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오 - 23

by steloy

오혁 그러니까 혁오 밴드를 처음 봤을 때 느낌은 한국에서도 이 정도 소리를 내는 인디밴드가 있다는 사실이 재미있었고 그들의 방향성과 개성이 주는 독특함이 즐거웠다. 개성이 있는 보컬, 그렇다 오혁의 목소리는 무척이나 개성이 있다. 완벽한 기술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라 할지라도 톤과 전달력에 있어서는 충분히 매력적이다. 게다가 보컬의 개성에만 의지한 밴드가 아닌 밴드 자체의 색이 있어서 하나로 잘 어우러지는 그야말로 제대로 된 밴드다. 그들이 만드는 거친 소리가 거칠고 가다듬어지지 않은 보컬 톤과 어우러져하고자 하는 말을 조금은 두텁고 거칠지만 제법 잘 어울리는 전달을 한다.


그런데 들으면 들을수록 혁오 밴드는 왜인지 90년대 그런지 밴드를 제법 잘 차용한 그렇고 그런 밴드라는 생각이 들었다. 영리했고 한편으로는 의문이 생겼다. 왜인지 모르게 느껴지는 진짜가 아닌듯한, 무언가 방향성을 잘 따라 만들어낸 듯한 이미지라는 생각이 드는 순간부터 조금씩 그들에 대해 관심이 멀어지게 만들었다. 무엇보다도 혁오 밴드의 팬이라고 칭하는 층의 얇음이 느껴져서 그랬던 것 같다. 왜인지 나에게 혁오 밴드의 팬이라고 칭하는 사람들은 메인스트림과 다른 부류를 즐기면서 힙해 보이려고 애쓰는 -정말 힙하다는 것에 대한 정의도 제대로 모른 채로- 진짜가 뭔지 구별을 하지 못하는 사람들로 보였다. 물론 그 말은 혁오 밴드가 가짜 라는고 말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들을 즐기는 어린 층에 대한 반감이었다고 할까. 요새 잘 나가는 인디 밴드를 아는 쿨한 자신의 모습에 만족하는 팬층, 게다가 무한도전에 나온 밴드라니, 나의 편협한 생각은 혁오 밴드의 팬이라고 칭하는 층을 '왠지 그럴 것이다.'라고 이미 굳어져 버린 확신으로 혁오 밴드를 가렸고. 굳이 그들의 음악을 더는 찾아 듣지 않게 만들었다.


그런데 '23' 앨범을 듣고 나서는 그 생각들이 산산조각 나버렸다. 그리고 조금 더 어릴 때 이런 밴드를 접하지 못함에 대한 아쉬움이 생겼다. 그것은 혁오 밴드가 말하는 청춘의 한가운데에서 그들의 노래를 제대로 느끼지 못함에 대한 아쉬움 일 것이다. 내가 지나왔던 청춘과 지금 현재 어린아이들의 청춘은 조금은 다를 테니까. 내가 느꼈던 막막함과 불안함은 또 다른 형태로 바뀌어 지금의 청춘들이 통과하고 있다 하더라도 결코 나는 그것에 대해서 안다고 말할 수 없는 일이니까. 위에서 말한 혁오 밴드의 팬들 또한 자신들의 청춘을 통과해 가면서 다양한 음악을, 이야기를, 세상을 알아가고 있는 중이기에 무엇이 좋은 건지 또는 무엇이 맞는 것인가에 대해 하나씩 알아가며 고민하고 있는 모습일 테니. 그렇게 새로운 것을 알고, 경험하고, 느끼며 자신의 것으로 소화해서 또 다른 새로운 것으로 내놓음을 반복하다 보면 그들의 나이테도 선명해지고 현재 느껴지는 불안 또한 사라지게 될 테니. 오히려 새로운 것에 대한 거부감과 자신이 알던 세계와는 다름에 부딪히는 어른이야말로 더는 성장을 멈춰버린 어리석은 모습이니까. 기대 이상으로 '23' 앨범에서 그들의 성취는 놀라웠다. 그리고 아직 그들의 어림에 대해 다시금 더 놀라움이 들었다. 앨범 안에는 많은 생각과 고민의 흔적이 보였다. 모든 앨범이 그러하듯 '23' 앨범 또한 첫 번째 트랙에서 마지막 트랙까지 한 번에 듣기를 추천한다. 앨범 전체를 관통하는 혁오 밴드가 생각하는 젊음과 청춘에 대한 생각에 빠져들게 만든다. 그들에게 청춘은 아름다움과 불안함, 끝을 알 수 없는 모호함. 하지만 그런 청춘 한가운데서 각자의 청춘을 응원하고 있었다. 아마 혁오 밴드는 말하고 싶었던 것이다. 불안함 속에서도 젊음은 찬란하고 아름답다는 것과 미처 온전히 찬란함을 느끼기도 전에 불안함이 다시 엄습해 온다는 사실을.


언제부터였을까 청춘이라는 말이 설레고 빛나는 모습에서 슬픔과 아픔으로 바뀐 것은.

언제부터였을까 청춘이라는 말이 찬란한 동경이 아닌 불안한 위로가 필요하게 된 것은.

언제부터였을까 청춘이라는 말이 끝없는 방황에서 더디게 버텨내는 하루가 된 것이.


혁오 밴드의 앨범에서 청춘을 다시 읽고 생각할 수 있음에 감사하고 기뻤다. 흔한 수사지만 청춘이 어른이 되듯 혁오 밴드는 젊고 젊고 젊은 밴드니 그들의 성장과 변화를 지켜보는 게 즐거운 일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 물론 모든 청춘이 가만히 있기만 한다고 제대로 된 어른이 되는 것은 아니겠지만. 아마 인터뷰를 정말 못하는 그들은 말보다 음악으로 자신들과 그들의 또래에 대한 기록을 거칠지만 정확하게 남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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