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기록 프로젝트
연일 이어지는
무더위와 장맛비로
축 늘어진 몸과
한층 더 무거워진
머리카락을 이끌고
미용실로 향했다
안에 들어서니
스피커를 뚫을 정도의
음악 소리가 공간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고음을 쭉쭉 뽑아내는
철 지난 가요가
에어컨 바람보다
시원하게 느껴졌다
으레 그렇듯
미용실에선
주인장이 가위를 드는 순간
수다의 장이 열린다
이날 이야기의 시작은
8090 가요 그리고
그 시절을 풍미했던 가수였다
한창 이야기가 무르익을 즈음
‘오늘같은 밤이면’ 이 흘러나왔다
지난해 작고한
박정운의 음성이었다
우리는 그의 삶과 노래에 대해
한참을 이야기 나눴다
“그 가수 너무 안타까워요 젊은 나이에
어머 근데 그 노래를 어떻게 알아요”
주인장이 물었다
“라디오를 많이 들어서요
그 시절 노래 가사들은 모두 시 같고
아름다운 거 같아요”
“맞아요
난 요새 노래들 시끄럽기만 하고
가사도 통 못 알아 듣겠어
그때 노래들은
지금 다시 들어도 좋은데 말야”
주인장과 나는
태어나고 자란 세대가 다르다
‘노래’로 같은 시대를
공유하고 공감할 수 있다는 사실에
새삼 감사했다
“사람은 떠나도
노래는 남았네”
철 지난 노래는
그를 그리고 그 시절을
기억하고 그리는 사람들에게
떠나간 이가 줄 수 있는
가장 큰 위로이자 선물이지 않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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