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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적 유전자를 읽고

유전자의 시각으로 바라보는 세상, 대담한 전개 그리고 친절한 안내

by Matthew Jeong

여러분도 언젠가 읽어야지 하며, 책장에 꽂아둔 책 1권이 있지 않은가? 나에겐 바로 이 책이다. 어릴 적, 책은 읽고 싶지만 아무거나 읽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최고의 대학 서울대 권장 도서 100권 중 가장 어려워보이던 이 책을 샀다. 역시나 이 책을 펼치고 1-2장 읽다가 도통 나(공학도)로써는 관심 없는 생물, 유전자 이야기를 읽다가, 도대체 왜 이런 책이 100대 도서에 있는 거냐고 반문하며, 읽기를 그만두었다. 그리고 인터넷에 요약한 글과 영상을 보면서, "맞아,맞아 인간은 이기적인 유전자의 표현형일 뿐이지"라며 허무하게 동의하며, 책장에 책을 10년째 묵혔다.


갑자기, 최근 이 책을 끄집어 든 이유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다. 첫번째 이유는, 최근에 200권의 책을 읽었지만 그 중 진화론에 대한 책은 없었다.. 그래서 언젠가는 진화론에 대한 책을 한번 모아서 읽어야비 벼르고 있었는데, 이미 가지고 있는 유일한 진화론에 관한 책이 바로 이기적 유전자였다. 두번째 이유는, 최재천 교수님알게 되면서, 진화론과 생물학이 머릿속에 떠올랐다. 최재천 교수님은 저명한 학자이면서 지식 콘텐츠 크리에이터다. 나도 지식 컨텐츠를 만들고 싶기에, 자주 보고 있는데, 계속 진화론, 동물학 이야기를 정말 맛이쎄 풀어내신다. 마지막으로, 이 책을 완독함으로써, 최근 내 독서능력에 대한 자신감을 확인하고 싶었다. 어릴 적 나는, 책을 많이 읽지 않았는데. 대학 졸업 후에 어릴 적보다 지적 호기심이 왕성해졌다. 이번에 진화론에 도전해보고 싶었다.


이기적 유전자의 핵심 주제는 유튜브에서 쉽게 찾을 수 있을만큼 유명하다. "인간은 생존 기계이며, 결국 이기적인 유전자가 다음 세대로 넘어가기 위한 운반자일 뿐이다." 다소 과장되게 말하면 허무주의의 끝판왕이다. 작가도 이 논란을 인식했을까? 리처드 도킨스는 논란을 의식하듯, 30주년 기념 서문에서 한 독자로부터 편지받은 사연을 풀어낸다. 그 독자는 "이 책을 읽고 우울증에 걸렸다."라고 작가에게 고백했다. 하지만 리처드 도킨스는 거짓말을 하지 않고 정면으로 받아친다. 우리의 운명이 이미 유전자의 설계에 정해져 있다고 하더라도, 사람은 살아가는데 다양한 지각과 감정, 야망을 느끼며 심지어 유전자의 지배를 벗어날 만큼 진화했다. 특히 인간은 더욱더 말이다.



이 글에서 이미 유명한 주제를 반복하고 싶지 않다. 이 책이 "리처드 도킨스란 작가가 충격적인 내용을 대담하지만 친절하게 전개한 글"이라는 것을 알리고 싶다. 역설적으로 들리는가? 차차 이 말을 따져보자. 보통 우리가 전문지식과 관련된 주장을 담는 글에는 처음부터 작가의 주장을 담지 않는다. 보다 독자를 배려하고 싶어서 하고자 하는 퀘퀘묵은 논의, 배경지식, 시시하고 대수롭지 않은 오래된 가설과 이론, 통념을 나열한다. 예컨대 "우리는 왜 존재하는가?"에 대한 첫 답변으로 고대의 철학자, 중세의 데카트르, 칸트 이런 이야기로 "고대와 중세의 틀린 통념"을 언급한다. 하지만 이 책은 그렇지 않았다.



책의 목차를 보자. 1장에는 곧바로 진화론과 "자연선택의 수준이 개체나 집단이 아니라 유전자일 뿐이다"라는 이야기로 핵심주장을 꺼낸다. 2-3장에는 DNA에 대한 소개와 작가가 책 내에서 정의한 유전자라는 개념의을 소개하며, 4-5장에는 개체와 개체의 행동을 유전자 관점에서 설명한다. 이 때 개체란 동식물이다. 6-10장은 혈연관계, 성 갈등, 집간 내의 갈등을 소개하고 11장에는 인간사회에 문화라는 밈이라는 자기 복제자를 추가한다. 12장에는 이기적 유전자 관점에서, 승리할 수 있는 전략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대한 답변으로 끝난다. 마지막 13장은 사실상 1-12장의 요약이자 작가가 쓴 책 확장된 표현형을 소개하는 부분일 뿐이다. 즉 주장을 먼저 내놓고 부연 설명하는 전개 방식이다. 이 전개는 목차 뿐만 아니라 각 장 또한 그러하며, 주장을 먼저 내놓고, 부연 설명을 한다.


그래서 이 책이 다른 사회과학 교양서에 비해, 매우 충격적인 주제를 공격적인 방식으로 썼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이 대담한 시도는 시시하고 전통적인 이야기에 낭비하지 않도록 한 작가의 배려일 수도 있다. 오히려 책을 다 읽은 후, 유전자 관점에서 사회적 곤충, 인간의 행동, 지구 생태계 내의 동식물 간 관계에 대한 합리적인 설명을 납득할 수밖에 없었다.



전개는 도발적이였으나 설명은 친절하다. 친절한 이유는 무엇인가? 작가는 전공 용어와 맥락에 대해 독자가 쉽게 이해할 만한 비유적 표현이 적절하게 들어가 있다. 전공 공부를 해보면 알겠지만, 전공 용어나 이론, 지식을 정리하기에 바쁘다. 리처드 도킨스를 이것을 넘어서, 어려운 전공지식을 재미있는 이야기로 전달한다. 예컨대, 자연선택의 수준이 유전자이고 개체는 표현형이란 문장을 단순히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유전자를 자기 복제자, 개체를 운반자, 염색체를 도서관, DNA 내부를 책 1권, 유전자 단위를 페이지로 비유로 비전공자인 독자를 매혹시킨다. 그러니 전개는 도발적이였으나 친절한 전략이다. 그를 보면 마치 강압적으로 낯선 곳에 독자를 집어 놓고선, "여기에서 이것 먹고, 저것으로 샤워하고, 저기서 자" 친절하게 안내하는 오지 여행 가이드을 보는 것 같다.



결론

이 책을 읽고 호주의 독자와 달리 난 우울감이나 절망감이 들지 않았다. 오히려 편안해졌다. 나는 책을 읽기 전에도 "내 운명은 내가 태어났을 때 거의 99% 정해졌다."라고 생각했다. 어릴 적부터 나는 누구일까? 자아란 무엇일까? 라는 질문을 많이 했다. 어릴 적 내 결론을 밝히자면, 자아는 허구적 상상이였다. 분명히 나는 어머니와 아버지의 산물이다.


나는 어디서로부터 왔는가?

분명 날 태어나게 한 사람들은 나의 부모님이며, 나의 부모님을 태어나게 한 사람들은 조부모, 외조부모이다.

나는 왜 이렇게 생겼는가?

나의 생김새나 키, 얼굴, 심지어 점의 위치까지 내가 결정한 것이 아니다. 어머니, 아버지의 유전자가 나를 결정했다.

나의 환경과 나의 말투, 나의 행동 어떤가?

내 어릴적 말투와 행동은 아버지를 닮았었다.

나의 운명은 어떤가?

만약 부모님이 재벌이었으면, 나는 외국 유수의 대학교와 대학원에서 졸업하고 가업과 대기업을 운영하고 있을 것이다. 또 만약 내 어머니가 대학 교수이거나 아버지가 유명인이면, 그에 걸맞은 문화나 말솜씨를 어릴 때부터 자연스럽게 배웠지 않았을까?



즉, 작가도 나도 하고 싶은 말은 "인간은 태어났을 때 대부분의 운명이 이미 정해져 있다"를 말하고 있다. 여기서 그럼 우리는 반문할 수 있다. 그럼 우리의 자유 의지는 무엇인가? 대부분이 정해졌음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왜 미친 듯이 노력하며 살아야 하는가? 오히려 뒤의 질문이 가장 중요하지 않은가? 내 답변은 이렇다. 나는 내 운명의 대부분인 99% 정해졌다고 해도 미미한 1%를 개선하기 위해 노력한다. 정해지지 않은 1%라도 도, 보다 더 나아가고 싶다. 진화론에서 말하는 것처럼 유전자 입장에서는 처절하게 노력하는 우리는 아마도 1%의 돌연변이가 아닌가? 하물며 번식 욕구에 대항하여 피임하는 인간은 다른 자기복제자들에 달리, 기존 유전자의 돌연변이에 가장 가깝지 않은가? 태어나서 죽어갈 때까지 시간이 흐르며 1%가 아니라 0%로 변하고, 불확실성 예측이 확실한 결과로 변하겠지만, 1%를 그저 그렇게 살고 싶지 않다. 나는 그 따위 주어진 운명대로 살지 않겠다. 이런 내가 유별난 것은 아닐 것이라 내 주변 동료를 보며 짐작으로 믿고 있다. 그러니까 많은 책을 죽도록 읽고 성찰하는 그대들은 어떠한가? 그렇지 않은가?


작가는 서문에서 일반인, 전공을 정하지 못한 학생, 전문가을 위해 썼다고 말했다. 하지만 일반인이 아니라 오히려 아래와 같은 특정인들이 읽어야하지 않을까? 근거 없이 자신의 운명이 정해졌다고 믿는 사람, 시덥잖은 이야기, 잔재주, 속임수로 자신이 부자가 될 수 있다거나 완전히 바뀔 수 있다고 주장하거나 선동 당하는 사람들, 그런 일반인에게 오히려 이 책을 강력하게 권한다. 부디 그들이 평화의 안식을 누리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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