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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림 Nov 10. 2019

모방과 통로

사진 그리고 수다 : 묻기엔 좀 애매한 사진에 관한 모든 것

취미로 사진을 찍던 단계를 넘어 사진으로 예술이란 것에 도전해보고 싶은데 어떻게 시작해야할지 모르겠다면 우선 좋아하는 사진이나 작가를 찾아보자. ‘모방은 창조의 어머니’라는 말처럼 모방은 예술 작품의 좋은 출발점이다. 

대학교 1학년 때 ‘모방과 통로’라는 주제로 작업을 한 적이 있다. 자신이 좋아하는 한 작가의 작품을 해석해 주제나 기법을 그대로 모방하는 것이다. 나는 당시 ‘마이클 엑커먼Michael Ackerman’이라는 작가를 모방하기로 했다. 


마이클 엑커먼Michael Ackerman 사진
마이클 엑커먼Michael Ackerman 사진


엑커먼은 현대 사회에 소외된 사람들을 주로 담았는데 진눈깨비가 떨어지는 듯한 거친 입자로 우리사회 안의 가려진 어두운 단면을 보여준다. 그의 이미지는 관람자에게 마치 최면을 걸 듯이 몽롱하고 흐릿하다. 엑커먼은 ‘결정적 순간’이 아닌 서툰 순간에 셔터를 누른다고 한다. 순간과 순간 사이의 순간. 시간과 시간 사이의 시간. 우리가 느끼기는 하지만 보지 못하는 어떤 것, 기대하지 않은 어떤 실체가 드러나는 변화의 순간을 잡아내기 때문에 엑커먼 사진들은 보는 이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긴다. 

이 작가를 모방하기로 결정한 후 주제와 기법을 살펴보았다. 주제는 동일하게 하기로 했고,  흔들림을 표현하기 위해 블러 기법(상이 또렷하지 않게 초점을 일부러 나가게 하거나 카메라를 흔들어 찍는 방법)과 거친 입자를 표현하기 위해 고감도 필름을 사용해 현상 시 증감기법을 이용하기로 했다. 

그렇게 마이클 엑커먼의 사진들은 다음과 같이 모방으로 재창조되어졌다. 





모방 작업을 마치고 통로의 과정을 거쳐 나만의 새로운 작품을 만들어야 했다. 주제는 그대로 두고 기법적인 방향만 틀었다. 좀 더 몽환적인 사진을 만들고 싶어 우선 전문카메라가 아닌 토이카메라로 바꾸어 사진의 선예도를 낮추고 주변부에 비네팅(렌즈 주변부 광량의 부족으로 생기는 어두운 현상)이 생기도록 했다. 예상했던 만큼의 결과물은 아니었지만, 이러한 과정을 통해 사진에 대한 방향 설정이나 다양한 기법을 시도해볼 수 있어 만족스러웠다.

글을 잘 쓰기 위해서 좋아하는 작가의 글을 필사하듯 좋아하는 작가의 사진을 그대로 모방해보는 것도 좋은 사진을 만드는 방법 중 하나다. 다만 거기에서 멈춰서는 안 된다. 거기에 나만의 사유나 테크닉을 가미해야 오롯이 나만의 사진이 될 수 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은 꾸준함에 있다. 


아마추어 사진의 경계를 뛰어넘고 싶다면 사유하고 또 사유하라. 앞서 여러 번 언급한 바와 같이 사진이란 것은 단순히 순간을 기록하기 위한 것만이 아니며, 멋진 관광지에서 누구나 찍는 사진은 달력사진과 다를 바 없다. 또한, 장비와 테크닉보다 중요한 것이 세상을 바라보는 남다른 시선과 깊이 있는 감성이다. 카드로 긁으면 살 수 있는 명품 카메라와 다르게 풍부한 경험과 사유를 통해서만 얻어지는 것들이다. 


아마추어 사진을 넘어 프로 사진가로 거듭날 당신을 응원한다!








사진작가 유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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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그리고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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