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을 걷다

강원도 원대리 자작나무숲

by 유림

한여름, 한기 품은 바람이 귓불을 때린다.


'싸아'


바람이 만들어내는 소리.

나무는 더불어 숲을 만들고

공기는 더불어 바람을 만든다.


숲과 바람과 나만 존재하는 시간.



곱고 흰 피부를 자랑하는 자작나무.

그러나, 속은 검다.


얼마나 오래 속을 새까맣게 태워야

흰 피부를 드러내게 되는 걸까.


고요히 자연의 소리를 듣고

내면의 소리에 귀 기울이며

숲을 걷는다.


자작나무가 말을 건넨다.

"너도 참 하얗구나."



자작나무처럼 나도 추운데서 자랐다.

자작나무처럼 나도 맑지만 창백한 모습이었다.

자작나무처럼 나도 꽃은 제대로 피우지 못하면서

꿈의 키만 높게 키웠다.

내가 자라던 곳에는 어려서부터 바람이 차게 불고

나이 들어서도 눈보라 심했다.

그러나 눈보라 북서풍 아니었다면

곧고 맑은 나무로 자라지 못했을 것이다.

단단하면서도 유연한 몸짓 지니지 못했을 것이다.

외롭고 깊은 곳에 살면서도

혼자 있을 때보다 숲이 되어 있을 때

더 아름다운 나무가 되지 못했을 것이다.


- 도종환 '자작나무' -



높고 높은 코끝이 하늘에 닿았다.

숲에 가면 하늘이 있다.


수천 그루 자작나무 사이로

바람이 흐르며 여름을 노래한다.


숲에 가면 쉼이 있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