고령층으로 각종 기기들이 연결되어 있는 분도 있어 기계 소리가 지속적으로 들리고 아무래도 나이가 있으시다 보니 핸드폰도 진동모드가 아닌 벨 모드로 되어 중간에 알림 소리가 계속 들렸다. 또 중간에 간호사를 호출하는 경우도 꽤 있었고 이런 상황에서 나도 누워서 자려고 하면 더 숨이 차올라 수면을 취하기란 어려웠다.


그래서 중간에 간호사를 호출해 한번 더 호흡기로 치료를 받기도 했으나 아기도 이제 꽤 커서 그런지 역류성 식도염 증상도 올라오고 또 기침을 심하게 하니 또 토를 하고 속 쓰림으로 일어났다 앉아있다를 반복하며 밤을 꼴딱 새웠다. 그러다 아침이 되어 간호사가 아침을 먹겠냐고 물었고 난 역류성식도염 약을 요청하고 복용하다가 또 토를 했다. 침대도 편치 않고 또 사람들이 계속 왔다 갔다 거리니 마음 편히 쉴 수도 없었고 여러모로 너무 지쳐 집에 가고 싶었다.


간호사가 의사가 추후에 문진 하러 오면 퇴원 가능여부를 알 수 있다고 해 기다리다가 한 시간쯤 잠들었다가 또 사람들 대화소리, 인기척에 금세 깼다. 그러다가 10시쯤 의사가 드디어 왔고 나에게 증상에 대해 묻고 청진기로 내 숨소리를 듣더니 전보다 나아진 것 같다고 집에 가고 싶은지 아니면 더 있고 싶은지 물었다. 그래서 집에 가고 싶다 말했고 이후 치료 방법에 대해 설명해 준 뒤, 그럼 오늘 집에 가도 좋다고 했다.


언제쯤 가면 되냐 물었더니 처방전을 발급해야 하니 12시쯤 퇴원하면 될 것 같다고 해 장장 두 시간을 더 기다렸고 이후 의사가 나에게 약 복용법 등이 적힌 안내문을 전달해 줬고 나에게 호흡기 치료 한번 더 하고 가고 싶냐 물어서 흔쾌히 오케이 했다. 그리고 이후 약국에 들러 처방해 준 약을 받고 집으로 돌아와 밥을 먹고 잠을 푹 잤다.


지금은 그래도 전보다 많이 호전된 상황이지만 의사의 말에 의하면 천식 환자의 경우 임신 기간 동안 천식 증상이 그대로이거나 호전되거나 아님 악화되는 경우가 있다고 하며 충분한 산소가 제대로 전달되지 않는 경우 아이에게 더 스트레스가 가기에 출산 전까지 처방해 준 약을 사용할 것을 권장했다.


예기치 않게 노르웨이 대학병원에서 하루 입원을 하게 됐는데 그전에 노르웨이 의료 시설에 대한 경험이 대체적으로 부정적이었다. 웬만한 모든 경우에 파라셋, 이 북스 조합으로 약을 복용할 것을 권하고 또 그냥 집에서 며칠 쉴 것을 권해 큰 기대가 없었다.


하지만 이번에 입원 경험을 통해 만나게 된 의사, 간호사 모두 도움을 주고자 하는 모습과 또 보호자(남편) 없이 외국인으로서 의사소통이 백퍼 안 되는 상황에서 입원하게 된 것이 불안하기도 했는데 영어로도 소통이 잘 되고 궁금한 점의 경우에도 친절하게 설명해 주며 긍정적인 경험을 선사했다. 주변 이들에게 말하니 아마 임산부라서 더 빨리 대응해 준 것 같다고 하며 나도 이에 동의하지 않을 수는 없었지만 그래도 적절한 치료가 시행돼 무척이나 감사했다.


아울러 이 이벤트를 계기로 임신 과정이 쉽지 않다는 것을 다시 한번 느끼게 됐으며, 앞으로 출산까지 무탈한 시간을 보내고 순산 기원을 기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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