낡은 서랍 속 사진

일상기록 프로젝트

유림 일상기록 프로젝트 <두시산책 : 낡은 서랍 속 사진>

이사를 앞두고

3년 간 묵혀뒀던 짐들을 꺼내 살폈다

가져갈 것과 버릴 것들을 분류하고

오래된 상패나 상장케이스 등은

문서만 빼둔 후 사진을 찍고 버리기로 했다

앨범박스를 정리하던 중

작고 닳은 가죽케이스가

툭 튀어나왔다

‘양성교육 이수증’

아주 오래 잊고 지냈던

아니 이제 기억조차 가물해져버린

젊은 시절의 아빠

발행년도가

1996년이었다

중학생이던 나

반백을 넘긴 아빠

우린 곧잘 다투고

대화조차 나누지 않았다

무표정한 아빠의 얼굴을 보며

무심했던 나의 과거가 떠올랐다

반가우면서도

미안하고 울컥한

일곱살 조카에게 사진을 보여주니

“할아버지 이름이 ‘이수증’ 이었어?”

란다

촉촉해진 눈가에

잔잔한 파도가 일렁였다

예상치 못한 조우로

많이 울고 웃었던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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