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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림 Oct 19. 2021

자전거여행

여행에세이 <외로워서 떠났다>

여행에세이 <외로워서 떠났다> 자전거여행


코로나 기간동안 열심히 찌운 살들을 이번 기회에 반드시 빼리라 결심했다. 춘천 자전거코스를 알아보다 보니 봄내길코스 중 하나인 의암호 자전거길이 인기였다. 의암호의 풍광을 즐기며 달릴 수 있는 이 코스는 약 30키로미터로 완주하는 데 3시간 정도 걸린다고 한다. ‘30키로쯤이야’ 하고 춘천역에서 호기롭게 출발한 첫 라이딩은 강렬한 태양빛과 더위 속에 무너졌다. 고작 10키로미터를 타고는 온몸이 땀으로 젖었다. 날씨와 시간대도 문제였지만, 몸이 마음을 따라가지 못했다.


당장 완주는 어렵다고 판단해 다음날부터 코스를 바꿔보기로 했다. 서울의 청계천이 있다면 춘천에는 공지천이 있다. 북한강과 이어지는 공지천은 춘천 시민의 휴식처로 양쪽으로 흐르는 수변을 따라 걸을 수 있는 산책로와 더불어 자전거길도 잘 정비되어 있다. 춘천시청 부근에 위치한 숙소에서 남춘천역이 있는 곳까지 공지천길을 따라 달리면 왕복으로 대략 15키로 정도로 1시간 10분 정도 소요된다.


월요일 아침, 생수 한통을 챙겨 서둘러 나섰다. 어제 날씨와 달리 먹구름이 가득해 비라도 내릴까 걱정스러웠지만 ‘시작이 반이다’ 속으로 외치며 힘껏 페달을 밟았다. 운동할 생각으로 속력을 내던 초반과 달리 공지천 자전거길에 들어서자 속도는 점점 줄어갔다.


하늘 높이 뻗어가는 코스모스, 이름 모를 들꽃들과 그 주위를 춤추는 나비들, 식사중인 비둘기들, 주인과 함께 산책 나온 강아지. 아 참! 오리가족들도 살고 있었지. 사진도 찍어야겠고 떠오르는 감상도 잊어버리기 전에 적어야겠다. 길 옆 벤치에는 파란색 조끼를 입은 환경미화원분들이 모여 담소를 나누고 있다. ‘호호 불어가며 마시는 건 믹스커피겠지?’ 평소 잘 마시지 않는 그 커피가 오늘따라 마시고 싶어진다. 맞은편 길에는 자기 몸보다 큰 배낭을 짊어지고 걷는 청년이 보인다. ‘어디서 왔을까, 어디로 가는 걸까?’ 멈춰 묻고 싶은 걸 참고 페달을 굴린다.


가다 서다를 반복하다 보니 1시간 남짓 예상하고 나선 길에서 2시간을 훌쩍 넘기고 말았다. 그렇게 운동으로 나선 자전거길은 여행이 되었다.



여행에세이 <외로워서 떠났다> 자전거여행



작가 유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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