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인도愛서

인도여행 포토에세이 <인도愛서> Prologue

겁쟁이 사자, 인도로 떠나다

by 유림
_MG_9126 복사.jpg




#Prologue

겁쟁이 사자, 인도로 떠나다


대학교 신입생 시절.

사진, 예술, 연애 등의 소재를 안주 삼은

여러 술자리 대화 가운데

한 교수님이 했던 말이

오래토록 가슴에 남아있었다.

그는 내게 오즈의 마법사에 나오는

겁이 많은 사자와 같다고 했다.

늘 현실과 이상의 경계에서 우물쭈물 대던

예술에 덜 미친(?) 예술학도에게

자극을 주려고 한 말이었는데

당시 그말은 내게 비수가 되어 날아들었다.

그깟 자존심에 큰 스크래치가 났다.


누군가는 열정이라 부르고

혹자는 똘끼라 부르는

치기어린 무모함.

그것이 때론 강력한 무기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늘 현실과 적절한 타협을 이어가며

모험 따윈 하지 않았다.

가슴이 아닌 이성으로 사진을 찍었고

높은 학점을 받고 장학금 받는 것을

우선으로 삼았다.

예술가를 꿈꿨지만

애초부터 자질이 없었던 거다.


낭만적 이상주의를 부르짖으면서도

위대한 개츠비처럼 살진 못했다.

스콧 피츠제럴드가 만들어낸

개츠비가 물질만능주의를 표상하고

허황된 꿈을 쫓다가 외로운 말로를 맞이하는

인물이었을지라도 한 사람에 대해 품은

그의 이상은 꽤 열정적이었으며

낭만적이고 순수했다.


졸업 후에도 오랜 기간 겁쟁이로 살았다.

사진, 사랑, 일 중 그 어떤 거에도

미치질 못했다.

때때로 찾아드는 정체성의 혼돈 속에서도

통장에 차곡이 쌓여가는 숫자들로

스스로를 안위하며 지냈다.

그나마 다행인 건

그 방황의 시간이 그리 오래진 않았다.

그저 십 년.

강산이 한 번쯤은 바뀌었을 법한 시간이지만

감성적으로 풍요로운 세월을 보내지 못했기에

내게는 그저 정신없이 흘러간

영화 한 편 정도의 시간으로만 느껴졌다.


어느 날, 십년의 세월이 내게 선물을 보냈다.

조급함을 비우고 여유로 채운 마음의 그릇.

교수님의 말을 떠올렸다.

그때나 지금이나 사자는 사자다.

겁쟁이란 수식어를 덜어내는 데에

시간이 조금 더디 걸렷을 뿐.

마음 한편에서 늘 자유를 갈망했고,

매해 움 틔웠다가 시들어버리는

이상의 씨앗을 품으려 노력했다.

그렇게 세계 곳곳에

조심스레 한발씩 내딛다 보니

무겁고 귀챃게만 느껴지던

카메라와의 동행이 행복해지기 시작했다.

찰나의 순간순간이 소중하고 찬란했다.


마침내 오래 다니던 회사를 정리하기로 했다.

그리고 예전이라면 상상도 못했을

미지의 땅에 발을 내딛기로 결심했다.

바로 인도.

최근 몇 년 사이 인도 각지에서 일어난

성범죄가 세계적으로 이슈화 되면서

인도에 대한 인상이 나빠지기 시작했다.

특히 배낭여행자 중에서도 여성여행자들에겐

끔직한 성범죄국가로 인식되며

여행기피대상국이 되었다.


어릴 적부터 언젠간 가보겠노라

막연한 이상을 품고 있던 인도였는데

이대로 포기해버릴 것인가

고민에 빠졌다.

영화로라도 우선 만나보기로 했다.

<세 얼간이> <엔조틱메리골드호텔>

<김종욱찾기> 등 스크린 속 인도의 모습은

우리와 똑같은 사람 사는 곳이었다.


떠나자.


겁쟁이 사자가 진정한 사자로

거듭날 수 있는 여정이 되리라 기대하며

그렇게 50일 간의 인도여행이 시작됐다.




http://blog.naver.com/stepartnet/221133474274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