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소한 바람에 하나둘 가벼운 몸짓으로 화답하더니
이내 깊은 하늘에 은빛 물결이 흐른다.
어느 하나 튀는 모양새 없이 소담히 펴
큰 군락을 이뤄 가을을 품은
억새밭 풍경이 장관이다.
자연이 가을에 보내는
경이로운 찬사를 함께 누리며
그곳에 우뚝 서있다.
당신이 떠나실 때 내 가슴을 덮었던 저녁 하늘
당신이 떠나신 뒤 내 가슴에 쌓이는 흙 한 삽
떠나간 마음들은 이런 저녁 어디에 깃듭니까
떠도는 넑처럼 가으내 자늑자늑 흔들리는 억새풀
- 도종환 <억새풀> 中 -
가려던 이의 발길 몇 번을 붙잡고도 모자란 지
어느새 황금빛 옷으로 갈아입고는
수줍게 춤추기 시작한다.
그 춤에 위로라도 받을까 싶어
억새밭에 뛰어들어
바람에 몸을 맡긴다.