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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두시산책

철 지난 노래

일상기록 프로젝트

by 유림
230721-2.jpg 유림 일상기록 프로젝트 <두시산책 : 철 지난 노래>



연일 이어지는

무더위와 장맛비로

축 늘어진 몸과

한층 더 무거워진

머리카락을 이끌고

미용실로 향했다


안에 들어서니

스피커를 뚫을 정도의

음악 소리가 공간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고음을 쭉쭉 뽑아내는

철 지난 가요가

에어컨 바람보다

시원하게 느껴졌다


으레 그렇듯

미용실에선

주인장이 가위를 드는 순간

수다의 장이 열린다


이날 이야기의 시작은

8090 가요 그리고

그 시절을 풍미했던 가수였다


한창 이야기가 무르익을 즈음

‘오늘같은 밤이면’ 이 흘러나왔다


지난해 작고한

박정운의 음성이었다


우리는 그의 삶과 노래에 대해

한참을 이야기 나눴다


“그 가수 너무 안타까워요 젊은 나이에

어머 근데 그 노래를 어떻게 알아요”

주인장이 물었다


“라디오를 많이 들어서요

그 시절 노래 가사들은 모두 시 같고

아름다운 거 같아요”


“맞아요

난 요새 노래들 시끄럽기만 하고

가사도 통 못 알아 듣겠어

그때 노래들은

지금 다시 들어도 좋은데 말야”


주인장과 나는

태어나고 자란 세대가 다르다

‘노래’로 같은 시대를

공유하고 공감할 수 있다는 사실에

새삼 감사했다


“사람은 떠나도

노래는 남았네”


철 지난 노래는

그를 그리고 그 시절을

기억하고 그리는 사람들에게

떠나간 이가 줄 수 있는

가장 큰 위로이자 선물이지 않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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