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aving Las Vagas (1995)

by stelo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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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벤(Ben)은 춤을 춘다. 술을 산다. 이미 카트 안은 여러 종류의 술로 가득하다. 술을 사는 것이 무척 즐겁다, 흥겨워서 춤을 춘다. 그런데 배경 음악으로 깔리는 스팅의 Angel eyes는 묘하게 슬프다. 기뻐서 춤추는 모습이 너무도 이질적으로 느껴지게 슬프다. 벤은 알고 있다. 자기 자신이 죽을 것이라는 걸. 누구나 다 알고 있는 사실을, 벤은 너무도 현실적으로 직면하고 있다. 지금 자신의 행동은 죽음으로 더 재촉하며 달려드는 일이다. 술을 더 마시면 죽는다. 술 때문이 아니고 자신이 알코올 중독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마실 수밖에 없다. 그렇지 않고서는 죽을 것 같아서. 그건 특이한 행위는 아니다. 누구나, 대부분, 자신의 삶을 결국은 죽기 위해서 살고 있다. 하루를 죽여가며 일을 하고. 세월을 죽여가며 서로 사랑한다. 그렇게 자기가 의미 있는 일을 했다고 착각하며, 죽어가고 있다는 사실을 잠시 뒤로 숨기려 한다. 벤은 숨기기보다는 조금 더 확실한 선택으로, 죽어가고 있는 자신이 할 수 있는 최선으로 살아가고 있다. 화려하게 꾸밀 수도, 비관적으로 바라 볼 수도 없다. 누군가에게 가장 살아있다고 느끼는 행동은 각자마다 다른 의미를 지닌 행동이니까. 누군가온힘을을다해 죽는 것을 멈추게 할 권리는 아무에게도 없다. 그건 최선을 다해 살려는 사람을 멈추려고 하는 것과 같다. 지금 흐르는 스팅의 노래는 진혼곡이다. 그리고 한없이 -없어져버릴- 자기 자신을 애도하기 위해 춤을 춘다. 죽기 위해 술을 마신다. 덕분에 지금 너무도 살아 있음을 증명한다.


2.
예상하지 못한 죽음은 너무도 당혹스럽다. 하지만 충분히 예상 가능한 죽음에서는 과연 어떤 감정을 느껴야 할까? 어느 날 하루를 시작하려 할 때 문자를 받았다. ‘ —- 가 죽었어’ 농담이라고 하기엔 너무 정직하고, 서둘렀다고 보기엔 침착한 문자였다. 어떤 예상도 하지 못하고 있었던 있었기에 쉽게 반응을 할 수 없었다. 너무 현실적인 비현실이었으니까. 그날 저녁 장례식장에 가기 위해서 옷장에서 검은 양복을 찾아 입고 있을 때야 현실로 느껴졌다. 현실적인 죽음 앞에서 선 우리는 누군가가 죽었으므로 나 자신은 아직 살아 있음을, 그리고 곧 죽을 수도 있음을 실감했다. 살아 있는 모습이 어떤 형태였어도 그 사실을 피하기 힘들 거라는 것 또한. 그렇다면 불치병에 걸린 환자라면 어떨까? 어떤 방식으로도 치료가 쉽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된다면. 그리고 뒤늦게 알아버린 사실 때문에 세상을 원망하거나, 그전까지 누리지 못한 것들을 모두 즐기기엔 너무도 시간이 모자라다는 것을 알게 된다면. 무엇이 어떻게 될 것이라고 예상 가능하다고 해서, 그 후에 이루어질 행동이 모두 예상된다고 생각한다는 것은 동의하기 힘든 일이지만. 불치병에 걸렸어도 괜찮아. 세상은 아직 아름다운 것들이 더 많아. 너보다 더 힘든 사람들도 있어. 그래도 적어도 지금은 살아 있잖아. 남은 시간을 최선을 다해서 살아 있음을 증명해봐.라는 식의 말이 정말로 곧 죽을지도 모르는 사람에게 위로로 할 수 있는 말인 걸까. 하지만 어느 누구도 불치병에 걸린 사람에게 병이 나으라고 윽박을 지를 수도, 별수 없으니까 지금 죽으라고 할 수도 없는 거니까. 자신과 분리된 그 사람에 대해서 이해하지 못하면서, 단지 누군가가 죽고 있다는 사실과. 지금의 모든 것들이 과연 죽음이 선고된 그 사람에게 어떤 유익이 되는 것인지 알 수 없는 행동으로 서로 이별을 맞이하게 되진 않을까. 예상하든 예상하지 못하든 누군가와의 관계 단절은 무척 당혹스럽다.


3.
두 남녀가 이별을 한다. 보통의 경우에 ‘우리 관계는 여기까지가 좋을 것 같으니까 앞으로 몇 달 후까지 열심히 사랑한 뒤 최선을 다해서 헤어지자’라는 식으로 예상하고 계획하고 이별하진 않는다. 하지만 유심히 주의를 기울이면 대부분은 급작스럽게 이별을 맞기보다는. 언제나 이별의 징조와, 분위기가 먼저 형성된다. 그러니까, 다시 말하자면 누구든지 어느 정도는 이별을 어렵지 않게 인식이 가능하다는 말이다. 그렇게 예상 가능한 이별이라면. 그리고, 곧 처음, 혹은 앞으로 지금 같지 않을 상대방을 바라보며 자신의 마음도 조금씩 변해가면서 원하지 않은 행동과 말을 하게 될 때. 과연 무엇을 할 수 있을까? 뭐 어차피 헤어질 거니까. 하필이면 그것이 지금 이였기에, 너였기에 라는 원망을 하면서 후회하며 얼마 남지 않은 시간을 보내게 될까. 아니면, 어쩌면, 조금은 사소했던 그 순간과, 다른 사람이 아닌 너여서 다행이라 여기며. 곧 잊혀 기억조차 희미해질 추억들을 마지막까지 즐기려고 노력할 수 있을까.


결국, 시간은 지날 테고 예상이 현실로 다가오면 누구도 막을 수 없게 관계는 끝나게 될 것이다. 조금 아쉬워도 조금 서러워도 결국 그렇게. 만약 예상 가능한 이별을 한다면, 그리고 언젠가 일어날 갑작스러운 이별을 하게 되면. 그건 그렇게 성급히, 분리된 관계에 대해서 결말을 내리려는 것이 아닌. 결국은 그렇게 살아가고 있음을. 그렇게 지금 너무도 살아 있음을. 나라는 존재가 태어나 살면서 죽는 과정에서 한 가지 일어난 놀라운 일 중 하나였음이라고. 그렇게 생각하게 된다면. 그것은 단절이 아니고 결국 의지적으로는 원하지 않지만 다른 방식으로 계속 이어져 있다고 생각하면서. 결국, 헤어지고 난 다음에는 조금은 절망적이고 약간은 자괴적인 기분이 들더라도, 하지만 계속 살아가고 죽을 나를 위해 춤이라도 추면서 ‘너’라는 존재가 없는 이 세상에서 ‘나’라는 존재는 이렇게 강렬하게 살아 있음을 조용히 외칠 수 있지 않을까.


Leaving Las Vagas (1995)

director - Mike Figg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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