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이역

추억을 거닐다

by 유림

2008년 폐역이 된 남양주 능내역.

기차가 멈춘 간이역에는

당시를 추억하는 빛바랜 사진들,

오랜 세월의 허물을 벗은 의자가

시간여행을 떠나려는 이들을

기다리고 있다.



아, 그리운 사람이 있다는 것은

날이 가고 날이 오는 먼 세월이

그리움으로 곱게 나를 이끌어 가면서

다하지 못한 외로움이 훈훈한 바람이 되려니

얼마나 허전한 고마운 사랑이런가


- 조병화 <그리운 사람이 있다는 것은> 中 -



늦은 오후

간이역 안 사진관에 들어섰다.

흑백사진 한 장에 오래토록

시선을 머물다 보니

'그리운 사람이 있다는 것은'

시의 한 구절이 떠오른다.

그렇게 세월이 불러다 준 훈훈한 바람은

이젠 그리움이란 이름으로 남겨진

기억을 부른다.



폐역이 되어버린 간이역.

끊어진 철도길은 이기적인

현대 문명의 단편을 보여준다.


더 이상 기차는 달리지 않지만

우리는 그 길 위에서 추억을 거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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