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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림 Nov 20. 2017

인도여행기 포토에세이 <인도愛서>

길들여진다는 것




길들여진다는 것


점심으로 인도 가정식 백반이라고 알려진

 탈리를 주문했다. 

푸짐한 양과 자극적인 맛에

 놀라면서도 맛있게 먹었다. 


몇 시간 후, 

화장실을 수시로들락거리며 

기차역으로 이동하는 내내 

복통에 시달렸다. 


탈리가 도화선이 될 줄이야. 

그렇게 혹독한 인도 물갈이가 시작됐다. 


아그라칸트역에서 저녁 7시 기차를 타고

 새벽 1시 자이푸르에 도착하는 내내 

발열, 기침, 오한, 복통, 설사에 시달렸다. 


역에서 숙소까지 고작 200미터 이내 거리를 

야간할증료까지 붙여 100루피나 주고 

릭샤를 타고 갔다. 

흥정할 힘도 없었다.


 새벽 내내 설사와 구토를 반복하고 

이튿날은 꼬박 누워만 지냈다.

 전형적인인도 물갈이 증상이었다.


아무래도 바라나시에서 먹은 짜이와 

국물 요리(갠지스 강물로 만든)가 

원인이다 싶었다. 


스스럼없이 길거리 음식을 사 먹은 것도

 인도를만만하게 여겼던 것도 

모두 후회로 밀려왔다. 

우리나라에서 가져간 약들은 

아무 소용없었다. 


열심히 정보 검색을 한 후 

현지에서 파는 지사제와 

탈수방지제를 먹고서야 

간신히 몸을 추스를 수 있었다

(물갈이는 일주일 정도 후 멈췄다).



인도를 받아들이는 과정이 

이리 혹독할 줄이야.

 며칠을 온전히 비워내기만 하다 

겨우 음료수 정도 마실 수 있게 됐다. 


이렇게 또 한 번 인도를 경험하고 배웠다.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려면 

비울 줄도 알아야 한다는. 


길들여지는 과정은 

꽤나혹독하다. 

사랑도 그러하다. 



“내생활은 복잡할 게 없어. 

그래서 아주 지루해. 

하지만 네가 나를 길들이면 

내 생활은 빛으로 가득 차게 될 거야.

넌 세상에 하나 밖에 없는 소년이 되고

난 세상에 하나 밖에 없는 여우가 되는거지.”


– <어린왕자> 중에서 -


여우는 어린왕자에게 

자신을 길들이는 과정에서

 매일 같은 행동을 반복하라고 한다.


 매일같은 시각, 같은 행동을 하는 

어린왕자 역시 여우에게 

길들여져 가는 것이기에 

이는 곧 평등한 관계로 성립한다. 

사랑 또한 서로 평등한 관계에서 

이상적인 것이 아닐까. 


삶의무게가, 결이 다른 

두 사람이 만나서 

서로를 길들이려고 할 때 

의도치 않은 상처를 남긴다. 


사랑의 무게가 한쪽으로 치우치면

 불안감과 불편함이 생겨난다.

 억지로 맞는척, 괜찮은 척 하다가 

되려 스스로에게 상처를 입히기도 한다.


 나 또한 그 생채기가 오래 머무를 때

 ‘다시는 사랑 따윈 하지 않겠다’라

수차례 결심을 했지만. 

사람의 의지로 할 수 없는 일, 

그것이 인연이며 운명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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