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을 만나다
청량한 바람을 살포시 베어 문
나뭇가지들이 떨어뜨리는 낙엽이
선운사로 향하는 길을
곱게 수놓는다.
세상만사 젖혀두고 산책길 따라
호젓이 걷고 있노라니
세상 부러울 것 하나 없다.
9월.
아직 다 가지 않은 여름과
다 오지 않은 가을 사이에서
덜 여문 꽃무릇이
곳곳에서 꽃망울을 터뜨린다.
강렬하고 고고한 자태와 달리
'이룰 수 없는 사랑'이라는
가슴 아픈 사연을 지닌
만개한 꽃무릇의 그리움을 달래듯
도솔천은 세상 풍경 그대로를
수면 위로 담아낸다.
그 고혹적 풍경을 두 눈과 카메라
그리고 가슴에 그대로 담아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