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유림 Oct 19. 2021

가을에 만난 불청객

여행에세이 <외로워서 떠났다>


한적한 골목길에 있는 북카페를 찾았다. 양옥에 한옥 기와를 올려 옛 정취를 물씬 살린 외관이 먼저 눈길을 끄는 곳이다. 무심히 칠한 듯한 얕은 높이의 시멘트 담장과 그 위로 올린 나무 펜스 사이로 삐쳐 나온 초록의 식물 넝쿨이 먼저 반기는 곳.


모처럼 조용히 책이나 읽을 요량으로 찾았는데 다행히 나뿐이었다. 그런데 얼마 지나지 않아 예상치 못한 손님이 찾아왔다. 거 참 요란하게 소리를 내니 아니 쳐다볼 수 없었다. 탁.탁.탁. 반복되는 소리. 열심히 그려지는 세로 선들. 그러고 보니 기척 없이 찾아온 손님은 또 있었고 그에 의해 이어지는 희미한 선을 좇았다. 두 선이 교차하는 지점에 다다르니 굵고 선명한 떠오르는 잔상들.


그와 처음 춘천을 찾았을 때도 오늘처럼 비가 왔었다.


잘 맞지 않는 일기예보는 그때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다. 갑자기 찾아온 것들을 그저 바라볼 수밖에 없는 나도 마찬가지다. 세 시간쯤 지났을까. 그렇게 불쑥 찾아온 손님들 때문에 결국 난 한 줄의 글도 읽지 못한 채 그곳을 나서야 했다. 비에 젖은 운동화는 온종일 축축해져 있었다.





작가 유림

http://www.instagram.com/yurim.artist

http://blog.naver.com/yurimchoi80

http://www.facebook.com/artistyurim




#춘천여행 #외로워서떠났다 #가을에만난불청객

#여행에세이 #포토에세이 #사진에세이

#아티스트유림 #사진작가유림 #작가유림        


이전 06화 막걸리카페와 시인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