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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림 Nov 10. 2019

인물사진, 잘 찍고 싶어요

사진 그리고 수다 : 묻기에 좀 애매한 사진에 관한 모든 것

인물사진, 잘 찍고도 싶지만 잘 찍히고도 싶어하는 이들이 많다. 

이들에게 ‘잘 찍힌 인물사진의 기준’을 물으면 대다수가 ‘예쁘게 나왔을 때, 얼굴이 작게 나왔을 때, 자연스럽게 나왔을 때’ 등으로 답한다. 

내 기준에선 우선 찍힌 사람이 만족하면 좋은 사진이다. 

내가 찍힌 사진에서 가장 먼저 보게 되는 부분은 노출, 구도가 아니다. 평소 느끼고 있던 콤플렉스가 얼마나 가려졌는지다. 평소 둥근 얼굴과 짧은 다리가 콤플렉스였다면 턱 선이 갸름하게 나오거나 다리가 길어보이게 찍혔다면 노출이 부족하든 구도가 엉망이든 상관없다. 타인이 찍어주는 사진보다 셀카 사진이 더 잘나오게 느껴지는 이유도 여기 있다. 타인에게는 잘 보이지 않는 나의 단점을 그 누구보다 내가 더 잘 감출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타인의 사진을 잘 찍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우리가 누군가의 사진을 찍는 경우 낯선 사람을 찍기 보다는 나와 이해관계가 형성된 사람들을 찍는 일이 훨씬 많을 것이다. 우선, 상대가 드러내고 싶지 않아하는 부분을 최대한 가리고 찍는 것이 중요하다. 처음 보는 누군가를 찍을 때도 마찬가지다. 

언젠가 장애인 바리스타 인터뷰 촬영을 갔던 적이 있다. 잡지사에서 바리스타라는 직업의 특성상 커피 만드는 장면을 촬영해달라고 요청했는데, 몇 해 전 겪은 교통사고로 인해 휠체어를 타고 계셨다. 문제는 사고로 잃은 손가락이었다. 고심한 끝에 손으로 샷 잔을 감싼 채 커피 머신에서 샷을 뽑는 장면을 촬영했다. 사진에서는 손등만 나오게 해서 다른 불편함은 보이지 않도록 했다. 카메라 너머로 보는 시선에도 배려가 필요하다. 

단점을 찾지 못했다면 상대의 장점을 살려 찍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그러기 위해선 세밀한 관찰이 필요하다. 나태주 시인의 풀꽃처럼 자세히 보아야 예쁘고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지나간 연인이 찍어준 사진을 보며 이런 생각을 했던 적이 있다. 

‘아~ 그 시절 이 사람의 시선에 비춰진 내 모습이 이랬구나, 이토록 나를 사랑스럽게 바라봤었구나’

 ‘아이의 가장 좋은 사진사가 엄마’라는 말처럼 사랑하는 사람을 담는 것이 인물사진을 잘 찍을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다. 










사진작가 유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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