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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v 07. 2019
위대한 일상
사진 그리고 수다 : 묻기에 좀 애매한 사진에 관한 모든 것
보란 듯이 멋진 사진을 찍겠다는 열정은 가득하지만, 막상 무엇을 찍어야할지 막막하기만 하다. 아무리 둘러봐도 주변에는 카메라에 담을 만한 꺼리가 없고 당장 어딘가로 떠나야만 좋은 피사체를 만날 수 있을 것 같다. 그러다 보니 카메라 추천 다음으로 많이 듣는 질문이 ‘출사지’에 관한 것이다.
“어디로 가야 사진 찍기 좋아요?”
이들은 차를 타고 두 서너 시간쯤은 나가야 멋진 풍경이 기다리고 있을 거란 확신에 찬 채로 묻곤 한다.
“멀리 가지 않아도 되요, 가까이에서 찾아보세요”
이런 나의 대답이 누군가에겐 실망스러울 수도 있겠다.
하지만 누구나 갈 수 있고 볼 수 있는 것들은 누구나 사진에 담을 수 있다. 장비나 테크닉에 따라 결과물의 차이는 있을 수 있으나 소재로썬 식상할 뿐이다(물론, ‘그 누구나 찍는 거 나도 한번쯤 찍어보고 싶어’ 라고 말한다면 대답은 달라질 수도 있겠다).
사진에 있어 가장 좋은 소재는 바로 일상이다. 나만이 알 수 있고 볼 수 있는 일상은 세상에 하나뿐인 특별한 소재다. 아침햇살이 길게 드리우는 거실 안 풍경도 집 앞 돌틈 사이로 피어난 이름모를 풀꽃도 며칠 째 골목 안을 떠도는 길고양이도 타인은 볼 수 없고 담을 수 없는 것들다. 그런 것들에 관심을 두기 시작해보자. 평범했던 순간들이 특별하게 느껴질 것이다.
평소 무심히 지나쳤던 것들에 대해 깊이있는 시선을 갖게 되는 것, 사진을 찍기 위한 첫걸음마라고 봐도 좋다. 그런 시선을 갖게 된 사람들은 자연스레 마음에도 깊이가 생기기 시작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